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키다리아저씨" 40대 익명의 남성
2000년부터 2016년까지
16년동안 총 4억5000만원 기부
“사무실 아래로 잠깐 내려와 주시소” 지난 23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구사랑의열매 직원들이 올해도 기다리던 키다리 아저씨. 전화를 받은 직원은 급히 사무실 아래층으로 내려가 키다리 아저씨를 만났다. 그는 차에서 직원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후 확인해보라는 말과 함께 봉투 한 장을 건넸다. 봉투 안에는 신문 광고 전단지 뒷면에 쓴 ‘정부가 못 찾아가는 소외된 이웃을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1억2천여만 원의 수표 한 장이 들어있었다.
감사의 뜻을 전하는 직원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메모에 쓰여 있는 내용처럼 소외된 이웃을 잘 지원해 달라”는 말을 남긴 뒤 홀연히 사라졌다.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모금회를 찾아 익명으로 1억 원을 전달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2012년 1억2천300여만 원, 2013년 1억2천400여만 원, 2014년 1억2천500만 원, 지난해 1억2천여만 원을 전해왔다. 2012년부터 5년 동안 6회에 걸쳐 기탁한 성금이 모두 7억2천여만 원으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역대 누적 개인 기부액 중 가장 많은 액수다. 60대로 추정 되는 키다리 아저씨는 인적사항에 대해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 단지 170~175㎝의 중년 남성인 것으로만 알려졌다.
대구에서는 지난 9일에도 3대(代)에 걸친 9명의 가족이 한마음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 했다. 각각 1억 원씩 기부한 이들 가족은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오랜 고민 끝에 가입을 결심했다. 성금은 대구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잘 써달라”고 당부했다.
대구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얼굴 없는 천사’들의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28일 전북 전주에서도 지난 2000년부터 17년 동안 약 5억 원을 기부한 완산구 노송동의 기부천사가 주민센터 인근 나무 아래에 지폐와 동전 등 5천21만7천940원을 놓고 같다. 올해는 정치·사회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겨울 수은주 만큼이나 기부 분위기가 움츠러든 상황이라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의 선행이 더욱 빛나 보인다. /경북일보
지난 7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3층 회복실. 전신마취 수술을 받고 5시간 반 만에 깨어난 김영석(47)씨가 다리를 덮고 있는 담요를 살짝 들췄다. 붕대가 친친 감겨 있는 왼쪽 다리를 보며 김씨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주치의인 이재훈 정형외과 교수에게 "죽기 전에 내 다리가 다시 홀쭉해질 줄은 몰랐다"며 "10년 만에 제대로 신발을 신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두 다리에는 17년 전부터 사마귀 같은 물혹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물혹은 점차 테니스공 크기 종양으로 커졌고 범위도 발등에서 무릎까지 확산됐다. 김씨는 10년 전 여러 병원에서 '불치' 판정을 받았고, 치료를 사실상 포기했다. 종양 때문에 신발을 신을 수 없어 8년 전엔 신용카드 단말기 영업사원 일을 그만뒀다. 아내가 발병 7년 차에 가출해 연락을 끊은 뒤 김씨는 기초생활 수급자 생계비로 두 아들을 홀로 키워왔다.
희망을 잃고 살던 김씨에게 지난 11월 '이메일 키다리 아저씨'의 기적이 찾아왔다. '이메일 키다리 아저씨'는 8년째 강동경희대병원 환자들의 사연을 이메일로만 접수해 치료비를 지원하는 익명 후원자다.
올해 10월 우연히 이 병원을 찾은 김씨의 사연을 이메일로 알리자, 키다리 아저씨는 이례적으로 병원에 전화해 "돈을 아끼지 말고 꼭 치료해줘라"고 말했다. 김씨는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을 받은 30번째 환자가 됐다. 김씨가 앓고 있는 병명은 '점액수종'. 진피 내에 점액이 쌓여 피부가 붓고 단단해지는 병이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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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사연을 이메일로 보내면 ,치료비 대신 내줘..8년간 23명에 '익명의 기부'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강동경희 대학병원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모(19) 군은
"얼마전 병역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양쪽 무릎연골판이 심히게 손상돼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더 이상 걷지 못할 수 도 있다 고 한다 " 며 울먹였다
이 군은 2년전부터 지히 단간방에서 어머니와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이군의 어머니는 10년 전 이혼하고 두아들을 혼자 키우다가
"동업을 하자"는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모두 날렸다
이군이 대학등록금으로 쓰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모아뒀던 돈도 함께 날아 갔다
이군의 사연을 들은 한 직원이 "키다리아저씨에게 이메일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키다리 아자씨'는 8년째 이 병원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익명의 후원자를 말한다
이메일로 연락만 주고 받을 뿐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병원 직원들이 동화에 나오는
"키다리 아저씨' 라고 부르는 것이다
김린아 사회사업팀장이 이 후원자에게
"사정이 이러한데 도와주실 수 있으신지요?" 라는 메일을 보냈다
세 시간뒤 "돈을 보냈습니다 "라는 답장과 함께 병원계좌에 치료비 350만원이 입금 됐다
며칠후 병원측이 "치료 잘 받았다"고 알리자
다음날 "참 다행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연락 주세요"라는 답장이 왔다
키다리아저씨의 기부는 지난 2008년 4월 시작됐다
병원 사회사업팀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중장년남성의 음성이 들렸다
"큰돈내기는 힘들지만 치료비가 없는 환자를 돕고 싶습니다
메일 주소를 알려 드릴테니 지원이 필요한 환자가 있으면 사연을 보내 주세요"
이 남성은 아들이 만들어 줬다는 이메일 주소를 부른뒤
직원이 답도 하기전에 전화를 끊었다
이후 병원은 사장이 급한 환자기 있으면 키다리 아저씨에게 메일을 보냈고
그때마다 그는 군말없이 치료비를 보내왔다
대장암에 걸린 60대 독거노인 ,기초수급 가정에서 1.1kg 미숙아로 태어나서
뇌병변 장애판정을 받은 갓난아기까지 그간 23명이 이 익명의 기부자 덕에 치료를 받았다
도움을 받은 환자들은 여러치례 병원측에
"키다리아저씨의 연락처라도 알려 달라 " 고 요청 했지만 병원측의 답은 항상 같다
"저희도 이분이 누군지 모릅니다 '좋은 분' 이 도와줬다고만 말해 달래요"
그동안 3000 만원의 치료비를 기부해온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달 10일
병원에 1억원을 내놓으면서 이메일을 한통 보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 이 돈을 보냅니다 "
그는 신상이 드러날까 봐 기부금 영수증도 발급받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6월 개원 10주년을 맞은 강동경희대병원은 이 돈으로
'키다리아저씨 기금'을 조성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우선적으로 돕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병원 측에 부탁해 키다리아저씨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는 "몸이 아파 일을 못하고, 일을 못해 살림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 분이
많은것 같아 기부를 시작했다" 고 했다
그는 신원공개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라고 자랑하면 기부하는 의미가 있나요
도움을 받은 분들이 다른 분에게도 베풀어 주면 그걸로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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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으로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을 환히 밝혀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우리 대구에 있다. 수성구의 얼굴없는 `키다리 아저씨’가 6년째 한가위 이맘때만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전하고 있어 훈훈한 귀감이다.
어린나이에 삼팔선을 넘어 대구에 안착한 팔순의 노인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다. 철저하게 신분을 감추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희망의 빛을 전해 온 얼굴 없는 독지 노인 한 분이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2003년부터 대구 수성구청 주민생활지원과에는 매년 한 통의 반가운 전화가 걸려온다.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다량의 쌀을 기증하겠다는 한 얼굴 없는 독지가의 전화다. 수성구청 직원들이 이 얼굴 없는 독지가를 `키다리 아저씨’로 부른다.
미국의 소설가 진 웹스터의 명작 `키다리아저씨’에서 따 온 말이다. 고아원에서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던 소녀 지루셔가 자신을 후원해 주는 얼굴 없는 자선가를 `키다리 아저씨’로 부른 것을 본뜬 것이다.
6년 전 처음 구청을 방문해 쌀을 기증하던 때 당시 복지행정과 직원들이 선행을 알리려 했지만 한사코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면서 20㎏들이 쌀 500포를 맡기고 갔다. `키다리 아저씨’는 구청에 쌀을 전달하기 전에 늘 내세우는 조건이 있다.
쌀을 받을 수혜자가 직접 현장에 나오거나 자신의 신분이 언론에 공개되면 그날부터 쌀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쌀을 전달하는데 꼭 필요한 동사무소 직원들을 제외한 간부 공무원이 현장에 나오지 않아야 하는 것을 조건을 내세웠을 정도이다.
명절 때면 낯부끄러울 정도의 작은 선물을 양노원이나 고아원 등 불우시설에 내 놓으면서 사진 찍기 좋아하고 언론에 보도되기를 희망하는 세태를 말없이 꾸짖는 듯하다.
수많은 공직자들의 뇌물사건으로 검찰의 소환을 받거나 기소된 사람들이 이분의 언행을 만분의 일이라도 닮는다면 세상은 훨씬 살맛나는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올해도 `키다리 아저씨’는 어김없이 10㎏들이 쌀 1천포를 트럭에 싣고 지난 2일 오후 수성구민운동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복지과장이 감사의 말을 전하려고 하자 `여기 나올 시간 있으면 다른 이웃들을 돌보라’고 호통 친 적도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매년 쌀을 기증할 테니(신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나 잘 지켜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 대구사회에 이런 훌륭한 어른 옹이 계신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고 감사를 드립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동으로 소외 계층 챙기기에 나서는 등 각계에서 복지시설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웃에 더 어럽고 서러운 사람들이 없도록 훈훈한 정을 나누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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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얼굴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을 센터 직원들이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는 2000년부터 시작돼 15년간 총 397,301,750원 이다. 2014.12.29/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편집자 주] 연말연시를 훈훈하게 하는 사연들이 있다. 밀려드는 기부의 물결이 그것이다. 특히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기부천사들은 사회의 귀감이 되고있다. 뉴스1이 전국의 '얼굴없는 기부천사'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전주서 15년째 불우이웃돕기 뭉칫돈, 까치, 고물상주인 등…"세상은 아직 따뜻해"
택시운전으로 모은 돈 기부한 부산 노부부 "우린 연금이면 충분해"
11년간 매년 추석때 쌀 50~200포 놓고간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하늘나라
8년간 군청 주사의 도움 받은 노부부 "더욱 더 힘 내 살아야겠다" 편지글
전주시는 2008년 '얼굴없는 기부천사' 기념비 세워
지난해 12월29일 전주시 완산구 노송동 주민센터에는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시간이 없으니 동사무소 인근 세탁소 옆 자동차 뒤에 A4 종이박스를 놓았으니 빨리 가져가세요.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시고요.“ ‘얼굴없는 천사’는 이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의 말대로 세탁소 옆 자동차 뒤에는 5만원권 지폐와 동전이 든 종이박스가 놓여 있었다. 종이박스 안에는 돈과 함께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이 적힌 종이도 있었다. 이날 그가 두고 간 돈은 모두 5030만4390원.
이 기부자는 2000년 4월 58만4000원을 기탁한 것을 시작으로 15년째 매년 선행을 베풀어왔다. 지난해까지 3억4699만7360원을 기탁했고, 이번까지 15년 동안 총 3억9730만1750원을 동주민센터 근처에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 돈을 놓은 곳을 알리거나 다른 사람을 통해 돈을 놓고 갔다.
이날 전화를 받은 노송동 직원 임나경 씨는 "40대 중후반의 남성 목소리로 들렸으며, 전화번호는 발신전화 제한표시가 떠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익명의 기부자를 전주시민들은 '얼굴 없는 천사'라고 부른다. 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2009년 12월 기념비를 세웠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천사'를 의미하는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주의 극단 '창작극회'는 이달 12일부터 28일까지 '천사는 바이러스'라는 공연으로 이 기부자의 선행을 무대 위에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많게는 10년이 넘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실천하는 '얼굴없는 천사'들이 전국에서 널리 감동을 전하고 있다.
◇죽음도 알리지 않은 대구 '키다리 아저씨'
대구의 ‘수성구청 키다리 아저씨’도 빼놓을 수없는 지역 유명인사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1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추석이 다가올 때면 대구 수성구청에 쌀 기부해 온 ‘키다리 아저씨’. 20kg 500포로 시작해 지난해까지 10kg 2000포 등 11년간 4억원 가량을 기부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한사코 신상을 알리기를 사양하는 탓에 수성구청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성이 박씨이고 평안남도가 고향. 6.25전정때 부산에 머물다 대구에 정착한 뒤 양복지 도매상을 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해 봄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시민들은 끝까지 이름없는 선행을 지킨 아저씨의 죽음에 숙연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주민센터에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9년째 ‘사랑의 동전 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랑의 ‘동전 천사’ 때문이다.
지난해 23일 오후 1시30분께 반송 2동 주민센터에는 ‘동전 천사’가 어김없이 나타났다. 주민센터 측은 이 ‘천사’가 복사용지 두 상자에 동전을 가득 담아 민원대에 얹어두고 홀연히 사라졌다고 전했다.
상자에는 ‘구겨지고 녹슬고 때 묻은 돈, 좋은 곳에 쓸 수 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라는 손글씨 메모와 함께 115만5000여원의 동전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직원에 따르면 허름한 녹색점퍼를 입은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고개 숙여 일하던 직원의 어깨를 두 번 톡톡 쳤다. 이어서 말없이 손가락으로 박스를 가리켰고 박스를 열어본 직원이 그가 ‘동전천사’임을 알고는 급하게 뒤따라갔으나 사라지고 없었다. ‘동전천사’는 180㎝ 정도 큰 키에 마른 체격이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로 동전을 기부하는 익명의 기부자를 ‘동전천사’라 불러왔다. 반송2동 이승용 동장은 “동전천사가 올해도 찾아줄지 내심 기다렸다”며 “기부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소중히 쓰겠다”고 감사를 표한 뒤 동전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인천 남구의 한 익명의 기부천사는 지난해 추석에 백미 10kg짜리 100포를 구청에 기부했다. 지난해 설을 앞둔 1월 24일에도 백미 10㎏짜리 100포가 전달됐다.
남구청은 5년째 명절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백미 100포를 같은 사람이 보내는 것으로 보고있다. 이럴 경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7번 기부를 한 셈이 된다. 5년간 명절에 배달된 쌀의 양을 합하면 6950㎏에 이른다. 이 얼굴 없는 기부천사는 쌀 포대에 ‘즐겁고 행복한 설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는 쪽지만 남기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익명의 기부자가 서울 성동구 금호4가동 주민센터에 전달한 108만원 현금과 손편지.(성동구 제공)ⓒ News1서울 성동구 금호4가동 주민센터는 2년전부터 설이면 찾아오는 '까치'를 기다린다. 지난해 12월 29일 오후에는 2층 민원실에 한 남자가 만원짜리 지폐와 편지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를 전달하고는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사라졌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데다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확인 할 수 없었다.
'날씨가 매우 차갑습니다. 독거노인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적힌 손 편지가 유일한 흔적이다. 상자 안에는 2013년처럼 만원짜리 지폐 108장이 담겨져 있었다. 금호4가동 황인혁 주무관은 “ 작년에는 편지 말미에 ‘이름없는 까치’ 라고 쓰여져 있었다. 올해는 이름은 빠졌지만 글씨체도 같고 내용도 똑 같다”며 “작년 이름없는 까치 그분이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농사지어 모은 돈 이웃 독거노인 위해 쾌척 꼭 여유가 있어서 남을 돕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팍팍한 삶과 맞서면서도 더 어려운 이웃의 손을 잡는 진짜 ‘천사 중의 천사’들도 있다.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한 70대 노부부는 한 달에 받는 40만원 연금으로 생활하면서도 한푼 두푼 모은 1000만원을 선뜻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내놓았다.
지난해 12월27일 오전 10시 해운대구 반여1동 주민센터에 허름한 차림새의 70대 할머니가 들어왔다. 낡은 스카프와 솜털 패딩을 입은 할머니는 평범한 민원인처럼 보였다. 누구도 이 할머니가 5만 원짜리 200장을 묶은 돈다발을 주민센터 접수대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이 돈을 반여동 주민들을 위해 잘 써 주세요”라고 말하고는 뒤돌아 나갔다. 놀란 직원이 뛰어 나와 할머니를 붙잡고 억지로 말을 붙였다. 할머니는 더듬거리며 "우리 양반이 택시를 오래 몰았는데 그렇게 모은 돈이야. 둘이 상의해서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직원은 할머니의 주소를 물었고, 할머니는 주변 주택에 산다고만 했다. 반여동 일대에 낡은 집들이 많이 모여 있다. 할머니 부부 역시 넉넉한 형편이 아님이 분명하다.
할머니의 형편이 좋아 보이지 않아 이 직원은 재차 "이렇게 큰돈을 주셔도 돼요?"라고 물었다. 할머니는 "매달 연금 40만 원이 나오는데 그거면 우리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직원은 끝까지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할아버지한테 혼나"라는 말만 남기고 직원을 뿌리치고 갈 길을 갔다.
반여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총총걸음으로 걸어가시는 할머니의 구부정한 등이 그렇게 커 보일 수 없었다"며 "진짜 부자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얼굴 없는 노부부 천사'가 기탁한 1000만원과 직원들이 모금한 돈을 모아 공동모금회를 통해 주변 어려운 이웃들의 지원에 쓸 예정이다.
전북 장수군 장계면에 4년째 이웃돕기 성금을 기탁하고 있는 한 '얼굴없는 천사'는 올해도 성금 95만원을 면사무소에 기탁했다. 이 기부천사는 연말이면 "A고물상에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맡겨 놓는다"는 전화 한통만 남기고 자취를 감추고 있다.
A고물상 주인은 “(돈을 맡긴 분이)1년간 폐품을 모아 처분한 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고 있는데 올해는 폐품가격이 하락해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없다며 굉장히 미안해했다”면서 “자신의 신분을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밝혔다. 장계면은 기탁된 성금을 관내 저소득 및 독거노인 등 5가구에 연탄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울산 남구 신정2동 주민센터에도 지난해 10월 22일 익명의 60대 할머니가 찾아와 현금 500만원을 기부했다.
할머니는 “외롭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 분들을 위해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제서야 실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도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이었으며 기부한 500만원은 평생 농사를 지어서 모은 돈이었다.
광주시 서구 금호1동에서 홀로 살다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최모 노인(75)이 10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40만 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매달 노인연금 20만 원과 생계 급여 28만 원으로 생활해온 최씨는 그동안 아낀 40만 원을 성금으로 전했다. 강원 양구군의회 직원이 8년간 남들 모르게 노부부에게 선행을 베푼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양구군의회 지방운전 주사 원종배씨(55)로 8년간 뇌병변을 앓고 있는 김종권(75)·최윤애(60)씨 부부에게 8년째 연탄 1000장과 쌀, 고기 등을 보내주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도움을 받자 최씨는 11일 원씨의 선행을 널리 알리고자 양구군청에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들고오면서 세상에 전해지게 됐다. (사진제공=양구군) 2014.12.12/뉴스1 2014.12.12/뉴스1 ⓒ News1 황준 기자남몰래 8년째 기부활동을 해온 ‘얼굴없는 천사’가 뜻하지 않게 얼굴을 드러내게 된 경우도 있다.
뇌병변장애를 가진 김종권(75)·최윤애(60)씨 부부는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도움을 받자 원씨의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직접 쓴 편지를 강원도 양구군청에 들고왔다.
부부는 편지에서 “자살도 여러 번 생각을 했으나 도와주시는 원종배님 생각에 더욱 더 힘을 내 살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이 글을 대통령님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편지 하나로 세상에 알려진 양구군의회 원종배(55) 주사는 연탄 1000장과 쌀, 고기 등을 노인 부부에게 8년째 기부해오고 있다.
이 소식을 들은 지역주민 이병용(26)씨는 “남을 돕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8년간 했다는 것이 대단하다. 다른 사람들도 귀감을 받아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면 따뜻한 겨울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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