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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소설이 '一卽多'(일즉다)라면, 서정시는 '多卽一'(다즉일)이다.
소설은 사람은 누구나 사람이면서 얼마나 다르게 사는지 보여준다.
서정시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을 알려준다."
국문학계 원로인 조동일(78) 서울대 명예교수는 불교 화엄철학의 세계관인 '일즉다 다즉일'(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이다)을 가져와 소설과 서정시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대비시킨다.
소설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겪는 체험을 보여주는 반면,
서정시는 서로 다른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자아로 끌어들여 속마음이 하나라는 점을 내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동서양의 이름난 서정시들을 속마음의 성격에 따라 나눠 묶은 시선집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가 최근 출간됐다. 실향·이별·유랑·위안·자성·항변 등 주제별로 100여 편씩 6권에 싣고 작품마다 해설을 달았다.
독일 낭만주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은 '고향'에서 "나를 키워주던 그대 거룩한 강가여,/ 사랑의 괴로움을 진정시켜주겠나."라며 고향으로 돌아가 위안을 얻고자 한다. 100여 년 뒤 김소월 시인도 "죽어서만은 천애일방 헤매지 말고/ 넋이라도 있거들랑 고향으로 네 가거라."라고 썼다. 고향 상실은 결핍의 일종이고 실향시는 이 결핍을 보완하려는 시도라고 조 교수는 설명한다.
서정시의 주제는 고향과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에서 시작해 먼 곳으로 가 유랑하고 시에서 위안을 얻는 데까지 나아간다. 시인 노릇에 대한 자성과 그릇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항변이 뒤따른다.
세계의 부조리, 그에 대한 투쟁 의지를 속마음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저항·참여시도 엄연한 서정시다. 조 교수는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와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자유'를 나란히 놓는다. 표절 시비로 비화할 만큼 빼닮은 두 작품의 차이를 조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공중에서 내려다보면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총체적 자유를 말할 수 있는 여유가 김지하에게는 없었다. 엘뤼아르의 초현실주의는 상상과 연상의 공중비행을 가능하게 했으나, 김지하는 사실주의의 노선을 견지하면서 탄압을 무릅쓰고 부당한 현실과 대결해야 했다."
조 교수는 현역 시절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 등 저서로 서사문학을 체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시 짓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면서 상징주의 시에 심취했다"는 소회를 보면 서정시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보인다. 조 교수는 "상징주의 시를 시가 되게 번역해 공감을 나누고 싶은 소망을 오랫동안 간직하다가 이제야 조금 실현한다"며 "소설을 편애한 잘못도 바로잡고 시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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