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인은 령혼이 없는 시, 5차원이 없는 시를 쓰지 말아야...
2017년 05월 04일 22시 42분  조회:2306  추천:0  작성자: 죽림
시를 쓰는 세 단계

                           - 이형기 님의 시창작법 참고 



영국의 시인이자 시론가인 루이스가 쓴 <젊은이를 위한 시>라는 책을 참고하여 이 형기님은 시를 쓰는 단계를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시의 종자'를 얻는 단계이고,
두 번째는 이 종자가 시인 정신 내부에 성장하는 단계이고.
세 번째는 하나하나 언어를 골라 거기에 구체적인 표현을 부여하는 단계 이다.

한 단계씩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개개인들의 시 쓰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 

1. 첫 번째는 '시의 종자'를 얻는 단계 

'아, 이거 시가 되겠다' 싶은 인상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있으면 시의 종자가 될 수 있다. 이 종자는 반드시 노트에 적어야 한다. 

그 종자를 당장 한 편의 시로 만들려고 서두를 것은 없다. 시를 쓰려고 서두르면 상상력이 종자 자체에만 얽매어 표현이 단조롭고 내용이 빈약한 시가 되기 때문이 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조급증을 부리지 말고 지긋하게 기다릴 줄 아는 힘 을 기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의 종자를 붙든 순간에 펜을 들어 단숨에 한 편의 시를 써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패율이 높고 성실성도 문제 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그렇게는 시를 쓰지 말아야 한다. 

또 시의 종자를 노트에 적는 것이 중요한데 시의 종자를 노트에 적지 않으면 완전 히 까먹어 종자가 싹터서 자랄 수 없는 멸실(滅失) 상태가 된다. 그러므로 노트에 꼭 적어 두어야 한다. 노트가 곧 시의 종자의 생명력을 보증하는 비망록이라고 볼 수 있다. 

2. 두 번째는 종자의 성장과 시적 사고를 하는 단계 

종자 얻기 과정을 거치면 다음에는 그 종자가 시인의 정신 내부에서 성장하는 단 계에 접어들게 된다. 종자의 성장은 며칠 동안 속성(速成)으로 자랄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성장이 느리다면 수 년 동안 시를 몇 편 쓰지 못 할 것이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갖지만 우리 속에 자라는 시의 종자가 하나일 수 없다. 여러 개의 종자가 동시에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의 종자가 혼자 힘으로 소망스럽게 쑥쑥 자란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제대로 싹틔우고 자라게 하려면 정성어린 노력이 필요하다. 전 날 쓴 노트를 펼쳐 그 종자를 보며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하게 되면 성장과 발전의 단계에 접어 들게 되는 것이다. 

서정주 님은 <국화 옆에서>라는 시를 쓰고 나서 이런 말씀을 그의 자서전에 남겼다. 
"내가 어느 해 새로 이해한 이 정밀한 40대 여인의 미의 영상은 꽤 오랫동안 -아마 2-3년 동안 그 표현을 찾지 못한 채 내 속에 잠재해 있었다가 1947년 가을 어느 해 어스름 때 문득 내 눈이 내 정원의 한 그루의 국화꽃에 머물게 되자 그 형상화 공작이 내 속에서 비로소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서정주, <시작 과정>에서 

그러니까 그 종자의 획득은 2-3년 동안 지속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떠오를 수 있게끔 시적 사고를 거듭하면서 준비를 해온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세 번째는 구체적인 언어 표현 찾기 단계 
이 단계에 이르면 시를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시를 쓰려고 할 때는 가장 적합한 표현의 언어를 찾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신을 집중해도 척척 풀리지 않을 때, 시인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이를테면 뜰을 거닐거나, 목욕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아니면 침대에 누워 명상에 잠긴다. 

< 국화 옆에서>를 쓴 서정주 님의 말을 빌리자면 몇 시간 누었다, 앉았다 하며 비교적 쉽게 1-2연을 썼고, 마지막 연은 좀처럼 생각이 안 나서 잠 자버리고 며칠 동안 그대로 묵혀두었다가 완성했다고 한다. 서정주 님도 해산의 고통을 겪으며 <국화 옆에서>를 완성했는데 하물며 시의 초심자의 경우는 어떤 자세로 시를 써야겠는가? 그러나 고통이 아무리 크다해도 작업의 결과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되면 그로써 고통은 절로 보상된다. 

마지막 단계에 하나 더 붙인다면 퇴고(推敲)이다. 초고를 1주일 정도 설합에 넣어 두었다 꺼내면 자신의 시라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 때 초고(草稿)를 다시 검토하면 완성된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이다. 


--------------------------------------------------------------------------------------------

 

 

 

납작 ―정다운(1977∼ )

은퇴한 아버지는 유명 카페 가맹점을 냈다
커다랗고 똑같은 간판이 싫단다
하지만 아무도 간판 보고 찾아오지 않는다 지도앱을 이용하지

어쩌다 한 번 이메일을 받았다 검색창에 내 이름을 넣어도
좀처럼 찾아지지 않는다는 말
널 치면 네가 다니는 회사 네가 먹은 저녁이 뜨는데
너의 이름은 유별나고 거칠고 물고기처럼 덥석 무니까
정다운 원룸이나 어린 여배우가 나오는 내 것과는 아주 다르다

내가 너를 기억하는 방식은 그 길을 머릿속으로 다시 걷는 거
지하철역에서 포장마차를 지나
아파트에 둘러싸인 움푹한 공터까지 가면
아무도 없는 새벽의 낮은 흥분과
누가 베란다 밖을 내다 볼 것 같은 불안이 거기 있다

너는 꿇어앉고 나는 그 마음을 자꾸 묻고
그런 게 대체 어디 있다고
우린 그렇게 어렸고 그렇게 들쑥날쑥했다

 

 

사람들은 목을 구부리고
손가락으로 화면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납작한 지도 위를 잘도 걸어 다닌다
이제 기억은 골목처럼 구부러지는 게 아니라 목록처럼 길어져서
인기 많은 아빠의 가게가 있고
검색되지 않는 내가 저 밑에 있고
너는 몇 쪽쯤 찾아보다가 포기했을 것이다



 

 

‘유명해야 유명해질 수 있다’, 영국 작가 조지 기싱의 1891년 출간 소설 ‘신 삼류문인의 거리’에 나온 말이다. 유명한 건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한번 이름나야 이름이 더 알려지고, 더 알려진 이름은 더욱더 알려지게 마련이다. 기싱 시대에도 그랬거늘 하물며 이 인터넷 시대에는 ‘아무도 간판 보고 찾아오지 않는다 지도앱을 이용하지’. 손님은 카페 간판에 담긴 업주의 마음이나 꿈 같은 건 관심 없다. 이미 ‘유명 카페’가 올라 있는 ‘지도앱’만을 신봉한다. 이렇듯 유명하다는 것은 장사에도 아주 이익이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연예인이나 음식점이나 어떻게든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 한번 올리기를 그토록 원하는 것.


외부를 향한 공적 영역뿐 아니라 마음이나 추억 등의 개인적이고 내적인 영역도 인터넷에 내준 사람들이 많다. 옛 애인이나 친구가 그리우면 이 시 3연의 화자처럼 추억의 장소를 기억 속에서 더듬거나, 실제로 찾아가 하염없이 거니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런데 ‘너’는 대뜸 검색창을 두드려보는 사람. 왜 ‘나’를 만인의 ‘근황’과 ‘소문’의 긴 목록인 검색창에서 찾는가. 그리고 뭘 잘했다고 못 찾겠노라는 메일을 보내는가. 검색창에 뜨지 않으면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건가. 영혼 없이 나를 찾지 마오. 나는 2차원의 납작한 존재가 아니라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10 오늘의 시는 하나의 시적 세계어의 성립을 지향해야.. 2017-04-18 0 1937
409 시가 려과없이 씌여지면 시가 산만해지고 긴장감을 잃는다... 2017-04-18 0 1864
408 불쌍한 시들을 위하여 시인들은 장인정신을 갖추어야... 2017-04-18 0 2201
407 시는 쉬지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여야... 2017-04-18 0 2071
406 시는 소박하고 꾸밈없는 필치로 속이 꽉차게 써야... 2017-04-18 0 2299
405 시는 삶의 희노애락이 얼룩진 보물상자에서 나온다... 2017-04-18 0 2440
404 시는 상투적인 설명에 그치지 말아야... 2017-04-18 0 2443
403 시인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오늘도 많이 떨어지고... 2017-04-18 0 2160
402 초현실주의는 문학예술운동을 넘어선 삶의 한 방식이다... 2017-04-11 0 3750
40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영화를 본후 시쓰기... 2017-04-10 0 2857
400 단시 모음 2017-04-10 0 3110
399 시는 온몸으로 온몸을 다해 밀고 가는것이다... 2017-04-10 0 2179
398 장 콕토는 시인이자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였다... 2017-04-10 0 3002
397 "...뼛가루 한점이라도 원쑤의 땅에 남길수 없다"... 2017-04-09 0 3464
396 "부끄럼 없는 인생"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2017-04-08 0 2402
395 시는 압축과 생략의 문학이다... 2017-04-08 0 2767
394 시작은 조탁(彫琢)과 사랑이다... 2017-04-08 0 2582
393 윤동주의 무기는 "시"였다... 2017-04-06 0 2399
392 시는 정서의 흐름으로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2017-04-06 0 2514
391 [시문학소사전] - "그로테스크"란?... 2017-04-05 0 2686
390 [시문학소사전] - "아라베스크"란?... 2017-04-05 0 3549
389 현대시를 알려면 현대시의 구조를 알아야... 2017-04-05 0 3300
388 시인은 추한 명예를 베고 눕지 않는다... 2017-04-05 0 2496
387 시를 쓰는 기본자세는 사물에 대한 애정이다... 2017-04-04 0 2637
386 현대시는 전통과 현대 서구적인것의 접목작업을 공감하기 2017-04-04 0 2323
385 시작하기전 철학공부를 하지 안아도 된다?... 꼭 해야 한다!... 2017-04-03 0 2308
384 시작은 섣부른 감정을 억제하고 간접화법으로 노래하라... 2017-04-03 0 2231
383 시는 멀리에 있는것이 아니라 가까운 삶속에 있다... 2017-04-03 0 2725
382 어머니의 말은 풍성한 시의 원천 2017-04-03 0 2115
381 시에 우리 겨레의 숨결을 옮겨 놓아야... 2017-04-03 0 2419
380 시작은 생활로부터의 도피이며 해방이다... 2017-04-03 0 2665
379 시를 짓기전 들여마셔야 할 공기와 내뱉어야 할 공기가 어떤지 생각해보기... 2017-04-03 0 2304
378 "쉬운 시"는 눈으로 쉽게 읽히고 가슴속에 깊은 향기를 풍긴다... 2017-04-03 0 2429
377 시는 정보의 전달 수단이 절대 아니다... 2017-04-03 0 2783
376 시인은 한편의 좋은 시를 위하여 수백편의 시를 쓰고 버릴줄 알아야... 2017-04-03 0 2626
375 혼을 불사르지 못하는 시인은 그 생명력이 짧을수밖에 없다... 2017-04-03 0 2426
374 시인은 구도자로서 억지를 부려 결과물을 얻어서는 안된다... 2017-04-03 0 2382
373 시적 령감은 기다리는 자의것이 아니라 땀흘려 찾는 자의 몫... 2017-04-03 0 2476
372 시를 쓰는 행위는 신과의 씨름이다... 2017-04-03 0 2372
371 시는 시인의 삶을 반추하는 그 시대의 사회적 산물이다... 2017-04-03 0 2264
‹처음  이전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