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작은 섣부른 감정을 억제하고 간접화법으로 노래하라...
2017년 04월 03일 01시 14분  조회:2219  추천:0  작성자: 죽림
 

<섣부른 감정을 억제하고 간접화법으로 노래하라> 
-이근배-

김기림의 수필 [길]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1936년 그가 스물여덟 살 때 
쯤 발표한 것입니다. 김기림은 함경도 성징 태생으로 여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1914년, 즉 막 한일합방이 되던 무렵, 아버지는 계모를 들였고, 어린 소년이 어떻게 자라왔 
느냐를 짧은 수필에 담았습니다. 

'나의 소년 시절은 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江가로 내려 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江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 
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 
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이 수필은 몇 대목에서 우리가 음미할 대목이 있습니다. 즉 도입부는 한 문장입니다. 첫 문 
장에서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자기 마을의 풍경과 두 번째로는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라 
는 대목으로 어머니를 일찍 여의였음을 말하고, 세 번째로는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 
다'라는 대목에서 유년 시절이 방황과 배회로 점철되어 있음을 나타냅니다. 두 번째 문장의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는 얼마 전 작고하 
신 황순원 선생의 [소나기]에서와 같은 사랑을 그린 겁니다. 그래서 푸른 하늘 빛에 이끌려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강가라는 공간과 
노을이 지는 시간이 자기 속에 어떻게 각인되느냐를 이미지로 그린 게 실감나게 그려졌습니 
다. 
아시는 바와 같이 가마귀는 텃새입니다. 반면에 두루미는 철새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새를 가리키는 말은 아닙니다. 가마귀와 두루미로 상징되는, 어린 소년을 보살펴 주던 어머 
니며 누이들이 떠나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다음 '모래둔(모래언덕)'과 '어두운 내 마음 
'은 병치되어 있습니다. 쓸쓸한 마음을 깔깔하고 음산한 모래둔에 비긴 것입니다. 
'어느 새 어둠이 기어와서'에서는 동구 밖에 우두커니 서 있는 소년이 보이고, 뺨의 얼룩에 
서는 그 소년의 볼에 흐른 눈물이 보입니다. 어둠이 눈물을 가려주는 것을 수사법으로 그린 
것입니다. 
제가 이 수필을 굳이 들려 드리는 까닭은, 가령 저 같으면 한번쯤이라도 슬프다거나 울었다 
거나, 눈물이라거나 그립다거나 외롭다거나 하는 말들을 쓸 법한데 잘 절제되어 있기 때문 
입니다. 말을 쓸 때 직접적인 말을 쓰지 않고, 어떻게 간접화법으로 수필이며 시를 썼는가 
하는 것에 눈뜨게 하는 명편입니다. 모름지기 우리도 간접화법을 이용하여 말맛을 자아내면 
서 자신의 심상을 그리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50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2) 2017-05-05 0 2845
449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 2017-05-05 0 2619
448 시인은 자국자국마다 시향을 흩날려야... 2017-05-05 0 2809
447 시의 파문이 느리게 오래 지속되는 시를 써야... 2017-05-05 0 2483
446 시인은 위대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2017-05-05 0 2500
445 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것이다... 2017-05-05 0 2156
444 [고향문단소식] - 시내물 흘러 흘러 강물이 되여 바다로 간다... 2017-05-04 0 2424
443 시인은 령혼이 없는 시, 5차원이 없는 시를 쓰지 말아야... 2017-05-04 0 2299
442 시인은 함께 하는 눈과 멀리 보는 눈이 있어야... 2017-05-04 0 2317
441 시인은 화폭같은 이미지를 잘 구사할줄 알아야... 2017-05-02 0 2704
440 시는 짧은 속에서 시인의 시력과 시야가 압축되여 있어야... 2017-05-01 0 2359
439 시인은 언어란 이 괴물을 쉽게 휘여잡을줄 알아야... 2017-05-01 0 2409
438 시인은 고독한 원을 긋으며 도망친다... 2017-05-01 0 2397
437 시란 잘 고양된 수학이다... 2017-05-01 0 2955
436 [시문학소사전] - "이미지스트"란?... 2017-05-01 0 3675
435 [시문학소사전] - "무운시"란?... 2017-05-01 0 3579
434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론으로 시창작에 림하면 행복하다... 2017-04-30 0 1985
433 시의 정신활동은 가장 중요하게 통찰력과 상상력 이다... 2017-04-30 0 2258
432 시를 배울 때 이전에 배운 지식들을 다 버리시ㅠ... 2017-04-30 0 2172
431 시를 공부하는 과정에는 "이미지"가 한 필수조건 이다... 2017-04-30 0 2294
430 시지기라는 눔에게 "치매 걸린 엄마"라도 있었으면... 2017-04-30 0 2193
429 시인은 고독을 줄기차게 친구 삼고 문제의식을 늘 가져라... 2017-04-30 0 1996
428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2017-04-24 0 3223
427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크릴로프의 우화를 읽게 해야... 2017-04-24 0 3113
426 시란 무경계 세상에서 희노애락의 꽃을 꽃피우는 행위이다... 2017-04-24 0 2480
425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를 찾아야 생명력이 있다... 2017-04-23 0 1934
424 "시인"이랍시고?-, 당신의 "구두"는 젖어보았는가... 2017-04-21 0 2317
423 윤동주 묘비의 각인을 살펴보다... 2017-04-21 0 3468
422 아프리카 세네갈 대통령 시인 - 상고르 2017-04-20 0 2564
421 시인은 시를 오랫동안 삭힐줄 알아야... 2017-04-20 0 1919
420 [쉼터] - "연변말"이 "마지막 수업"으로만 되지 말기만을... 2017-04-19 0 2381
419 아리랑은 영원한 아리랑이다... 2017-04-19 0 2203
418 시속에 무르녹아 있는 시어와의 만남을 류의하라... 2017-04-19 0 2531
417 [시문학소사전] - "산문시"란?... 2017-04-19 0 3061
416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이다... 2017-04-19 0 2471
415 절대적으로 정신을 차려야 할 편집들께= "표절은 절대 금물" 2017-04-18 0 2735
414 그대들의 마음속엔 어떤 나무를 심었는가?!... 2017-04-18 0 2093
413 <화투> 잡설시 2017-04-18 0 2465
412 서사시는 敍事詩로서 장시(長詩)이다... 2017-04-18 0 2159
411 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서사시를 지은 시인 - 호메로스 2017-04-18 0 2514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