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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3)
2017년 05월 05일 23시 16분  조회:2501  추천:0  작성자: 죽림

 

 

 

 

수필에 있어서의 상상과 허구 문제

                              임 병 식 




한국 수필문단에서는 한때 허구(虛構)도입 문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열띤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하나,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 내연(內燃)을 거듭중이며 잠복해 있는 게 사실이다. 양측이 주장하는 논거를 보면 허구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수필도 문학인만큼 문학성을 획득하려면 어느 정도 그 수용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용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반대측의 주장은 수필은 어디까지나 자기 체험의 세계를 바탕으로 해서 쓰여지는 글인 만큼 만약에 허구가 도입하면 수필 본래의 특성을 훼손할 뿐만이 아니라, 사실로 믿는 독자에게도 배신행위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모두에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결코 이 주제와 무관치 않은게 뇌리를 스쳐서이다. 많은 사람들은 구리요혜이가 쓴 '우동 한 그릇'이란 작품을 기억할 것이다. 일본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이 수필은 매우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이 아닌 것을 허구로 꾸며낸 것이 밝혀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책의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필과 다른 문학장르와는 어떻게 다른것인가. 여기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분기점은 진실을 쓴 글인가, 허구로 꾸민 글인가로서 갈린다고 본다. 예를 들어보자. 다른 장르의 경우는 비록 허구로 쓰여진 글이라도 작가의 기량에 따라 그 영절스런 표현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령 고운 시인이 있지도 않은 여동생이 죽은 것처럼 눈물나게 표현했다하여 시비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탁월한 표현력으로 칭찬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수필만이 진실이 요구되며 중요시되는가. 그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태생적으로 수필은 '진실을 기초로 하는 문학, 체험의 문학'이기 때문이다. 가령, 어느 수필가가 허구로 '아버지의 별세'에 대하여 글을 써서 발표를 했다고 치자. 아마 모르면 몰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 소식을 듣고 부의금을 전달하거나 위로의 말을 전할 것이다. 나중에 아무리 거짓으로 쓴 글이라고 손사래를 쳐도 곧이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다. '귀밥파기'라는 작품인데, 작가 스스로 사실이 아닌것을 지어 썼다고 토설을 한 것이다. 그 작품은 부자지간의 살가운 정이 듬뿍 담겨진 글인데, 그로인하여 감동이 반감되어 버린 것이다. 이를 보면 결론은 자명해 지는 것이다.

한데, 여기서 미묘한 문제, 즉 상상의 문제와 허구의 문제가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어느 정도는 교통정리가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상상의 경우는 그것이 꿈이 되었건 어떤 사물을 보고 느끼건 간에 그것은 자유로운 범위 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기법상의 가미 정도에 그친다면 굳지 엄격주의를 표방할 것까지는 없는 것이다.

만약, 중요하고도 명백한 공지의 사실이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허구는 당연히 배제가 되어야겠지만, '자기가 자기의 마음도 모르는 마당'에 하나 하나의 일들을 시시비비 가린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머리 속의 사상을 처벌할 수 없듯이 양념으로서의 가미는 발설만 하지 않으면 문제소지도 없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만약에 꿈속에서 옛 애인을 만나 즐겁게 놀다가 그만 잠꼬대하여 아내에게 들켰다고 치자.

아내가 물었을 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당신과 옛날 데이트 하던 꿈을 꾸었다'고 얘기하고 그런 글을 썼다고 하여 그것을 비난할 것인가. 자기가 말을 않는데 알 수 도 없을 뿐더러 자기만 알고 있는 비밀의 범주를 시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스스로 발설하는데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미 용인되지 않는 부도덕한 범위하고 보아야 한다 . 지금도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는 노인'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인불언귀부지(人不言鬼不知)라는 말과 같이 본인이 가부간 말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냥 체험한 사실로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 사단은 대개 그 원인이 두 가지에 의해서 드러나는 게 보통이다. 별안간 증언자가 나타나거나 당사자가 연득없이 정직한 척 고백성사 하여 '나는 사실 그 작품을 이렇게 썼다'고 발설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작품 속의 그 날의 기상이 내리지도 않은 비나 눈이 내렸다고 한다면 모를까, 심상에 비추어 겨울비를 진눈개비가 내렸다는 등의 서술(착오나, 기법 상으로나 )은 그리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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