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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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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이미지 무덤이다...
2017년 03월 02일 17시 52분  조회:2747  추천:0  작성자: 죽림
 

 

 

"얼~ 쑤~ 신난다..." 







3.인습적 상징을 이용하라 

이상에서 나는 상징의 세 유형 가운데 이른바 개인적 상징에 대해 말했다. 
다음은 이른바 인습적 상징. 말 그대로 이런 상징은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가 
내적 필연성(개인적 상징)이 아니라 오직 인습, 습관, 사회적 약속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런 상징은 일정한 역사적 사회적 특성을 소유한다. 말하자면 한 시대나 한 사회에서만 공유하는 상징이다. 예컨대 십자가는 기독교 정신을 상징하고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고 태극기는 조국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런 상징은 
보편성을 띠는 것이 아니다. 십자가는 기독교인들의 진리이고, 비둘기는 
구약의 문맥에서 평화이고, 태극기는 한국인들의(그것도 남한만의) 조국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태극기를 보고 조국을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적 역사적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상징은 인습적으로 습관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난해하지 않고, 난해하지 않기 때문에 알기는 쉽지만 
한편 시적 깊이가 사라진다. 오늘 이 시대에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 한다고, 
비둘기를 보면서 평화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없고, 그런 생각은 
과거의 인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치 않은가? 내가 사는 아파트 약방 앞 보도 블럭에는 언제나 비둘기들이 모여있다. 놀고있나 하고 가까이 다가가보면 
평화롭게 놀고있는 것이 아니라 모이를 찾느라고 정신이 없다. 
너희들이나 우리나 모두 먹고 살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이런 비둘기들은 
평화가 아니라 먹고 살기위한 고통, 싸움, 전쟁을 상징 한다.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유념할 것은 이런 인습적 상징을 사용하는 경우 그 상징적 의미를 
시의 문맥에 의해 변형 시키고 변주해서 새로운 의미를 보여 주라는 것. 
다음은 비둘기라는 이미지를 인습적 의미로 사용하되 변주시킨 보기이다. 

비둘기들이 걷고있는 이 고요한 지붕은 
반짝거린다, 소나무 사이, 무덤 사이에서 
여기 공정한 ‘정오’ 가 불로서 구성 한다 
바다를,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바다를! 
산들의 고요를 오래 관조하는 
오 사색이 받는 보상이여! 
ㅡ발레리,[해변의 묘지](민희식, 이재호 역) 

시의 표제가 ‘해변의 묘지’ 로 되어있기 때문에‘이 고요한 지붕’은 ‘바다’를 비유한다. 그렇다면 ‘비둘기들’은 바다를 걷고 있는 비둘기로 읽을수 있지만 
바다에는 비둘기가 아니라( 물론 조금 미친 비둘기들은 바다에 떠 있을수도 있다. 김기림의{바다와 나비}에는 조금 미친 나비가 바다에 떠있음) 갈매기가 
많고 따라서 이 비둘기들은 바다위에 떠있는 ‘고기잡이 배들의 하얀 돛대’를 
비유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행은 이중 구조로 되어있다. 하나는 지붕/ 비둘기가 
바다/ 하얀 돛대를 비유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고요한 지붕을 비둘기가 걷고있다는 것. 그러므로 이 시행이 주는 시적 효과는 이런 이중 구조가 산출하고 
그것은 고요한 지붕(바다)에 하얀 돛대가 비둘기처럼 평화롭게 떠있다는 
독특한 의미를 낳는다. 물론 여기서 비둘기의 이미지는 평화라는 인습적 의미를 
유지한다. 그러나 이 비둘기는 비둘기 이면서 동시에 하얀 돛대이기 때문에 
이중적 의미를 암시한다. 요컨대 비둘기의 평화는 하얀 돛대의 평화가 된다. 
이 시의 전경은 소나무 사이, 무덤 사이에서 바다가 반짝이는 풍경이고 후경은 
하얀 돛대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습적 상징은 그 의미를 이렇게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그 보기. 

쫒아오든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려 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수 있었을까요. 
ㅡ 윤 동주.[십자가] 

4. 원형적 상징 

인습적 상징이 시대적 사회적 제약을 받고 그 의미가 사회적 인습에 의존 한다면 
이와는 달리 이런 시대적 사회적 제약을 초월하고 상징(이미지)과 관념의 관계가 보편성을 띠는 것이 있다. 이른바 보편적 상징 혹은 원형적 상징 원형 archetype 은 으뜸가는 이미지, 원초적 이미지라는 뜻으로 시인들, 화가들이 
수많은 이미지들을 생산 하지만 결국은 몇 가지 원형으로 환원 된다는 점에서 
모든 이미지들의 바탕 이라고 부를 수 있다. 융에 의하면 이런 이미지는 
사회와 역사를 초월하는 인간의 보편적 무의식이 생산하고 그런 점에서 
집단 무의식의 산물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미지(상징)는 개인 무의식 
그것도 성적 욕망이 생산 하지만 그의 제자인 융에 의하면 집단 무의식이 생산하고 이런 보편적 상징은 옛날부터 현재까지 인류에게 무의식적으로 계승되는 
이미지이다. 그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소유하는 인간적 꿈, 소망, 원망을 암시한다. 이런 소망은 지금도 계속된다. 예컨대 이 세계는 물, 불, 바람, 흙의 원형으로 
되어 있다거나 자연은 계절적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인간도 다시 태어난다는 
재생 원형 등이 있고, 재생 원형은 결국 우리 인간들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죽고 싶지 않다는 것, 이른바 불사不死,영원에의 꿈을 상징한다. 그런가 하면 
지상의 삶을 초월해서 하늘, 천상의 세계에 닿고 싶은 소망도 있고, 
이런 소망은 흔히 계단, 산, 나무, 탑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예컨대 이런 꿈은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 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 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ㅡ김 현승,[플라 타너스] 


같은 시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시의 중심적 이미지는 ‘플라 타너스’ 이고 
여기서 이 나무는 단순히 가로수를 의미 하는 게 아니라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는 시행이 암시하듯이 하늘과 닿은 나무, 이른바 초월을 상징하고, 이런 초월은 지상으로부터 벗어나 신의 세계에 닿고싶은 인간의 꿈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시의 후반에는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는 시행이 
나오고, 이런 시행을 전제로 할때 인간의 꿈이 나무의 꿈이고 이꿈은 
신의 세계에 닿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 소망을 의미한다. 한편 인간 에게는 탄생, 
창조, 재생에의 꿈이 있고, 이런 꿈은 계절적으로는 봄, 하루의 수준에서는 
새벽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해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어도 
봄은 오지 않았다 복숭아나무는 
채 꽃 피기 전에 작은 열매를 맺고 
불임의 살구나무는 시들어 갔다 
소년들의 성기에는 까닭 없이 고름이 흐르고 
의사들은 아프리카 까지 이민을 떠났다 우리는 
ㅡ 이 성복,[1959년] 


이 시의 경우‘봄’은 오지 않고, 그것도 여름이 되어도 오지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봄은 자연으로서의 봄이면서 동시에 이런 의미를 초월하고 따라서 
관념으로서의 봄이고(‘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이런 봄이 암시하는 것은 새로운 삶, 신생, 창조, 계몽 등이다. 말하자면 죽음을 상징하는 
겨울’과 대비되는 삶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런 삶, 새로운 삶의 창조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노래한다. 



5.상징이냐 알레고리냐 

상징과 알레고리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이 두 기법 모두 이미지를 보여줄뿐 
직접 진술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취의가 생략되고 매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징과 알레고리는 다르고, 이 차이가 중요하다. 알레고리allegory 는
흔히 우유㝢兪, 우화偶話, 로 번역되고allegory는 그리스어로 ‘다른것’을 뜻하는 allos 와 ‘말하다’를 뜻하는 agoreuein 이 결합된 말이다. 따라서 알레고리는 어떤말 혹은 이미지가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을 의미 한다는 
뜻이고, 우화가 암시하듯이 이런 말하기는 상징과 다른 몇가지 특성을 보여준다. 
첫째로 상징이 사물이나 이미지에서 출발해서 관념에 이른다면 알레고리는 
거꾸로 관념에서 출발해서 이미지에 이르는 과정을 밟는다. 
둘째로 상징의 경우 이미지와 관념의 관계가 
1 : 다 로 나타 난다면 알레고리의 경우엔 1 : 1 로 나타나며 시간적 
계기성을 띠고 그런점에서 연속성을 띤다. 
셋째로 상징의 의미는 모호 하지만 알레고리의 경우엔 분명하고 교훈적이고, 
넷째로 알레고리는 이 교훈적인 것과 관계가 있지만 실화성을 띤다는 것이다 
( 좀더 자세한 것은 이승훈, 시작법, 탑 출판사.1988, 201-206면 참고바람). 
다음은 알레고리에 의한시. 


그는 들어왔다. 
그는 앉았다. 
그는 빨강 머리의 이 열병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성냥불이 켜지자 
그는 떠났다. 
ㅡ 아폴리네르,[시](오 증자 역) 


‘그’는 시를 의미하고, 따라서 이 시는 시스기에 대한 시이며, 시쓰기 
혹은 시상이 전개되는 과정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노래한다.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른, 혹은 환각으로 나타난 시가 성냥불을 켜자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 다음과 같은 시도 알레고리의 기법에 의존한다. 


태양신이라고 불리우던 루이14세는 
그의 통치 말기에 
종종 구멍 난 의자에 앉곤 했다 
지독히 어둡던 어느 날 밤 
태양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가 앉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ㅡ 프레베르,[일식](오 증자 역) 



루이 14세를 풍자한 시로 일종의 교훈이 있고, 설화성도 있고, 
이미지가 시간적으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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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 ―임강빈(1931∼ )

백목련 자리가 너무 허전하다
누가 찾아올 것 같아
자꾸 밖을 내다본다 
우편함에는
공과금 고지서 혼자 누워 있다
이런 날엔 전화벨도 없다
한 점 구름 없이
하늘마저 비어 있다
답답한 이런 날이 또 있으랴
마당 한 구석에 노란 민들레
반갑다고 연신 아는 체한다
그래그래 알았다
오늘은 완전 공일이다 

 

 

공일(空日)은 휴일, 곧 쉬는 날이다. 전에는 일요일 하루가 공일이었지만 주 5일 근무가 대세인 요즘은 토요일도 공일이다. 젊은 사람들은 일주일에 이틀 공일도 짧게만 느껴질 것이다. 밀린 잠 벌충하랴, 데이트하랴, 혹은 가족에게 봉사하랴, 거기에 더해 정신과 체력을 충전하고자 바쁜 여가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갈 것이다. ‘인생은 무료하면 길고 충실하면 짧다’고 독일 시인 실러가 말했다지. 싱겁기도! 하나 마나 한 말인 만큼 맞는 말씀이다. 누구 입에서 처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싱겁지 않게 가슴을 치는 말이 떠오른다. ‘하루는 길고 일생은 짧다.’ 

‘백목련 자리가 너무 허전하다’, 꽃 진 지 하루 이틀 아니련만 ‘백목련 자리’에 유독 가슴 허해지는 화자, ‘누가 찾아올 것 같아/자꾸 밖을 내다본’단다. 평일에도 배달되는 우편물이라고는 공과금 고지서요, 전화벨을 울리는 건 마케팅 전화이거늘 오늘은 공일, 아무도 화자를 찾지 않는다. ‘한 점 구름 없이/하늘마저 비어 있다’, 화자의 마음 상태는 가문 봄날의 공기처럼 촉촉함과는 거리가 멀다. 화자의 마음을 설렘과 기대로 그윽이 채워주던 봄의 생기는 꽃들과 함께 지고 여름을 향해 가는 긴긴 낮의 아무 자극 없는, 권태롭고 막막한 공일. ‘답답한 이런 날이 또 있으리’! 누구라도 반갑겠지만 화자가 정말 애타게 기다리는 건 시심(詩心)이리라. 세상에서 잊힌 듯 외롭고 답답해하는 화자는 ‘마당 한 구석에 노란 민들레’를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힌다. 홀연히 날아와 홀연히 핀, 홀연히 떠나갈 노란 민들레, 그것이 인생이거늘. 우리 비자꾸나, 비우자꾸나! ‘오늘은 완전 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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