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nterFN 강동완기자]
유구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맥주는 전세계에서 1만 5,000종 이상이 주조될 만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농경시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맥주. 하늘에 별처럼 많은 맥주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명품 맥주들에 얽힌 숨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주]
오늘날 세계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 다양한 스타일을 자랑하며 전 세계에서 1만 5,000종 이상이 주조되고 있는 맥주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오래된 친구와 같은 술이다.
인류는 언제부터 맥주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을까? 학자들은 맥주가 70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보고 있다. 맥주는 곡물을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조상이 한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한 농경시대부터 비롯되었다는 데서 추정하는 연대다.
BC 5000년경부터 곡물이 심기 시작했으니, 그 무렵 어느 땐가 맥주라는 음료가 만들어졌고, 그 후 7000년 동안 인간의 희노애락과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맥주의 유래가 이처럼 김빠진 맥주처럼 싱거워서야 되겠는가? 이 시점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속했던 수메르 민족의 한 여성이 등장한다. 보리를 빻아서 빵을 만드는 일을 하던 이 여인은 실수로 빵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며칠이 지난 후 빵에서 우러난 물을 마셔보니 정신이 몽롱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바로 이 물이 자연적으로 발효되어 만들어진 최초의 맥주였던 것이다.
1953년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점토판은 이 이야기를 뒷받침해준다. BC 4200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뉴멘트 블루’라는 점토판에는 방아를 찧고 맥주를 빚어 여신에게 바치는 모습이 기록되어 있다.
설형문자로 기록된 이 점토판을 해독한 결과 수메인들은 오늘날과는 달리 보리를 분쇄하여 빵을 구워낸 다음, 그 빵을 물과 함께 섞어서 자연발효 시켜 맥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메르인은 이미 ‘시카루’라고 하는 보통 맥주 외에도 강한 맥주, 검은 맥주, 붉은 맥주 등 6종의 맥주를 주조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점토판은 당시 수메르인들이 맥주를 신이 인간에게 전할 선물로 생각하여 사원 안에서 종교의식의 하나로 이 술을 빚었다는 것이다. 또 당시 맥주를 만드는 일은 여성이 맡아서 했으며, 양조가는 매우 존경받는 직업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들이 맥주를 만드는 음료이다 보니 맥주와 관련된 신화에는 어김없이 여신들이 등장한다. 수메르인들은 맥주를 만들어 시리스(Siris)와 님스키(Nimkasi) 여신에 봉양한 후 급료로 지급하거나 선술집에서 마셨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맥주에 공장에서 제조되는 방식으로 바뀌어 맥주의 왕이나 수호성인으로 남성들이 등장하지만, 신화 속에서는 여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이런 연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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