요즘 한국의 과학 연구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많은 의견이 제안되고 있다. '기초 과학 분야의 연구비 비중을 늘리자' '단기간 연구로는 미래가 없다' '교수들 강의 부담을 줄여 연구에 더 매진하게 하자' 등이다. 그러나 모두 현재의 연구자들을 위한 제안이지, 수년 후 이에 합류할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을 위한 배려는 아니다.
많은 교수가 "학생들이 실험은 잘하는데 논문은 못 쓴다"고 불평한다. 학생이 쓴 논문을 교정하면서 교수들은 자괴감에 빠진다. 결국 시간에 쫓겨 많은 부분을 직접 써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무엇이 잘못인지 일일이 가르쳐줄 시간도 없다. 영어도 대체로 형편없어 보인다. 그렇다 보니 학생들은 실험실 선배들 말이나 기존 논문의 제작 관행을 따르며 쓰기를 흉내 내므로 창의성이 없다. 용감하게 "논문 쓰는 법을 가르쳐주진 않고 잘 쓰라고만 한다"고 불평도 못 한다. 이래저래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논문 쓰기는 큰 압박이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과학 논문 쓰기에 관해 배운 적 없고, 가르치지도 않기 때문이다. 막연히 '논문은 연구 결과를 기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만 잘하면 논문은 저절로 잘 쓰게 될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실험을 통해 결과는 냈지만, 이를 정확한 결론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없어 쓰기 어려운 것이다. 때로는 실험이나 연구의 목적이 무엇을 주장하는 데 근거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 같다.
무언가를 추론해 가설을 제시하고, 이를 검증할 목적으로 실험하며, 그 결과를 정리해서 내는 것. 이것이 과학의 방법이다. 과학도 소통의 한 방식이므로 제대로 쓰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다. 또 과학 논문 역시 '언어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언어적 표현은 대단히 중요하다. 더구나 외국어인 영어로 써야 한다. 한마디로 과학자에게 쓰기 작업은 연구 역량의 총화인 것이다.
국가적 과학 역량을 증진시키려면 연구비 배분과 연구 기간 장기화 등 여러 가지가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래 과학자들의 제대로 된 논문 쓰기를 위해 자연 탐구의 열정, 과학의 방법, 논문의 구성 등을 글쓰기의 기본에 맞춰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의 학부나 대학원에서 논문 쓰기를 가르치는 곳은 드물다. 쓰기를 가르치지 않고 어찌 훌륭한 과학자를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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