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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수석인은 이웃이다...
2017년 03월 07일 17시 24분  조회:2292  추천:0  작성자: 죽림

 

 

 

길림시 이도 금풍촌에서... 

▶ 은유의 숙성 방법
                 - 돌을 키우는 사람들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잘 나가는 시인도 아닐진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 그래서 우회적으로 되물어 볼 때가 많다. ‘돌을 키울 줄 아느냐?’는 물음이 그것이다. 난초나 분재만 가꾸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돌멩이인 수석도 기르고 가꾸는 것이다. 수석인들을 두고 필자는 ‘돌을 키우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가 있다. 돌은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잘 읽고 키울 줄 아는 사람이 수석을 아는 사람이며 수석을 사랑하는 애석인(愛石人)이라고 할 수 있다. 수석은 산지(産地)에 따라, 또는 질(質)․형(形)․색(色)에 따라 읽고 키우는 방법이 다르다. 산에서 얻은 것은 산에서 얻은 것대로 강이나 해안에서 얻은 것은 그것대로, 산수경석은 산수경석대로 형상석(形象石)은 형상석대로 키우고 가꾸는 양석(養石)의 방법이 다르다. 

시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대상이나 현상을 단순하게 보고 느끼는 것을 글로 옮겨놓는 것만으로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보고 느낀 것을 정서에 맞게 가꾸고 키워 나가면서 숙성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문학의 문은 열리는 것이다. 

콩을 삶는다고 바로 된장이 되는 것이 아니 듯이.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들고 잘 트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를 다시 소금물에 담가 숙성을 시켜야 그 속에서 진간장이 나오고 또 된장이 나오는 것처럼 발효되고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수석의 경우도 하루아침에 양석되지 않고 끊임없는 애정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필자는 시작 교실을 열 때마다 ‘은유 연습’부터 시작하여 시의 싹을 틔우고 시로써 커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할 때가 많다. 돌을 키워 나가듯 메주를 숙성시키듯 한 마디의 은유를 키워나가면서 시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고나 할까.

은유의 형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무엇은 무엇이다’, ‘무엇은 무엇으로’, ‘무엇이 무엇이라면’ 등의 형식을 바탕으로 키워나가는 연습을 해 보자. 다음은 어느 시작 교실에서 한 수강생이 연습한 내용이다.


① 가을은 오솔길 
   → 가을은 가지 못한 오솔길 
   → 설레는 가을은 가지 못한 오솔길 

② 가을은 조용한 반란으로 
   → 가을은 기지개 켜는 주부의 반란으로 
   → 한밤중의 가을은 
      기지개 켜는 주부의 조용한 반란으로

③ 가을이 주머니 속 열쇠라면 
   → 추억이 그리운 가을이 주머니 속 열쇠라면 
   → 가을이 주머니 속 열쇠라면 
      앨범 속으로 여행을 떠나 


①은 ‘무엇은 무엇’형 은유 ②는 ‘무엇은 무엇으로’형 은유 ③은 ‘무엇이 무엇이라면’형 은유 등 세 종류의 은유를 3단계로 확장하고 키워나간 예이다. 다듬어야 할 부분이 여러 군데 있지만 그런 대로 커나갈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간단하게 3단계로만 확장했는데도 다음에 와야 할 내용을 제한하고 그 범위가 좁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음에 와야 할 내용을 제한하고 범위가 좁아지면 막연했던 내용들이 좀더 구체화되어 시어들 스스로 응집력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위에서 연습한 것들은 이제 막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재료를 적당히 섞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①의 경우를 “가지 못한 오솔길 / 가을 들녘 저 켠에 / ……” 등으로 다듬어나가는 숙성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옮겨 놓은 것만으로도 단순 연습 차원에서 시적 성숙으로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적 숙성은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과는 좀 다르다. 예전에 “라디오는 수도꼭지다. 틀면 나오니까.”와 같은 재치문답이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시에서는 ‘틀면 나오니까’와 같은 이유를 제시해 주지 않고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풀어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의 시를 보자.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그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장정일의 ⌈라디오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길안에서의 택시잡기』. 민음사, 1988, 64쪽)의 전문이다. 위의 재치문답을 문학적으로 숙성시킨 것은 아니지만, 재치문답의 차원과는 다르게 문학으로 숙성된 맛을 실감할 수 있게 해 준다.(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것이지만 … )

이렇게 정서를 가꾸고 키워나가는 방법으로는 돌을 키우는 사람처럼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난초를 키우든 돌을 키우든, 키우기 위해서는 그 대상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잘 키운 돌 하나가 그 사람의 석력(石歷)과 안목을 말해 준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시를 쓴 시인에게도 그를 대표하는 시는 문학적으로 잘 숙성된 한 편의 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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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 얼굴 ―김연희(1981∼ )

돈이 없어서 힘들었다
맛있는 거 못 사 먹고
기저귀도 못 사고

갑자기 똑 떨어지니 어떡해
이럴 줄 몰랐는데 어떡해

난 몰라
난 몰라
생기겠지
생기겠지?

저녁에 해지고
애들이랑 구루마* 끌고 온 그이 마중
문 앞에서 그이가 웃는다
그을린 얼굴엔 찌든 땀이 가득

 

 

돈 많이 벌었어
십만 원 가까이 벌었다
그래서 맛있는 거 먹고
기저귀도 사고.

* 내 남편 한받은 ‘구루부 구루마’를 끌고
홍대 앞을 다니며 음반과 책을 판다



 

 

화자는 젊은 여자지만 어린애가 딸렸으니 일거리를 찾기 힘들 테다. 젊은 남자일 화자 남편도 일자리가 불안정하다. ‘난 몰라/난 몰라’, 화자는 속수무책으로 애를 태운다. 아기 기저귀도 떨어져가고 어쩌면 쌀도 간당간당하고. 지난 세기의 60년대나 70년대 얘기가 아니다. ‘삼포세대’ 남녀가 부잣집 자식도 아니면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지 않아 처한 작금의 현실이다. ‘생기겠지/생기겠지?’, 문 앞에서 작은애를 업고 큰애의 손을 잡고 일 나간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늦저녁. 다행히 ‘그이가 웃는’단다! 힘없고 쓸쓸한 웃음이 아니라 활짝 갠 웃음일 테다. 빤한 살림을 모를 리 없는 남자도 온종일 속이 탔겠지. ‘돈 많이 벌었어/십 만원 가까이 벌었다’! 의기양양한 남편의 보고에 아내 얼굴이 환해졌겠지. 애들도 영문 모르며 까르륵거렸겠지. ‘그을린 얼굴엔 찌든 땀이 가득’, 고맙고 안쓰러운 내 남편, 애들 아빠! ‘그래서 맛있는 거 먹고/기저귀도 사고’, 당분간의 다행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박한 기쁨을 만끽하는 화자다. 

내가 알기로 김연희는 일반적인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시인이다. 삶을 섬세한 촉수로 더듬는 자세를 잃지 않고 살려는 이가, 그 일상을 일기 쓰듯 시로 써서 그게 모이면 혼자 작은 시집으로 내는, 말하자면 ‘재야’ 시인이다. 이 시는 2년 만에 낸 그의 두 번째 시집 ‘작은 시집’에서 옮겼다. 쉽고 군더더기 없는 시어로 다듬은 시들에서 편편이 전해지는 시인의 여리고 따뜻하면서도 견결한 심성이 독자를 기어이 정들고 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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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냐?!... 일치이냐?!...@@ {1234567891011}...
[이데일리 e뉴스 최성근 기자]
...탄핵 심판 진행 과정에서 나온 숫자가 화제다.
지난해 12월 9일 ...탄핵안이 재적의원 300명 중 299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234명, 반대 56명, 무효 7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 탄핵안 발의일인 8일과 가결일 9일,
그리고 탄핵 선고 날짜 10일과 탄핵선고 시간 11시를 연결하면
결과가 1부터 11까지 나란히 연결되는 숫자 조합이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역시 우주의 기운인가요’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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