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날던 새가 땅을 내려다보며 왈; ㅡ질서 공부 좀 해...
겨울새
하늘을 나는
새를 봐
질서 공부
끝!
―윤삼현(1953~)
AI 즉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겨울 철새의 인기는 하락했다. 주남저수지와 순천만, 시화호 등 철새 마을은 철새를 보려고 몰려든 이들로 얼마나 붐볐던가. 그랬던 것이 조류인플루엔자를 철새가 옮긴다는 소문에 그만 사람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발길을 끊어버렸다. 아, 인기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인기도 독감에 걸린다면 그 근처에 안 갈 것이다. 하하!
철새들의 춤, 그 장관의 군무에도 질서가 있다는 걸 어린이들은 본다. 어린이 시선이 어른보다 낫다. 고니, 기러기, 두루미, 백조 등 우리나라에서 보내는 겨울새들의 춤이 없다면 겨울 하늘이 얼마나 쓸쓸할까. 그들은 리더를 따라 약속처럼 줄지어 하늘길을 난다. 일사불란한 질서. '질서 공부/ 끝!' 이다. 이런 동심이 콕 박혀 시가 보석처럼 빛난다.
요즘 겨울새들도 우리 땅을 내려다보며 이 나라 질서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질서 공부 좀 해"라고 할지 모른다. 우리는 신호등 잘 지켜 길 건너고 운전한 일을 이제 자랑스레 여겨도 좋을 것이다. 딱 넉 줄의 시가 전하는 메시지다.
ⓒ 조선일보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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