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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우리 겨레의 숨결을 옮겨 놓아야...
2017년 04월 03일 01시 06분  조회:2401  추천:0  작성자: 죽림
 

우리 숨결을 옮겨놓은 시를 
-이근배- 

제가 시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일, 제가 읽은 좋은 시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자 합니다. 시 읽기란 무엇인가는 저보다 여러분이 잘 아실 것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동 
물하고는 다르다는 것, 일반적인 목석이나 자연 식물과 다른 것은 인간이 영혼을 가진 동물 
이라는 것이지요. 영혼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습니다만, 그 안에는 감정이나 정신이라든가 
정서, 생각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구별되는 것들이 말입니다. 
그런 것들을 다른 말을 빌어 표현한다면 시심(詩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심은 시를 쓰는 분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밭을 가는 농부에게도 있고 빨래하는 아 
낙네나 공장에서 용광로에 쇳물을 끓여 붓는 이들에게도 시심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 
가 일상 생활을 해 나가면서 그 시심이 나의 삶 속에서 어떻게 표출되느냐 하는 데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시를 쓰고 시를 생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 
지, 가령 여러분들이 입고 있는 이 의상 속에서도 미술이 있고, 또 젊은이들이 무대에서 춤 
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데, 끝없이 우리 생활 속에 음악이 있고 노래가 들어 있습니다. 음악 
뿐 아니라 모든 예술 분야가 우리 삶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를 알게 모르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다만 생활하면서 시를 즐 
기는, 즉 의도적으로 시집을 사서 읽고 외우고 하는 층이 있고, 조금 더 나아가서 시를 창작 
하는 분들이 있고, 또 더 나아가서는 시를 직업적으로 생산해내는 분들이 있을 뿐입니다. 정 
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 시를 생활화하고 시를 쓰는 것입니다. 특 
히 우리 민족은 아주 고대로부터 시를 생활화해 왔고 또 시 짓기를 잘하는 민족입니다. 우 
리 민족이 시를 쓰는 민족이라는 걸 가리켜 저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민족은 어머 
니 뱃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시인이 될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다고요. 

몇 해 전에 제가 중국 연변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세미나장에서 우리 조선족 출신 연변대 
학 교수 한 분이 주제 발표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조선족은 누구나 다 시의 천재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저는 저 나름대로 우리 민족은 누구나 다 시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왔는데, 그분은 
한술 더 떠서 시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증거로 그는 다음과 같은 사실 
을 들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겠습니다만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여서 시인, 작가를 비롯한 
문학인들은 중국 정부로부터 공무원처럼 급료를 월급으로 받습니다. 오늘날 중국에서 정부 
로부터 급료를 받는 시인 작가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 오천 명 가량 있답니다. 그런데 그 가 
운데 조선족이 오백여 명으로 십분의 일 정도 된답니다. 중국의 전체 인구는 14억이고 조선 
족은 중국 전체에서 2백만 명을 헤아립니다. 인구 비례로만 따진다면 적어도 오백 명의 작 
가를 배출하려면 적어도 한 1억 4천만쯤 있어야 되는데, 불과 2백만 명의 조선족이 14억 전 
체 인구가 배출한 작가의 십분의 일이나 되는 문학가들을 낳았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 
습니다. 
그런데 어찌 5백 명뿐이겠습니까. 다른 분들도 시적 문학적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만 농사도 
지어야 되고, 공장에서 일도 해야 되는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탓에 시를 안 쓰고 있달 뿐 
이지 누구나 다 시를 쓸 수 있고 문학을 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옛날에 서 
당에 가서 서너 살쯤 되어 [천자문]만 떼기 시작하면 시 짓기부터 배웠지 않습니까. 그래서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생겨날 정도로 우리 민족은 누구나 시를 곧잘 쓰고 사랑해 왔습니다. 

<우리 모두 핏속에는 시의 혼이 흐른다> 

사람에게는 영혼과 육신 두 가지가 공존합니다. [성서]에 이런 말이 있지요. '나에게 두 덩 
이의 빵이 있다면, 하나는 먹고 하나는 팔아서 꽃을 사리라.' 여기서 빵은 육신의 양식이요, 
꽃은 영혼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또 
좋은 잠자리를 갖기 위해서 참 많은 일을 하고 많은 노력들을 기울입니다. 그런데 그 결과 
육신의 편안함을 가져다주고 좋은 양식은 살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곧 영혼의 양식이 되지 
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꼭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 여러 가지 예술 
을 영혼의 양식으로 마련하는 것입니다. 
시심이라는 것이 꼭 시만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시심이 있으니까 미술심도 있고 음 
악심도 있고 연극심도 있는 것은 아니고 그게 다 통틀어서 시심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그 속에서 내가 주인공도 되어 보고 내가 아버지도 되어 보고 아들 
딸도 되어 보곤 합니다. 그런 보상 심리를 통해 사랑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고, 이별도 해 
보는 것입니다. 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에 담겨 있는 시인의 마음을 내 것으로 삼는 것이 
시 읽기 본래의 뜻인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위안을 받고 마음의 평화를 받고, 공감하여 때 
로는 웃고 울고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도 시를 쉽게 접할 수 있고, 2, 3년 전부터 주요 일간지에서도 연재 
소설을 싣지 않는 대신 매일 시를 싣는 등 서점에 가지 않아도 쉽게 시를 접할 수 있게 되 
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는 시집 한 권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가령 소월 시집 정 
도를 찾아볼 수 있을까 시집이라는 것이 서점에도 거의 없었고, 누구한테 빌려볼 수도 없었 
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시가 지하철역에도 있고 속된 말로 보고싶으면 얼마든지 공짜로 인 
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되지 굳이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하는 것에 우리가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회적으로도 시 읽기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고, 
특히 초·중·고등학교 교과서, 대학교재 같은 데서는 명시들을 중심으로 다각도로 해석, 분 
석하는 글들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꼭 옳은 답인가 하는 것은 의문입니 
다. 실제로 대입 수능시험에 출제된 시에 관한 문제에 따라 제시된 답이 정답인가 하는 것 
은 누구도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일찍이 T. S. 엘리어트는 '시 해석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 
라고 갈파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까 누가 해석을 하더라도, 심지어는 작자 자신이 '이것은 
뭐다'라고 말했다 해도 불변의 정답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일단 그것은 언어라는 기호로 표현을 했을 때, 받아들이는 사람이 각자 지닌 언어의 스펙트 
럼에 의해서 여러 가지의 얼굴을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낱말이 가지고 있는 것들 
이 이런 얼굴도 있고 저런 얼굴도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를 생산할 때 이미 같은 
사물이라고 하더라도, 즉 장미꽃 한 송이를 본다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이 여기 있는 여러분 
이 백 명쯤 된다고 하면 백 명의 사람이 장미를 보았을 때 각각 느끼는 생각, 거기서 받아 
들이는 감정들은 동일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제3자가 정확히 집어낼 수 있 
겠습니까. 
김시습이라는 천재가 있었습니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밀어내고 왕에 앉았을 때 글을 
그만 읽겠다고 삼각산에서 글을 읽다가 책을 불에다 태웠다는 말도 있고, 또 똥통에 절였다 
는 말도 있습니다만, 천하를 떠돌면서 시를 쓴 아주 천재입니다. 다섯 살 때 이미 {사서삼 
경}을 마스터하고 세종대왕이 특별히 비단도 내렸다는 전설적인 인물이 김시습입니다. 이분 
이 돌아가신 지 89년 뒤인 선조 임금 당시, 최대의 등용문인 과거에 율곡 이이는 장원급제 
를 아홉 번이나 했습니다. 그래서 해동공자라고도 하고 대학자이고 대문장가인 율곡 이이에 
게 {김시습전}을 쓰라고 명령을 합니다. 그래서 김시습이 작고한 지 89년 뒤에 율곡 이이가 
김시습전을 썼는데 거기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매월당의 시는 귀신이 부르고 대답하는 것 같고, 산 속에도 숨어 있고, 바다에도 들어 있고 
해서, 글자를 아로새기는 자들이 넘겨다볼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공부해야 할 점입니다. 율곡 같은 대문장가도 89년 전에 돌아가신 김시습을 
시를 가지고 찬탄을 한 것이 있습니다. 아주 시를 잘 쓰는 분들이, 위대한 시인들이 쓴 그 
시대의 언어들이 있습니다. '시인은 그 자신을 씀으로 해서 시대를 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 우리는 그분들이 어떤 생각, 어떤 시대, 어떤 위치, 어떤 상황에서 그 시를 노래했는지 
정확히 판별하지 않고 그것을 다 이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대한 시인들이 쓴 
글은 율곡이 김시습의 시를 말한 것처럼, 우리는 그저 글자나 아로새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속에 있는 깊은 뜻을 어떻게 다 듣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의 시는 모국어로 되어 있습니다. 모국어는 어머니의 나라 말이라는 뜻인데 저는 이것 
을 줄여서 어머니의 말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만 내 나라라고 할 
때는 '조국(祖國)'이라고 씁니다. 왜 내 나라라고 할 때는 조국이라는 할아버지 '조(祖)'자를 
쓰는데, 굳이 내 나라 말이라고 할 때는 여성인 어머니 '모(母)'자를 쓰는가 하면, 조국이라 
고 하는 말속에는 아주 강한 우리의 줄기찬 역사가 있습니다. 단군 할아버지도 계시고 을지 
문덕, 연개소문, 이순신, 강감찬, 윤봉길 안중근 같은 분들의 이름이 떠올릴 수가 있습니다. 
우선 총칼과 창으로 나라를 지키는 드센, 뿐만 아니라 민족이 살자면 먹고살아야 합니다. 바 
다에 가서 고래도 잡고 논밭도 갈고 고구려 벽화에 보면 활로 호랑이를 사냥도 하고 이렇게 
농경사회에서 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다 남성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라를 지키고 생활을 
일구어 온 조국의 역사를 이끌어온 힘을 조국이라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 나라 말이라고 할 때 모국어라고 어머니 모자를 쓰는가는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말을 배우는 것은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에게서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 
머니의 뱃속에서 어머니로부터 들려오는 소리가 바로 모국어가 아닙니까. 어머니라고 하는 
말속에는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 젖줄, 부드러움, 눈물 등이 복합적으로 있습니다. 그래서 그 
따뜻하고 부드럽고 한 그런 언어들이 어머니의 말입니다. 또 하나는 모국어라고 하는 까닭 
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충청도 당진에서 할아버지 품에서 자랐습니다. 할아버지는 말을 별로 만들 
어 쓰시는 분이 아닙니다. 진술적인 말인 밥먹어라 어디 갔다오라든지 딱딱한 말만 쓰시는 
데 우리 할머니는 아주 유난스럽게 말을 비틀어 쓰셨습니다. 그래서 곁말 쓰기를 많이 하시 
는데 우리가 쓰는 문학적인 언어들은 다 어머니들이 만든 언어였습니다. 남성들은 말을 잘 
만들지 않는데 어머니들은 비틀기를 해서 곁말을 많이 씁니다. 그 예가 속담입니다. 남성적 
인 속담도 많습니다만 대개는 여성들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 
넣어야 짜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죽 쑤어서 개 좋은 일 시켰다', '누워서 떡 먹기, 바 
늘 가는 데 실 간다' 등의 상징적인 말을 쓰는 것은 어머니들입니다. 어머니들로부터 그런 
말을 배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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