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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간(肝)
2018년 07월 05일 01시 22분  조회:4186  추천:0  작성자: 죽림

                                         

  간(肝)   -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양심과 자기 존엄성 회복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肝)을 지키자.                               ▶환상에서 현실로 귀환
                                           → 그것을 지키려는 다짐


 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육체적 자아           정신적 자아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야위어야지, 그러나                                                  ▶자아의 갈등과 자포자기
                                      육체를 희생하더라도 정신을 살찌우겠다는 의지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현실적 유혹의 거부
                                    양심을 지키겠다는 의지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속죄양이 될 수밖에 없는 자신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현실적 고난의 인고

 

 

 

 

▶성격-상징적, 저항적, 우의적
▶심상-설화에서 취재한 원형적 이미지
▶어조-현실을 극복하려는 남성적 어조
▶특징
  ①두 자아의 대비적 표현            
  ②'토끼전'과 '프로메테우스'의 신화를 차용함.
  ③의지적이고 결연한 어조로 노래함.
▶시상전개-화자의 이동에 따른 전개
▶제재-구토 설화와 프로메테우스 신화
▶주제-현실적 고난 극복의 의지.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정신 자세 
▶출전-<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간-현실적 부조리와 모순에 저항하는 시적 화자의 존재 인식(→실존적 본질, 인간적 고통의 핵심)
*여윈 독수리-식민지 지식인의 정신 자세. 연약해진 자아 의식

 

 

 

<감상>
  이 시가 갖는 특이성은 동 서양의 두 고전-'토끼전'과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혼합하여 썼다는 데에 있다. 두 고전을 차용한 이유는 '토끼전'에서는 지배 층에 대한 피 지배 층의 항거를 나타내기 위함이고,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속 죄양 의식을 나타내기 위함으로 간주된다.
  토끼는 현실에 대해 회의하고,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를 절실히 갈망한다. 그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 자라이다. 자라에 의한 용궁의 제시는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용궁에 가서 그는 비로소 도피처로 택한 용궁이 결코 바람직한 장소가 되지 못하며 자기가 살던 곳이 지상낙원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발전적 인물'이 된 것이다. 그 '발전적 인물'이 되 토끼가 육지로 돌아와 우선적으로 행한 것이 습한 간을 펴서 바닷가 바위 위에 말리는 것이었다. 이 행위는 빼앗길 뻔하였던 간의 소중함에 대한 재인식과 간이 있어야만 힘을 지녀 그가 사는 곳을 지키며 그들과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1연은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이해해야 한다. 
  2연에 이르러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끼여든다. '토끼전'과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교차될 수 있는 것은 '간' 때문이다. 두 고전에서 '간'은 곧 힘을 의미한다.
  3연에는 '나'라는 시적 자아가 등장한다. 그는 스스로 기른 독수리에게 자기의 간을 뜯어먹도록 요구한다. 여기서 독수리는 스스로에게 아픔을 주는 예리한 의식이다. 
  4연에는 '너'와 '나'가 등장한다. 여기서 '너'는 정신적 자아이고 '나'는 육체적 자아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의 육체를 희생하더라도 자신의 의식은 예리하게 지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에 대한 전적인 포기는 아니다. 끝머리에 '그러나'가 이를 대변해 준다. '그러나'는 여위어 힘은 없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겠다는 의지, 뜯어 먹히더라도 간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다. 
  5연에서 시적 화자는 실존의 문제를 제기한다.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고 한 것은 존재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존재의 방법에 대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이 시인은 자기 희생을 존재의 방법으로 삼았다. 그의 속죄양 의식은 이로부터 나온다. 
  6연에는 바로 속죄양 의식이 드러난다. 프로메테우스는 인류가 비참해질 뻔한 것을 구해 주고 자신은 그 죄로 바위에 묶여 매일같이 간이 쪼아 먹히는 고통을 당하는 인물이다. 그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십자가의 고통을 지는 예수와도 같다. '목에 맷돌을 달고 / 끝없이 침전'한다는 것은 자기 희생 정신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시인은 자기 동일성으로 프로메테우스를 택한 것이다. 이 시는 윤동주의 작품으로 두 개의 이질적인 설화 - 프로메테우스, 구토 설화 (龜兎說話) - 가 형상화되어 있다. 이 둘은 공통 요소를 중심으로 결합하는데, 시 전체에 의미 깊은 상황을 설정하는 서사적 골격은 토끼 설화에 의해 마련된다. 두루 알려진 바와 같이 토끼 설화는 자라의 유혹에 넘어가 죽을 뻔한 토끼가 기지로 목숨을 건지는 이야기다.
 인간적인 의미의 차원에서 볼 때, 토끼는 현실의 고난 때문에 환상에 잠기는 인간의 전형이다. 그는 자기가 처한 현실의 억압과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서 가상하던 이상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 용궁을 찾아갔으나 오히려 삶의 포기를 요구받는다. 결국 그의 꿈은 한낱 환상이었음을 깨닫고, 토끼는 자신의 설 곳이 갈등의 현실뿐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토끼는 허약한 존재에서 삶의 현실을 깨달은 보다 강한 자신으로 발전하는 발전적 인물이다.
 '간' 에 설정된 극적 상황은 토끼가 지상에 돌아온 장면이다. 1연에 보이는 바 토끼 설화의 맥락에 프로메테우스 이야기가 접속된다. 이에 따라 '간'은 의미 심장한 상징이 된다. 코카서스에서의 간은 매일 쪼아 먹히면서도 끊임없이 새로 돋아나는 '인간적 고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간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아니다. 여기서부터 윤동주의 뛰어난 시적 변용력은 설화적 맥락을 넘어선다. 화자(토끼로 형상화된 자신)는 '독수리'를 스스로 길렀으며, 자기 간을 뜯어먹도록 요구한다. 이 때 '독수리'는 화자의 밖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의 생명(肝)을 쪼아 내며 스스로에게 아픔을 주는 자아의 예리한 의식이다. 자신의 삶을 쪼아 내는 자아의 의식 활동이 치열한 아픔을 주지만, 그는 안식이 아니라 고통을 선택한다. 오히려 고통을 주는 반성적 의식이 살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토끼 설화의 맥락이 의미 깊게 되살아난다. '용궁'이라는 환상적 세계의 평화를 거부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어떤 초월적 희망도 인간을 구제할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함을 깨닫고 '지금 - 여기'에서의 고통스런 자기 응시와 긴장을 선택한다. 이러한 의지는 고유한 의미에 있어서 비극적인 의지이며 마지막 연에서 우리는 이를 확인하게 된다.

 
 

===================


◈핵심정리 
* 성격: 상징적, 저항적, 우의적 
* 심상: 설화에서 취재한 원형적 이미지 
* 어조: 현실을 극복하려는 남성적 어조 
* 주제: 현실적 고난 극복의 의지 
지향하는 세계와 현실 인식과의 갈등 
* 출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 감상포인트 
▶ 시상 전개 : 화자의 이동에 따른 전개 
▶ 특징 : ① 두 자아의 대비적 표현 ② 설화와 신화의 결합 
▶ 구토지설 :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의 항거의식 
프로메테우스 신화 : 속죄양 의식 →'간'은 상대와 맞설 수 있는 힘이며 토끼 
와 프로메테우스를 동일시함. 

◈ 해설 
이 시는 '간(肝)'을 매개로 하여 두 개의 설화를 결합하고 있다. 한때 '용궁의 유혹'에 빠져 간을 잃을 뻔했던 토끼가 기지를 발휘하여 목숨을 건진다는 구토지설(龜兎之說)과 인간을 위해 제우스를 속이고 불을 훔친 죄로 코카서스의 큰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묵묵히 감내한다는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그것이다. 궁지에 몰려서도 슬기롭게 자기의 '간'을 지킨 토끼와 죄 아닌 죄를 짓고서 속죄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프로메테우스의 처지는 식민지 시대를 살면서 생명과도 같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을 지켜야 하는 윤동주의 시심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다. 바로 여기에 '토끼'와 '프로메테우스'를 자기와 동일시하는 근거가 있다. 그러나 윤동주는 설화의 문면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제1,2연에서 화자는 한때 유혹에 빠져, '습한 간'을 말림으로써 양심과 자기 존엄성을 회복하는 한편 그것을 지키자고 자신에게 다짐한다. 제3,4연에 오면 화자는 스스로 기른 독수리에게 자신의 간을 뜯어먹게 한다. '너'로 지칭된 독수리가 정신적 자아라면 '나'는 육 
체적 자아라고 할 만한 것인데, 자신의 육체를 희생하더라도 정신을 살찌우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것이다. 제5연에서 화자는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고 자기 의지를 확인한다. '용궁의 유혹'에 빠진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양심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일 터이다. 제6연에 이르면 불쌍하기는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처럼 자신도 인간을 위한 속죄양이 될 수밖에 없음을 토로하게 된다. 

◈참고 - 부끄러움의 미학 
실상 윤동주의 시에는 많은 부끄러움의 증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부끄러움은 대부분 '욕됨/미움/괴로움'등의 정감과 공유적 정서로 연결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부끄러움의 결벽증은 스스로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과 반성,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자기 혐오와 연민의 순수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로 시작되는 "자화상"에서 보여 주는 '미움/가엾음/그리움'의 변증법적 자기 인식과 사랑은 윤동주의 순결벽이 빚어낸, 청순한 젊음의 고뇌와 생래적 부끄러움의 변용적 실체인 것이다. 이처럼 윤동주의 시는 실향 의식과 상실감에서 모티브가 비롯되며, 존재론적 자기 인식과 정서에서의 변증법적 고뇌가 순결벽과 충돌하는 데서 부끄러움이라는 시적 정서의 실체를 획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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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肝)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든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작품

별 헤는 밤

이 시는 부정적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화자가 자기반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통해 현재의 삶을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1~3연)은 별이 총총한 가을밤을 배경으로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더듬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4~7연)은 별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아름다운 어린 시절에 대한 화자의 애틋한 그리움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4연과 5연은 어조와 리듬의 변화를 통해 이들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인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세 번째 부분(8~9연)은 화자의 자기 성찰의 모습을 보여 준다. 자신의 이름을 ‘별’이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는 시적 화자의 행위는, 외롭고 고통스러운 현재의 시대 상황 속에 서 있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에 대한 반성을 나타낸다. 네 번째 부분(10연)은 지금까지 시대적 아픔과 갈등의 어두운 세계 속에서 고뇌를 거듭했던 화자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다짐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미래엔, 상문

서시

이 시는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두에 붙여진 작품으로, ‘서시(序詩)’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집 전체의 내용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한다.
2연 9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시간의 이동(과거 - 미래 - 현재)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분(1~4행)은 순결한 도덕적 삶을 살고자 했던 화자의 의지와 고뇌를 과거의 시점에서 말하고 있다. 화자는 지금까지 윤리적 판단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죽는 날까지’ 세속적 삶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어떤 ‘부끄럼’도 없는 삶을 살기를 기원했다. 그래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아주 작은 흔들림에도 괴로워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결백한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5 ~ 8행)에서는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한없는 연민과 사랑을 나타내면서 미래의 삶에 대한 화자의 결의를 다짐하고 있다. 화자는 밤하늘에 빛나는 맑고 밝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삶의 고통에 부대끼는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길’, 즉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향해 꿋꿋하게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9행)은 어두운 밤하늘과 별, 그리고 바람 간의 관계를 통해서 화자가 처한 상황을 보여 주면서 도덕적 순결성에 대한 화자의 의지를 시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현실의 어둠과 괴로움 속에서 자기의 양심을 외롭게 지키며 맑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자 했던 한 젊은 지식인의 모습을 간결한 언어와 상징어들을 통해 보여 준 작품이다.
*수록교과서 : (문학) 지학/(고전) 천재

쉽게 씌어진 시

이 시는 윤동주가 일본에 유학 중이던 1942년에 쓴 작품으로, 어두운 시대 현실에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기반성을 통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1, 2연은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어둔 밤하늘의 별조차 볼 수 없으며, 이국땅에서 다다미 여섯 장의 넓이에 갇혀 있는 화자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3~7연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무의미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의 현재 삶을 우울하고 회의적인 시선으로 인식하는 자기 성찰의 기록이다. 마지막 8~10연은 현실에 대한 재인식과 반성을 통해 이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즉, 어두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며 자신의 손을 잡는다. 이때 두 사람의 ‘나’는 현실에서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 자아와 그것을 반성적으로 응시하는 내면적 자아라고 할 수 있다. 두 자아가 ‘악수’를 함으로써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를 하여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수록교과서 : (문학) 천재(김윤식), 신사고/(국어) 비상(한철우)

자화상

이 시는 화자가 우물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모든 문장을 ‘ㅡㅂ니다’로 끝내는 평이한 구어체를 사용하여 산문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에서 우물은 화자 자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데, 이 우물에는 화자의 모습만이 아니라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도 담겨 있다. 우물에 비친 ‘사나이’는 우물에 비친 화자 자신이라고 볼 수 있는데, 화자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우물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화자의 이러한 부끄러움은 암담했던 시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로 볼 수 있다.
화자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미워져 돌아가고, 돌아가다 보니 가여움이 생겨 다시 들여다보고, 또 미워져 돌아가고, 다시 그리워지는 심리적 갈등을 보인다. 이는 우물에 비친 자신의 현재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연에서는 2연의 장면을 되풀이하면서 시적 안정감과 균형감을 얻고 있으며, 평화로운 자연의 모습과 함께 순수했던 자신의 과거 모습을 추억하면서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내적 갈등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천재(정재찬), 창비

아우의 인상화

이 시는 아우의 얼굴에 대한 묘사와 아우와의 대화를 통해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야 하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아우의 얼굴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구체적 설명 없이 제시하고 있다. ‘싸늘한’ 달과 ‘슬픈’ 그림이라는 표현을 통해 화자가 아우의 얼굴에서 슬픔을 읽어 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연에는 아우와의 대화가 삽입되어 있다. 자라서 사람이 될 거라는 아우의 철없는 대답이 화자에게 진정 철없는 것으로 들린다. 사람이 되는 것, 사람답게 양심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3연에서 아우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아우의 미래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때문이다. 4연에서 화자는 1연의 진술을 반복, 변주하고 있다. 앞부분에서 아우의 얼굴에서 화자가 슬픔을 느끼는 이유가 제시되었기 때문에 4연은 1연과는 달리 구체적 맥락 속에서 이해된다.
*수록교과서 : (문학) 해냄

참회록

이 시에는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가 잘 드러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는 이 시의 1∼3연은 화자가 ‘과거(1연) → 현재(2연) → 미래(3연)’로 이어지는 자신의 삶을 차례로 참회하는 과정을 보여 준다.
1연에서는 망국민으로서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과거 역사 속의 삶을 ‘욕되다’고 느끼고, 2연에서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망국민으로서 아무런 기쁨도 없이 무기력하고 괴롭게 살아온 자신의 삶 전체를 참회하고 있다. 3연에서는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참회를 다시 참회한다. 미래의 ‘즐거운 날’을 생각해 볼 때, 화자는 치욕스러운 역사적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소극적 참회에만 그쳤던 현재의 참회를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어 4연에서는 화자가 앞서 행한 참회의 과정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치열한 자기 성찰의 의지를 보여 준다. 5연에서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자세로 잘못된 현실과 맞서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 필연적으로 맞게 될 미래의 비극적 모습을 전망하고 있다. 화자가 보여 주는 자기 성찰의 자세가 치열하지만 잘못된 현실에 맞서기에 개인은 너무나 작고 힘없는 존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결코 비관적 체념이 아닌, 시대적 양심의 실천을 바탕으로 한 보다 철저한 자기 성찰의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록교과서 : (문학) 두산, 비상(우한용), 비상(한철우), 지학

1941년, 모든 것이 황폐화된 식민지 조선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젊은 지식인의 고뇌와 아픔, 상실과 모색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민족의식을 지닌 지식인으로서 작가는 자신이 찾아야 할 가치와 삶을 찾기 위해 ‘길’로 나섰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돌담’으로 표현된 황폐하고 삭막한 현실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지속되는 진지한 물음을 통해 참된 자아의 회복을 염원하고 있다. 시인의 다른 작품들처럼 현실에서 오는 고통이나 좌절을 회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진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결의나 다짐의 태도를 이 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화자가 찾으려 하는 것은 6연에 제시되어 있는 ‘담 저쪽에 남아 있는 나’인데, 시적 화자는 돌담으로 인해 돌담 너머의 세계를 볼 수가 없고, 돌담이 길과 평행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 세계에 도달할 수도 없다. 담 너머의 세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쇠문’은 굳게 닫혀 있어 절망적 상황을 느끼게 하고, ‘길 위에 긴 그림자’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자아 성찰을 통해 자아 회복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5연의 ‘하늘’은 비본질적 자아를 일깨워 주는 존재로서 시적 화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의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있는 자신, 즉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함이고, 이 어둡고 슬픈 현실 상황 속에서 ‘내가 사는 것은’ 오직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독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고향

이 시는 따뜻한 인간미가 살아 있던 마음의 고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식민지 현실에서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시적 자아의 고뇌가 표현된 작품이다. 이러한 시적 자아의 성찰 의지가 ‘나’, ‘백골’, ‘아름다운 혼’으로 분열 · 대립하다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으로 드러나 있다.
1연에서 그리던 고향에 돌아온 화자는 유년의 평화로움이나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어둠으로 가득 찬 고향에서 이미 죽어 백골과 같은 존재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2연에서는 닫힌 세계(어둔 방)에 있는 나에게 열린 세계(우주)로 부르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하늘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한다. 3연은 고향에 돌아와 자아가 분열되어 갈등을 일으키는 현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현실적 자아(백골)와 이상을 추구하려는 이상적 자아(아름다운 혼)가 갈등을 일으킨다. ‘백골’은 식민지 현실 속에서 생명력이 이미 다한 자신의 현실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4연에서 ‘어둠을 짖는 개’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무력한 생활을 하는 나를 일깨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연에서는 나의 안일한 자세를 일깨우는 소리가 나의 양심을 압박해 오며, 6연에서는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부끄러운 자아를 때어 놓고 새로운 이상의 세계로 가자는 화자의 의지가 드러난다. ‘또 다른 고향에 가자.’는 말은 시대적 상황으로 정신적 고뇌를 겪고 있는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새로운 세계(미래의 이상향)를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십자가

이 시는 암울한 시대 상황 속의 시적 화자가 겪는 방황과 고뇌를 자기 희생의 숭고한 의지로 극복하고자 하는 자기 추구의 과정이 과장됨 없이 나타나 있다.
1연에서 시적 화자는 자기가 추구하던 삶이 한계 상황에 부딪혔음을 고백하고 있다. 2연에서는 시적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현실과의 거리감을 나타내고 있다. 설의법을 통해 시적 화자가 인식한 현실 상황에 대한 독자의 동의를 구함으로써 시적 화자와 독자와의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3연에서는 절망적 현실 상황 속에서 화자가 겪고 있는 방황과 고뇌를 자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4연에서 시적 화자는 죽음을 통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숭고한 자기 희생처럼 자기도 그런 삶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게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 기도를 올리는 예수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이 구절은, 역설적 표현을 통해 괴로움과 행복을 동시에 지닌 예수와 자신을 대비시켜 암울한 시대를 넘어서는 초월적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5연은 주제연으로, 시적 화자는 어두운 현실을 자기 희생을 통해 구원하고자 하는, 치열한 자기 추구의 자세를 ‘꽃’으로 형상화 함으로써, 또 다른 경지의 ‘비극적 황홀’을 우리에게 경험하게 한다. ‘조용히 흘리겠습니다’는 표현에는 자신이 처한 비극적 상황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그러나 결코 물러서는 일이 없이 잘못된 현실과 맞서 자기가 추구하는 진정한 삶을 지켜 내려는 시적 화자의 내면적 의지가 진솔하게 나타나 있다.
이 시의 바탕에는 기독교적 수난 의식(受難意識)과 속죄양 의식(贖罪羊意識)이 깔려 있다. 그러나 잘못된 현실에 맞선 시인 자신의 시대적 양심이 그보다 앞서는 근본적인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길

이 시에서 '길'은 인생을 상징한다. 말하는 이는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언제나 가야 할 길을 '새로운 길'이라고 말하며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미래 지향적인 의지를 보여 준다. 말하는 이는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존재를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평화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수록교과서 : 천재(노미숙)

이 시에는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토끼의 간 설화가 함께 등장하여 간을 연결 고리로 결합하고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을 위해 죄를 짓고 평생 간을 파먹히는 존재로, 어두운 시대 상황에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는 시적 화자와 동일시된다. 토끼 역시 자신의 간을 용왕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화자와 흡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3연에 등장하는 독수리는 화자의 정신적 자아로서, 화자는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먹게 하여 육체적 자아에게 고통의 인내를 부여하는 동시에 정신적 자아를 살찌게 한다. 자신이 희생양이 되더라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며 고통을 인내하겠다는 화자의 강인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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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肝)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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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길잡이 

  윤동주의 시 '간'은 간(肝)이라는 소재를 매개로하여 서양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 이야기와 우리나라의 설화인 구토지설(토끼와 거북의 설화)을 결합하고 있다. 인간을 위해 제우스의 별을 훔
치고 그 벌로 독수리에게 간을 뜯어 먹히게 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기 희생이라는 모티프를 가져오고 용궁의 부귀영화를 약속하는 거북의 유혹에 빠져 지상을 떠났다가 죽을 뻔한 토끼의 이야기에서 거짓된 삶의 유혹이라는 모티프를 가져온 것이다. 
 이 시에서 '간(肝)'은 토끼의 아야기에서와 같이 편안한 삶의 유혹에 빠지면 잃게 되는 지켜내야할 소중한 것 즉 양심을 상징하는 것이다.    또 화자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에서와 같이 자신이 육체적 고통과 절망의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데 이는 인류를 위한 프로메테우스의 희생과 마찬가지로 식민지배의 고통에 신음하는 우리민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윤동주의 '간'은 정의롭지 못한 현실(일제치하)에 순응 타협하고 싶은 유혹을 단호히 떨쳐내고 양심에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는 반성의 자세를 다짐하고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불의한 현실 속에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나타나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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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의지적 참여적 상징적 우의적 

표현 : 신화와 민담에서 모티브를 따온 우의적 표현 

어조 : 대화의 어조 

특징 : 
- 그리스 신화와 우리나라의 설화를 결합시켜 모티프를 구함 
- 두 개의 자아를 대비하여 표현함 
- 화자와 동일시하고  있는 소재를 통해 의식을 표현함 

주제 : 자아성찰과 희생적 삶에 대한 결연한 의지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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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구성  

1연 - 순결한 삶을 회복하기 위한 다짐 

2연 - 양심을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자아성찰 

3연 - 양심을  지키기 위한 시련과 고통 

4연 - 유혹에 굴하지 않는 의지 

5연 - 희생적 삶에 대한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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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본문 읽기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 간 :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토끼 설화 연결 , 자아의 양심및 자기 존엄성
  습한 간 : 잠시 유혹에 빠졌던 자신의 양심 상징 
코커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 간 : 양심  / 자신의 양심을 지키려는 화자의 지속적 자아성찰의 태도 형상화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여윈 독수리 - 양심에 충실한 긍정적 반성적 자아 상징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 양심과 순결성을 위한 내적 고통 을 감수하겠다는 의지 

너는 살찌고  -정신적 자아의 성장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 나 : 육체적 자아 

거북이야!     시련과 고통이 있더라도 현실에 타협하거나 안주하지 않겠다는 저항적 의지 표현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 용궁 : 자아가 경계해야 할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 화자와 동일시한 대상 , 희생양이 된 존재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 속죄양 의식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 민족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의지가 표현됨 

                                                                             윤동주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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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솔정신을 시로 꽃피운 윤동주의 「간」

 

 

설 성 경

 

 

1. 윤동주의 「간」

 

윤동주는 4년간 연희전문을 다니면서 여러 선교사들과 민족학자들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성숙시킨 시정신으로 복음의 길, 애국의 길을 주옥같은 시로서 표현하였다. 그는 연희전문을 졸업하기 직전인 1941년 11월에 「별헤는 밤」, 「서시」와 「간」을 연속적으로 지었다. 이들 세 편 중에서 「서시」를 쓴 직후에 창작한 「간」은 다수의 비평 연구가들이 난해시로 규정하였다.

그 이유는 이 시의 마지막 연에 등장하는‘푸로메드어쓰’라고 표기된 이색적인 시어가 가진 상징성 때문이었다. 이 시어의 해석은 둘로 나누어지는데, 그 하나는 윤동주의 시적 자아를 비유 내지 상징한다는 지금까지의 비평가들이 주장해온 통설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의 일제를 비유 상징하는 시어라는 필자가 제기한 새로운 해석이다.

필자는 개성이 특출한 시 「간」은 윤동주가 가장 존경하던 연희전문 문과의 스승 외솔 최현배 등의 가르침을 시에 투영시킨 졸업기념 작품에 해당하는 명작으로, 최고의 스승과 최상의 제자의 정신이 아름답게 어울려서 만들어낸 결실로서, 일제강점기에 창작된 저항시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일제에 맞선 공격적이고 심판적이고 지성적 저항시임을 <윤동주는 시의 달수> 등의 저서를 통하여 논증해왔다.

 

2.「서시」와 「간」으로 애국심을 형상한 민족시인 윤동주

 

윤동주가 연희전문 학교에 입학할 당시의 시국은 이미 일제 통치의 말기적인 징후를 노출하고 있었다. 그가 문과에 입학하기 직전인 1938년 2월에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조선육군지원병령」이 공포되었고, 한편으로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다수의 민족주의자들이 투옥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입학 직후인 5월에는「국가총동원법」을 조선에도 적용하면서 본격적인 전시체제로 들어가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그는 1941년 11월, 연희전문에 재학하면서 창작한 시편들을 모아서 시집을 간행할 작정으로 이들 시집의 머릿시에 해당하는「서시」를 지었다. 이 시의 대표 시어 중의 하나인‘하늘’을 첫 시어로 내세우면서, 기독교적인 창조주인 하나님과 유가적 민속적 차원에서의 하느님을 포괄하는‘하늘’을 우러러 그 앞에 자신의 시적 자아를 통하여 자신은‘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를 염원한다는 양심적인 선언을 토로하였다. 국권을 상실하였을 뿐만 아니리, 제나라 말과 글을 대신하여 일본의 말과 글을 쓰기를 강요하던 상황 속에서도 끝내 조선어와 한글로서 시를 짓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였다. 그는 언어민족 운동의 길을 실천하면서 <우리말본>을 짓고 가르치던 외솔선생의 조선어 평가에서 100점을 받아서 광복 운동에 남다른 소명의식을 느끼고 있었기에, 남들은 일제에 굴종하거나 타협하며 살아갈지언정 자신은 외솔선생의 젊은 제자답게 민족시로서 광복 운동의 길로 나아감을 포기할 수 없다는 선언을 저항시로 표현하였다.

성인이 아닌 이상, 태평한 시대에도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텐데, 암흑의 식민지의 상황 아래서 그것은 더 더욱 어려운 삶의 길이었다. 그는 이런 현실적 삶을 날카로운 성찰의 자세로 표현하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부끄러움’은 일상인들이 의식하는 차원의 자책감에서 나온‘부끄러움’의 차원을 넘어선 복음의 길, 애국의 길을 걸으면서 만나는‘부끄러움’이었다고 판단된다. 이런 청결한 삶과, 그 삶에서 무르녹은 시정신에서 피어오르는 시의 품격과 경지를 그는‘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하면서, 이 짧은 시를 마무리 하는 담담하면서도 의연한 결의와 태도를 보여주었다. 특히, 이 마지막 한 행은 「별헤는 밤」에서 표현반 바 있는‘별’의 상징성을 통하여 어둠과 바람 속에서도 결코 꺼지거나 흐려질 수 없는 외로운 양심의 결백함에 닿아있기에, 이 「서시」는 광복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최고의 애송시로 수용되면서, 우리의 양심을 되돌아보는 종교적 윤리적 거울로 삼게 한다.

 

3.‘변부사’를 상징하여 창조한 시어‘푸로메드어쓰’

 

천재시인 윤동주는 「서시」를 지은 단 1주일 후에 창작한 후속 작품인 「간」에서는 「서시」와는 전혀 상반된 빛깔과 향기를 풍기면서 일반 독자는 물론, 비평가나 연구자들에게도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낯설음으로 저항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맹해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려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푸로메디어쓰 불쌍한 푸로메디어쓰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沈澱하는 푸로메드어쓰

 

이러한 시 「간」의 두드러진 특징은 동서양의 고전 소재로 복합시켜 시로 형상화한 점에 있다. 즉, 하나의 제재는 거북이의 꾐에 빠져 간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토끼가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여 목숨을 건지는 내용의 삼국시대의‘귀토지설’이나 소설 「토끼전」 및 판소리 「수궁가」에서 가져온‘토끼’소재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을 위해 제우스 신을 속이고 천상의 불을 훔쳐서 지상의 인류에게 제공한 죄로 코카서스 산에 쇠사슬로 묶인 채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고통을 당하는 신화에서 가져온‘프로메테우스’소재이다. 이 두 고전 소재를 복합 소재로 차용하면서 융합적 이미지로 형상해낸‘푸로메드어스’는 이 낯선 시 「간」의 주제를 탐색하는 핵심시어에 해당한다.

「토끼전」 등에서는 육지의 이야기와 수궁의 거북 이야기로 전개되던 낯익은 우화에서 일제라는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로서의 조선인의 항거의식으로 전환시키고, 낯선 서양의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는 천상의 신격이면서도 인류를 위해 희생하다가 제우스를 속인 죄로 벌을 받는‘프로메테우스’의 영웅적 행동처럼 속이면서 조선인을 식민지 백성을 압제하고, 조선의 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하고, 심지어는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뿌리조차 없애려는 창씨개명 정책을 펼치는 일제의 잔혹사를 고발하기 위하여 창안해낸 악인의 전형을 윤동주는 고심 끝에, 그 지극한 고통도 견뎌내는 의로운 영웅‘프로메테우스’와는 전혀 상반을 존재를 형상하는 고유명사로 된‘푸로메드어쓰’이미지를 창조하여‘불도적’으로 비유 내지 상징화시켰다.

이런 윤동주의 고도의 표현 기술은 다른 선배 시인이나 동시대 시인들이 구사하지 못한 주체적이고 혁신적인 윤동주식의 기술로서, 당시 유행하던 모더니즘 기법의 주체적인 개발에 성공한 사례에 해당한다. 이런 독창적인 동서양 서사적 소재의 융합 제재화의 결과로 얻어낸‘푸로메드어쓰’의 이미지는 윤동주가 끌어올린 공격적 심판시의 모범적인 작품이기에, 이 작품의 마지막 시행인‘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푸로메드어쓰’는 곧 멸망하는 일제, 멸망할 수밖에 없는, 1941년 11월 기준의 일제의 미래에 대한 예언시 내지 심판시로서의 부족함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 근거하여 판단해 보면, 지금까지 「서시」의 명성에 가려져 있었던 「간」은 윤동주가 그 이전에 창작한 작품들의 여성적이고 희생적이고 서정적이던 작품의 성향과는 달리, 광복을 향한 소망 차원에서 머물지 않고‘푸로메드어쓰’의 영원한 침전을 통한 일제의 패망을 시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일제암흑기에 창작된 저항시의 절정이요 꽃이라 할 수 있다.

「춘향전」 연구를 평생의 과제로 삼고 고전문학을 해온 필자로서는, 연희전문 교정에 윤동주 시인보다 24년 뒤에 입학하여 민족의식이 투철한 큰 스승들로부터 인문학을 배우고, 그 애국심이 충만한 지식을 연세대학 교수로서 수십 년에 걸쳐서 후배들에게 가르친 학자로서, 윤동주 시인 탄생 100돌을 맞아 그가 창출한‘푸로메드어쓰’는 민족고전 「춘향전」의‘변부사’의 시적 변용으로 형상된 시어요, 가을밤 하늘의 금강석같이 반짝이는 별같은 세계 유일의‘시어’로 탄생한 것이‘불도적 푸로메드어쓰’라는 소박한 평가를 주목해주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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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정리

 ․ 성격 : 상징적, 저항적, 우의적

 ․ 심상 : 설화에서 취재한 원형적 이미지

 ․ 어조 : 현실을 극복하려는 남성적 어조

 ․ 특징 : ① 두 자아의 대비적 표현   ② 설화와 신화의 결합

 ․ 시상 전개 : 화자의 이동에 따른 전개

 ․ 구성 : ① 환상에서 현실로 귀환(제1,2연)

         ② 자아의 갈등과 자포자기(제3,4연)

         ③ 현실적 유혹의 거부(제5연)

         ④ 현실적 고난의 인고(忍苦)(제6연)

 ․ 제재 : 구토설화와 프로메테우스 신화

 ․ 주제 : 현실적 고난 극복의 의지

 

■ 학습문제

1. 두 개의 설화가 한 편의 시에서 결합되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는 소재를 찾아 쓰라.

▶간(肝)

2. ㉠이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 구토설화와 관련하여 50자 이내로 쓰라.

 

▶거북의 꾐으로 부귀영화를 누려 보겠다는 환상에 빠졌던 더러운 양심(본질)을 바로잡기 위해.

3. 이 시에서 (1)시인이 자기와 동일시하고 있는 소재를 둘 찾아 쓰고, (2)각각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의식을 쓰라.

 

▶ (1) 토끼와 프로메테우스   

   (2) 토끼 : 항거 의식  프로메테우스 : 속죄양 의식

 

4. ‘간’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 자아의 양심 및 자기 존엄성, 시적 화자의 지조 및 신념

 

5. 프로메테우스와 시적 화자를 동일시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 대의를 위한 희생의 감수

 

6. 등장하는 동물을 구분하면 어떻게 나누어지는가?

 ▶ 토끼(화자) / 거북이.독수리 (억압세력)

 

■ 심화문제

*김영랑의 시 ‘독을 차고’를 읽고, 화자의 결의를 비교해 보자.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어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버리면

억만 세대(億萬世代)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虛無)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듸!'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김영랑, 독을 차고)

 

▲ 이리, 승냥이 → 내 마음, 혼

   거북이 → 간

   습한 간을 말리우자 →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 이해와 감상

1941년 11월 29일 연희 전문학교 졸업반 때 쓴 작품으로 알려진 이 시가 갖는 특수성은 각기 다른 동·서양의 두 고전을 형상화한 점에 있다. 즉, 거북이의 꾐에 빠져 간(肝)을 잃을 위기에 처했던 토끼가 특유의 기지(機智)를 발휘하여 목숨을 건지는 내용의 '귀토지설(龜兎之說)'과 인간을 위해 제우스를 속이고 불을 훔친 죄로 코카서스 산에 쇠사슬로 묶여, 낮에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다가 밤에는 그 간이 되살아나 영원히 고통을 겪는다는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교묘히 결합하여 현실적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를 밝힌 작품이다. 이 두 고전을 차용한 까닭은 '귀토지설'에서는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의 항거 의식을,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서는 속죄양 의식을 나타내기 위함이다.

윤동주는 벼랑 끝에 몰린 위기에서도 슬기롭게 자기의 '간'을 지킨 토끼와, 죄 아닌 죄를 짓고 속죄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프로메테우스를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을 지키며 식민지 시대를 살아야 했던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두 고전의 문면(文面)을 글자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적절히 변용하여 작품 속에 투영시키고 있다.

먼저 1연에서는 거북의 유혹에 빠져 목숨을 잃을 뻔 했던 토끼, 즉 화자가 지상 낙원이 용궁이 아니라 제가 살고 있는 산중임을 깨달은 후, 그 곳으로 돌아와 '간'을 꺼내 바위 위에 말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토끼의 행동은 바로 간의 소중함에 대한 재인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간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보다도 간이야말로 거북에게 맞설 수 있는 가장 크고 효율적인 무기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간'이 '습한' 것은 한때 유혹에 빠졌기 때문이며, 그것을 햇빛에 말리는 것은 다시는 유혹에 빠져들지 않겠다는, 욕망의 절제를 통한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2연에서는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귀토지설' 속에 끼어들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두 고전에 공통적으로 '간'이 등장하기 때문이며, 또한 이 '간'은 모두 상대와 맞설 수 있는 '힘'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3연에서는 화자가 자신이 기른 독수리에게 자기의 간을 뜯어 먹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독수리는 4연에서 '너'로 지칭되고 있는데, '나'가 육체적 자아라면 '너'는 정신적 자아라 할 수 있다. 결국 '너'라는 독수리는 화자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자아의 예리한 의식이 된다. 그러므로 '너는 살찌고 / 나는 여위어야지'라는 구절은 자신의 육체는 희생되더라도 정신만은 지키겠다는 의미이다. 한편, 끝머리의 '그러나'는 여위어 대항할 힘은 없어도, 정신만은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으로, 뜯어 먹히더라도 간은 결코 내놓을 수 없다는 결의를 표명한 것이다.

5연에서 화자는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며 자신의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용궁의 유혹'에 떨어진다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양심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6연에서는 불쌍하기는 하나, 프로메테우스처럼 화자도 인간을 위한 속죄양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목에 맷돌을 달고 / 끝없이 침전하'는 것은 그 같은 거룩한 자기 희생 정신의 표현이다.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이해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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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 시작은 하찮은것에서 소중한것을 길어내야... 2017-11-13 0 2261
833 [노벨문학상과 시인] -"서정적 비가"시인, "학교중퇴생" 시인... 2017-11-13 0 2203
832 [노벨문학상과 시인] - 초현실주의적 "외교관" 시인... 2017-11-13 0 2122
83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인민시인"으로 추대되였던 시인... 2017-11-13 0 1930
830 시의 령혼이 빛나고 있는 곳은 실재계, 상징계, 영상계에 있다 2017-11-10 0 2106
829 [노벨문학상과 시인] - 력사를 "시적인 론문"으로 쓴 시인... 2017-11-06 0 4419
828 [노벨문학상과 시인]젊은이들속 "음유시인"으로 알려진 시인... 2017-11-06 0 3701
827 [노벨문학상과 시인] - "자유시의 대가"인 시인... 2017-11-05 0 3418
826 [노벨문학상과 시인] - 음악가로부터 문학의 길을 택한 시인 2017-11-05 0 3836
825 [노벨문학상과 시인]소설가인 년상(年上) 녀인과 재혼한 시인 2017-11-05 0 4136
824 문인들 컴퓨터의 노예가 되다... 2017-11-03 0 3426
823 "가짜 詩"와 "진짜 詩"... 2017-11-03 0 4861
822 [노벨문학상과 시인]"유대인 민족의 비극을 대변한" 녀류시인 2017-11-03 0 3386
82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촉망되는, 촉망받은" 외교관 시인 2017-11-02 0 3374
820 [노벨문학상과 시인] - 고향을 "서사적인 힘"으로 노래한 시인 2017-11-02 0 3310
819 [그것이 알고싶다] - 일본 녀고생들은 윤동주를 어떻게 볼가?... 2017-11-02 0 2209
818 "배추잎같은 엄마의 발소리 타박타박"... 2017-11-01 0 2644
817 [노벨문학상과 시인] - 중국 상하이, 베이징 주재 외교관 시인 2017-10-31 0 3586
816 [노벨문학상과 시인] - "모더니즘 시인들 운동"의 지도자 시인 2017-10-31 0 3690
815 [노벨문학상과 시인] "벌거벗은 시"로 리행과 리정표가 된 시인 2017-10-31 0 3269
814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메달 출시되다... 2017-10-31 0 2057
813 시성 타고르의 시와 그리고 오해, 진실... 2017-10-30 0 3892
812 천년의 그리움이 만년의 강 따라 흐르고... 2017-10-30 0 3067
811 [노벨문학상과 시인] - 아세아인 최초로 노벨상을 탄 시인 2017-10-30 0 4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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