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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할 때 원작을 충분히 존중해야...
2017년 02월 07일 18시 47분  조회:3062  추천:0  작성자: 죽림

문학만필

패러디에 대하여

(할빈) 해주

 

 

 

패러디라는 말이 있다. 알듯 한데 분명하게는 모른다. 그래서 모방이나 도작과 혼돈하기도 한다. 사전식 풀이를 보기로 하자.

패러디란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이라고 한다. 또 기성작품의 내용이나 문체를 교묘하게 모방하여 과장이나 풍자로 재창조하는것을 말하며 때로는 원작에 편승하여 자신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수법이라고 한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그러니 패러디를 하려면 기성작품의 문체를 모방해야 한다. 형식을 본딴다는 말이다. 그런데 형식을 본따는 리유는 그런 형식을 빌어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또 익살이나 풍자가 들어가야 한다. 환언하면 웃으면서 볼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형식을 빌려왔기에 내것이 아니고 그래서 장난기가 다분해진다. 통채로 가져오는 도작이 아니라 모방이다. 단순한 모방은 다른 사람 흉내내기에 그치지만 패러디는 한술 더 떠서 그것에 익살이 섞여야 하고 그래서 보는 사람이 이것은 누구의 작품을 모방했구나 하는것을 대번에 알수 있도록 하면서도 새로운 맛이 있어야 하는것이다.

시를 례로 들어보자.

저 유명한 김춘수(한국)의 <꽃>에서는 이렇게 읊조리고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략)

 

소설가이며 시인인 장정일(한국)은 라디오를 쓴 시에서 이렇게 쓰고있다.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끄고 켜고 싶을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꽃>과 <라디오>를 쓰고있다. <이름 부리기>와 <단추 누르기>로 시작된다. <몸짓>은 <전파>가 되고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존재>(꽃의 경우)가 <마음 내키는대로 사랑하고 헤여짐>(라디오의 경우)에 대한 비판풍자로 환원되고있다.

이와 같이 패러디는 원작에 대한 비판적 읽기가 선행되여야 하고 원작의 문학적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어야 한다. 도작은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는것이고 모방은 원작과 비슷하게 쓰는것이며 패러디는 원작의 형식을 빌어 전혀 다른 내용으로 쓰는것이다.

패러디 역시 작품이고 창작이다. 패러디는 보는 독자가 그게 패러디라는것이 알리게 써야 하며 원작을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 원작에서 한두구절이나 핵심적인 단어만 따오면 그것은 도작이고 모방이지만 패러디는 두 작품이 전체적으로 닮은 꼴이여야 한다.

 

패러디 수법으로는 시공간적 배경 바꾸기, 인물의 성격 바꾸기, 등장인물 바꾸기, 사건 바꾸기 등이 있다. 더 많을수도 있지만 그것은 이제 시창작자들이 스스로 탐색해서 넓혀가야 할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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