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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이야기는 고소하고 길다...
2018년 07월 04일 21시 44분  조회:2490  추천:0  작성자: 죽림

<해바라기에 관한 시 모음>  

+ 해바라기꽃 

벌을 위해서 
꿀로 꽉 채웠다. 

가을을 위해서 
씨앗으로 꽉 채웠다. 

외로운 아이를 위해서 
보고 싶은 친구 얼굴로 
꽉 채웠다. 

해바라기 꽃 
참 
크으다.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해바라기 

벌과 나비 
앉으라고 
노란 방석 
펴 놓았죠. 
(오순택·아동문학가) 


+ 해바라기 

긴 줄기 끝에 
걸린 노오란 또아리 
물 긷는 누나 머리 위에 
얹어주고 싶은 
둥근 또아리. 
해님이 들여다보고 
까아만 점을 찍는다. 
(허지숙·아동문학가) 


+ 해바라기 얼굴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여 들어 
집으로 온다.  
(윤동주·시인, 1917-1945) 


+ 해바라기 사랑 

해바라기처럼 살고 싶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주홍빛 얼굴로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해 살고 싶다. 
언젠가 다시 저물녘 어둠이 
내려와 
따사로운 햇살 내 곁을 떠나가도 
고개 숙이고 가을로 솟아오르는 해바라기 

해바라기처럼 살고 싶다.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서 있는 
영원한 해바라기 사랑이고 싶다. 
(김기만·시인)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함형수·시인, 1914-1946) 


+ 해바라기 연가 

내 생애가 한 번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나의 임금이여 
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당신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불치의 병은 
사랑 

이 가슴 안에서 
올올이 뽑은 고운 실로 
당신의 비단 옷을 짜겠습니다 

빛나는 얼굴 눈부시어 
고개 숙이면 
속으로 타서 익는 까만 꽃씨 
당신께 바치는 나의 언어들 

이미 하나인 우리가 
더욱 하나가 될 날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나의 임금이여 
드릴 것은 상처뿐이어도 
어둠에 숨지지 않고 
섬겨 살기 원이옵니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해바라기의 기도 

해를 바라보다 해를 닮았나 보다 
하루 진종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구 한 바퀴 
이 세상 어둡고 아픈 곳만 
두루 살펴왔는지 
기억의 뒷굽엔 진창만 묻어 있고 
세상 어질고 약한 이들의 한숨 소리만 
잔뜩 제 안에 옮겨놓고 
햇빛에 날 세워 벼린 
눈물 젖은 화살기도 쏘아 올리다 
제 가슴은 까맣게 타버린 줄도 모른다 
가슴에 맺혀오는 사연이 너무도 많아 
슬픈 이름 알알이 까마득히 호명하다가 
제 가슴은 새카맣게 숯이 되는 줄도 모른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서 
그렇다, 죽는 줄도 모르면서 죽는다 
해바라기는 
(홍수희·시인) 


+ 해바라기 

사랑하고 있어요 
나, 까맣게 까맣게 
그리움의 씨앗을 여물며 
그댈 향해 가슴을 열었어요 

긴긴 낮 햇살의 어르심으로 
가슴에 피어난 여린 꽃잎마다 
손 내밀어 준 당신 

당신과의 눈맞춤으로 노란 
꽃물이 들어 꽃 빛 물든 마음에 
오소소 돋아나는 그리움의 씨앗들 
비로소 내 안에서 별꽃이 되던 날 

노랗게 활짝 폈던 내 마음도 
하늘의 별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당신만을 향해 있었지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눈먼 고흐가 되어 
(문근영·시인, 대구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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