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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무언가에 온전히 미친 사람은 아름답다...
2018년 06월 25일 23시 23분  조회:3974  추천:0  작성자: 죽림
벽치(癖痴) 예찬
2018년 06월 19일 작성자: 김춘식

    '벽(癖)'이란 병이다. 어떤 물건이든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좋아함이 지나치면 '즐긴다'고 한다. 즐기는 사람이 즐김이 지나치면 이를 '벽'이라고 한다. 즉 벽은 버릇이요, 기호요, 취미요. 습성을 가리키나 원래는 좋지 않은 기호요 나쁜 버릇을 가리킨다.

  '벽'과 비슷한 뜻으로 바보라는 뜻의 '치(痴)'도 많이 보인다. 모두 무엇에 대한 기호가 지나쳐 억제할 수 없는 병적인 상태가 된 것을 뜻한다. '치'는 상식으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벽'에 대한 일반의 반응을 반영한다.

  '벽'이니 '치'니 '자(疵)'니 하는 것은 모두 무엇에 대한 기호가 지나쳐서 억제할 수 없는 병적인 상태가 된 것을 뜻한다.

  예로부터 '벽'이나 '치'로 불리기를 좋아하고 '벽'이나 '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며 허다한 문인들이 '벽치'를 찬미하고 있었다. 그래서 청나라 초기의 소장가 장조(涨潮)는 이렇게 반문했다.

  "치(痴), 우(愚), 졸(拙),광(狂), 이 네 단어는 모두 글자의 의미가 좋은 것이 아닌데도 사람들마다 여기에 속하기를 즐긴다. 과연 멍청하고 어리석고 졸박하고 미친 듯이 사는 인생이 뭐가 좋아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고 싶어할까?

  명나라 때 오종선(吳從善)은 그의 "소창자기(小窓自紀"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생을 팔았어도 이 멍청함[痴]은 다 못 팔았고, 평생을 고쳤어도 이 고질[癖]은 못 고쳤다. 탕태사(湯太史)도 '사람은 벽이 없을 수 없다고 했고, 원석공(袁石公)은 '사람은 치가 없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럴진대 멍청함은 팔 필요가 없고, 고질은 고칠 필요가 없다."

  명말 문장가 장대(張岱)도 "오이인전 서문(五異人傳序)"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 벽'이 없으면 더불어 사귈 수가 없다. 깊은 정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흠'이 없으면 더불어 사귈 것이 없다. 참된 기운이 없는 까닭이다."

  무언가에 병적으로 미친 사람만이 깊은 정과 참된 기운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청나라 초기의 소장가 장조(張潮)는 "유몽영(幽夢影)"에서 또 이렇게 말한다.

  "꽃에 나비가 없을 수 없고, 산에 샘이 없어서는 안 된다. 돌에는 이끼가 있어야 제격이고, 물에는 물풀이 없을 수 없다. 교목엔 덩굴이 없어서는 안 되고, 사람은 '벽'이 없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는 득실을 떠나 맹목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겠다.

  원굉도(袁宏道)는 "병사(瓶史)"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세상을 살펴보니, 그 말이 맛이 없고 생김새가 가증스런 사람은 모두 벽(癖)이 없는 사람이었다"

  무언가에 온전히 미친 사람만이 아름답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청(清)조 시기의 시인 노존심(盧存心)의 "납담蜡谈"에 이런 말이 있다.

  "아름다운 옥일수록 흠집(瑕)이 많고, 뛰어난 사람일수록 병통(癖)이 많다. 흠집이 없으면 아름답지가 않고, 그저 옥처럼 생긴 돌덩이가 된다. 병통이 없고는 기이함도 없게 되어 끝내 호걸이 되지 못한다."

  그 벽이야말로 그 사람의 기특함을 더 돋보이게 해준다는 뜻일 것이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벽과 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동중서(董仲舒)나 두예(杜預)는 학문에 벽이 있던 사람이고, 왕발(王勃)과 이하(李賀)는 시에 벽이 있던 사람이다. 사령운은 유람에 벽이 있었고, 미불은 돌에 벽이 있었으며, 왕휘지(王徽之)는 대나무에 벽이 있었던 사람이다.

  '문벽(文癖)'에는 일생을 글짓기로 살아온 노신이 있고 '서벽(書癖)'에는 책을 제 목숨보다 중히 여긴 천일각(天一閣)의 주인 범흠(范欽)이 있으며 '사벽(史癖)'에는 궁형에도 뜻을 버리지 않고 "사기"를 편찬한 사마천이 있는가 하면 귀까지 멀어가며 역사연구에 깊이 빠진 곽말약이 있다. '문벽'이든 '서벽'이든 '사벽' 오직 '벽성(癖性)'을 버리지 않을 때에라야 글을 써낼 수 있고 책을 모을 수 있으며 역사를 연구할 수 있다.

  바로 이런 '벽'이 있음으로 하여 그들은 시를 읊고 글을 쓰고 책을 모으는 문인생활에서 적극적이고 낙관적이며 적막과 고독을 즐기면서 책 속에 빠지고 책에 미치는 한 몸으로 학업을 연구하는 고아한 정서를 보여주었다.

  어찌 중국뿐이랴. 우리 민족의 선조들 가운데도 빼어난 '벽'이나 '치'를 가진 이들이 수두룩하다.

  조선 후기 화가 남계우(1811-1888)는 한마디로 벽치(癖痴)다. 그의 나비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쁜 나비를 보면 갓 쓰고 도포 입은 채 십 리 길도 마다 않고 쫓아가 잡아서 책갈피에 끼워놓고 그리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나비에 미쳐 평생 나비만 그렸고 마침내 나비 그림의 달인이 됐다. 그래서 '남나비'란 별칭까지 얻었다.

  수만 권을 독파하고 눈병에 걸려서까지 실눈으로 책을 읽어 간서치(看書痴: 책만 읽은 바보)라 불린 이덕무(李德懋), 장서가 이명오는 빌려 본 책을 주인에게 돌려보내며 정인을 이별하는 것이상의 아픔을 절절히 노래하는 등 '서치'의 행태를 보였다.

  이들은 모두 예술에 득실을 잊고, 영욕을 잊고, 사생을 잊었던 사람들이다. 이것을 해서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될지, 출세에 보탬이 될지 따지지 않았다. 그냥 무조건 좋아서,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했다 남이 뭐라 하든 말든, 출세에 도움이 되든 되지 않든, 자신을 사로잡은 일에 전심을 다해 몰두한 사람들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는 "벽이 있는 자만이 독창적인 정신을 갖춘 전문가"라는 예찬론을 폈다. 그는 꽃에 미친 규장각 서리 출신 김덕형의 꽃 그림책 "백화보" 서문에 이렇게 썼다.

  "'벽'이 없는 사람은 버림 받은 자이다. 홀로 걸어가는 정신을 갖추고 전문 기예를 익히는 건 '벽'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벽치가 되라. 자신 안에 잠자던 거인이 깨어나리라." 누군가의 참진리의 말씀이다. 오늘도 벽치로 될수 있는 자야말로 자신이 하는 일에 미칠수 있다.

/흑룡강신문 201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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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술 마실 자격이 있던가?
2017년 09월 26일 작성자: 김춘식

    이 사회는 갈수록 술이 무서워지고 있다. 요즈음 한국의 언론 매체를 보면, 지나친 음주 때문에 야기되는 사건 사고 소식으로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다. 지나친 음주 때문에 야기되는 각 개인의 건강문제에서부터, 청소년의 음주, 가정주부의 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성추행, 음주 운전 등 각종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뜻하는 '주폭(酒暴)'이라는 말까지 새로 생겨나, '주폭과의 전쟁'이 선포되기까지 하였다.

  지난 1일에는 서울에서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채 부인과 다투다 결국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경북 구미에서는 지난 4월 50대 남성이 함께 술을 마시던 지인을 말다툼 끝에 살해하는 등 '주취(酒醉)범죄'는 비일비재하다.한국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16 범죄통계'를 보면, 지난 한 해 검거된 살인범죄자 995명 가운데 범행 당시 정신상태가 '주취'였던 이가 390명(39.2%)으로 '정상' 상태였던 397명(39.9%)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그야말로 잘못된 술 문화가 만연된 '술 사회'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젠 정말 우리 잘못된 음주 문화를 고쳐야 할 때이다.

  술은 한민족과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리 민족만큼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민족도 드물다고 한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술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다. 우리 민족이 즐기는 술, 이런 술에 대해서는 '백약(百藥)의 어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백독(百毒)의 으뜸'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술은 적절히 마신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마셔 자제력과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었을 경우, 만악(萬惡)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세상살이에 경쟁이 심하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 불안한 마음을 술로 달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술이 오히려 액운을 만났다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술을 지배해야 되는데, 술이 사람을 지배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술만큼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음식이 또 있을까.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범죄가 술의 힘을 빌려 자행하고 있다 그래서 급기야 주폭(酒暴)이란 신조어까지 생기고 말았다

  우리 민족의 잘못된 음주습관에 대해서 연암 박지원은 일찍 『열하일기』에서 "술을 마시면 반드시 취하고, 술에 취하면 반드시 술주정하고, 술주정하면 반드시 서로 싸움질을 하여, 술집의 항아리와 사발들을 남김없이 깨뜨려 버린다."라고 아주 심하게 비판하였다. 박지원의 이 말은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고질적인 음주습관을 고스란히 설파한 것이다.

  술을 마시는 처음에는 대부분 술의 긍정적 요인을 기대하고 술을 마신다.어떤 기쁜 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자신의 울적한 기분을 풀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의 친분을 다지기 위해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한 잔 두 잔 거듭되다 보면, 마침내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끝내는 자신을 망치고 주위 사람들에게 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사람은 단연코 술을 끊어야 한다. 한마디로 술 마실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 민족의 문호인 송강 정철은 술을 즐기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한민족의 대표적인 권주가(勸酒歌)인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세그려!'로 시작되는 “장진주사(將進酒辭)”를 지은 인물이다. 그런 송강이 46세 때 그 좋아하던 술을 끊었다.술이 백해무익이라는 것을 ,자신의 심신건강을 날로 해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는 술을 자주, 많이 마셨다. 보통, 필름이 끊긴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경험이 많이도 있었다. 물론 많은 실수를 하였고 남에게 많은 피해를 끼쳤고 그 뒷날에는 후회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건강 생각도 하게 되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자 하고 또 그 뒷날을 고스란히 낭비를 하는 것 같아서 절제 하려고 노력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모든 일에 있어서 지나치면 반드시 폐해가 발생하는 법이다.이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잘못된 음주 문화에 물들어 있는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말이다.우리 스스로 술 마실 때마다 이 말을 염두에 두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술주정뱅이'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술꾼'이 되어야겠다. 

/흑룡강신문 2017-9-26

========================덤으로 더...


사르트르 명언들=

○지옥은 곧 타인이다 (다른 사람에게 구속되는 것이 지옥이다). Hell is other people.

○노를 젓지 않는 사람만이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다. Only the guy who isn't rowing has time to rock the boat.

○삶은 절망의 다른 면에서 시작한다. Life begins on the other side of despair.

○부자들이 서로 전쟁을 벌일 때, 죽는 이는 가난한 사람들.
When rich people fight wars with one another, poor people are the ones to die.


○약속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Commitment is an act, not a word.

○혼자 있을 때 외롭다면, 친구를 잘 못 사귄 것. If you are lonely when you're alone, you are in bad company.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Life is C between B and D(=Life is Choice between Birth and Death).

○자유란 당신에게 주어진 것을 갖고 당신이 실행하는 무엇이다. Freedom is what you do with what's been done to you.

○인간은 현재 가진 것의 합계가 아니라 아직 갖지 않았지만 가질 수 있는 것의 총합이다.
Man is not the sum of what he has already, but rather the sum of what he does not yet have, of what he could have.


○언어는 장전된 권총과도 같다. Words are loaded pist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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