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의 제목은 바로 시의 얼굴...
2017년 02월 07일 18시 32분  조회:2933  추천:0  작성자: 죽림

5-3. 제목(題目)에 대하여


시 쓰기에서 시의 제목(title)을 붙이는 일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시의 제목은 바로 시의 얼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맨 먼저 얼굴에서 첫 인상을 보는 것과 같이 한 편의 시를 볼 때 첫 눈에 띄는 것이 시의 제목입니다. 이 제목만 보고도 그 시의 내용을 미리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비추어 본다면 시의 제목은 그 작품의 주제와 일치하거나 주제를 암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황무지』로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영국의 시인 엘리어트(Eliot)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의 문화적, 정신적으로 황폐한 모습을 재생한 것을 암시한 것이 바로 작품 <황무지>이며 단테의 『신곡(神曲)』은 인간의 영혼이 죄악의 세계로부터 회오(悔悟)와 정화(淨化)에 이르고 다시 천국으로 다다르는 경로를 다양하게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현대시들의 제목을 보면 사물이나 관념에서 옮겨와 단순하게 한 단어로 된 명사형이 있는가 하면,
<돌이 되어 누워 있음>(김송배)
<갈고리 마을의 달>(차한수)
<또 다른 고향>(윤동주)
<석류꽃 그늘에 와서>(유치환)
<지붕 위의 바람개비>(방지원)
등과 같이 단순 명사형이 아닌 한 문장의 제목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찌보면 단순 명사형에서 시인들이 사유(思惟)할 수 있는 의식의 한계가 이미지로 전환되는데는 너무 광범위하거나 아니면 이미 기존의 시인들이 동일한 제목으로 시를 창작했다는 유추도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가 시를 쓰는 과정에서 제목을 정하는 방식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ㅇ 제목을 미리 정해 놓고 작품을 쓴다.
ㅇ 작품을 써가는 도중이나 완성한 다음에 제목을 붙인다.
ㅇ 제목이 없이 그냥 일련번호를 매겨서 구분한다.(적당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으면 <무제(無題)> 또는 <실제(失題)>라고 붙이는 경우가 옛날에는 가끔 있었습니다.)
ㅇ 작품 내용 중에서 한 행을 뽑아다가 제목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어떤 제목이 좋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시의 형태나 내용에 따라서 결정될 문제이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살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① 제목은 함축성(含蓄性)이 있어야 한다
    시 전체를 대신하여 이를 암시할 수 있는 것, 어떤 상징성이나 이미지를 띄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② 제목은 신선미(新鮮味)가 있어야 한다.
    낡고 진부한 것을 버리고 독창성이 있어야 합니다.
③ 제목은 간명해야 한다.
    제목 자체가 지저분하다든지 너무 엉뚱하면 시를 읽기 전에 벌써 혐오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④ 제목은 겸손해야 한다.
    시를 배우거나 처음 시 쓰기에 임하는 사람은 특히 유념해야 합니다. 이해가 빠르고 가벼운 제목으로 시작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⑤ 제목은 멋과 재치가 넘치면 더욱 좋다.
    이렇게 시의 제목은 잘 붙이면 경우에 따라서 평범하게 머물고 말 작품이 매우 의미있는 것으로 끌어 올릴 수도 있고 내용이 엉뚱하거나 단조로운 것이라도 그 질서 위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시의 제목은 대체로 어떻게 붙이면 될까요

- 소재를 제목으로 한다.
- 주제를 제목으로 한다
- 소재도 주제도 아닌 다른 그 무엇을 제목으로 한다.
- 제목을 아예 붙이지 않는다. 

 

 

========================================================================

 

 

 

신경의 통로 
―채호기(1957∼)

 

 

산에 있다. 검은 나무둥치와 검은 가지,
녹색의 잎들 사이로 신경이 엿보이는.
그 신경을 바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람이 불고, 잎이 손바닥을 뒤집고
나무의 머리칼인 푸른 살덩이가 송두리째
휘어지고 뒤집히며 얼굴 뒤의 가면을 보여준다.
비가 내린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눈앞에 비의 블라인드가 쳐지고 눈은 갇힌다.
비는 물방울 방울이었다가, 선이 되고
선이었다가 면이 되고 입체가 된다.
물줄기가 된다. 신경의 통로
물속에, 격렬한 역류 속에,
돌의, 풀잎의, 수피의, 잎의, 덩굴줄기의 신경이
하늘의 검은 공기 덩어리의 신경에 연결된다.
비가 온몸에 부닥친다. 심장충격기가 피를
가격하듯 대지의, 하늘의 신경이 맨살을
파고든다. 땀도 아니고 비도 아닌
언어가 몸에서 흘러나온다. 끈적끈적하고
무색의 번쩍이는 언어에 신경이 파고든다.
무의식의 검은 심연을 파고드는 뱀장어처럼
번개가 언어에 접속되고 신경 덩어리가
되는 언어들. 흙, 돌, 풀잎, 수피, 잎,
덩굴, 공기, 빗줄기 등의 단어들이
송두리째 산이 된다. 몸은 
산에 있다.



화자는 산에 있다. 바위 능선이 아니라 ‘검은 나무둥치와 검은 가지’가 울창한 숲 속이다. 바람이 예사롭지 않게 불더니 나무들이 ‘얼굴 뒤의 가면’을 보여준다. 가면은 의도를 암시하는 얼굴, 과장된 표정의 무서운 얼굴이다. 아니나 다를까 ‘방울이었다가, 선이 되고/선이었다가 면이 되고 입체가 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다. 물기둥으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돌의, 풀잎의, 수피의, 잎의, 덩굴줄기의 신경이/하늘의 검은 공기 덩어리의 신경에 연결’되는 ‘신경의 통로’란다. 호된 충격을 느낄 정도로 거세게 몸을 때리는 비! ‘하늘의 신경이’ 화자의 맨살을 파고든단다. 찌릿찌릿 전기를 방출하며 천둥이 울고 번개가 날아다니나 보다. 코를 찌르는 비리고 매캐한 냄새 속에서 ‘무의식의 검은 심연을 파고드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도 화자의 몸에서는 ‘언어가 흘러나온다’. ‘흙, 돌, 풀잎, 수피, 잎/덩굴, 공기, 빗줄기 등의 단어들이/ 송두리째 산이’ 된단다. 독자의 몸도 그 산에 있는 듯하다. 산속의 폭우를 강렬한 언어로 생생히 그렸다. 깊은 산에서 폭우를 만나면 무섭기도 하지만 장쾌하기도 할 테다. 산행에는 비옷을 챙기세요!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30 윤동주 서울 하숙집 가보다... 2017-03-17 0 2522
329 시쓰기는 보석쟁이가 값진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것과 같다 2017-03-17 0 2546
328 윤동주의 시는 끝까지 한글 작품으로 남아있다... 2017-03-17 0 2819
327 윤동주의 친동생 윤일주도 시인이었다... 2017-03-16 0 3718
326 시비(詩碑)가 뭐길래 시비(是非)인거야... 2017-03-16 0 2856
325 한 편의 시에서 시의 1행이 주조행(主調行)이라 할수 있다... 2017-03-16 0 2600
324 윤동주 묘비에는 "詩人尹東柱之墓"라고 워낙 각인되여... 2017-03-16 0 3065
323 시인은 늘 령감의 메시지를 잡을줄 알아야... 2017-03-15 0 2694
322 시의 씨앗은 시인의 몸 안에서 "무자각적"으로 싹터 자란다... 2017-03-14 0 2662
32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이골이 나다"의 유래 2017-03-14 0 2232
320 일본 교토 윤동주 마지막 사진 찍은 자리에 詩碑 세우다... 2017-03-13 0 2739
319 시 한편이 태여나는것은 늘 울고 웃는 과정을 그려가는것... 2017-03-13 0 2407
318 있어야 할건 다 있고 없을건 없다는 "화개장터" 2017-03-12 0 2650
317 우리 고향 연변에도 "詩碑자연공원"을 조성해야... 2017-03-12 0 3046
316 일본 문화예술인들 윤동주를 기리다... 2017-03-12 0 4161
315 일본 한 신문사 부장이 윤동주의 "빼앗긴 시혼(詩魂)"다루다... 2017-03-12 0 2881
314 일본 녀류시인 50세부터 한글 배워 시를 번역하다... 2017-03-12 0 3071
313 일본인 = "윤동주 선배가 나와 같은 의자에서 공부했다니"... 2017-03-12 0 2750
312 일본의 중견 시인이 윤동주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다... 2017-03-12 0 2974
311 일본 녀류시인 이바라키 노리코가 윤동주 시에 해설을 달다... 2017-03-12 0 2692
310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 "실랑이" = "승강이" 2017-03-11 0 2478
309 조선어의 자멸의 길은 있다?... 없다!!!... 2017-03-11 0 3370
308 시는 짧음속에서 큰 이야기를 보여줘야... 2017-03-11 0 2037
307 독자들도 시를 보고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603
306 시인들이 시가 싫어 도망치고 있다... 2017-03-10 0 2269
305 작문써클 선생님들께= 아름다운 순 우리말로 작문짓게 하기... 2017-03-08 1 2766
304 윤동주의 친구 문익환 목사도 시 "동주야"를 썼다... 2017-03-07 0 4549
303 청년문사 송몽규도 시를 썼다... 2017-03-07 0 2731
302 청년문사 송몽규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에 들다... 2017-03-07 0 3935
301 시인과 수석인은 이웃이다... 2017-03-07 0 2291
300 민족시인 윤동주를 연변 룡정 고향에서 모실수 있다는것은... 2017-03-07 0 2374
299 시는 생명의 황금빛이며 진솔한 삶의 몸부림이다... 2017-03-06 0 2527
298 시인은 죽기전 반항하면서 시를 써야... 2017-03-03 0 3180
297 시는 천년을 기다려서 터지는 샘물이여야... 2017-03-03 0 2373
296 시는 이미지 무덤이다... 2017-03-02 0 2744
295 시는 상식, 틀, 표준 등 따위가 깨질 때 탄생해야... 2017-03-01 0 2562
294 시 한수라도 마음속에 깊이 갈무리 해야 함은?!...ㅡ 2017-02-28 0 3408
293 작문써클선생님들께;우리와 다른 알고 넘어가야 할 "두음법칙" 2017-02-28 0 2740
292 시는 "빈 그릇"이다... 2017-02-28 0 2404
291 시문학도들이 알아야 할 시창작원리 12가락 2017-02-27 0 2537
‹처음  이전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