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창
2018년 07월 16일 01시 29분  조회:4473  추천:0  작성자: 죽림

/윤동주

쉬는 시간마다
나는 창녘으로 갑니다.

창은 산 가르침
이글이글 불을 피워 주소
이 방에 찬 것이 서립니다.

단풍잎 하나
맴도나 보니
아마도 자그마한 선풍이 인게외다.

그래도 싸늘한 유리창에 
햇살이 쨍쨍한 무렵,
상학종이 울어만 싶습니다.

윤동주시 창 해석

암울하고 갇힌 시절에
'창은 하나의 구원의 상징이 될수도
있습니다.
가능성, 희망, 출발,미래 등등
마지막 창에 매달리고픈 심정은
어둠을 견디는 당대의 모든
지식인들의 공통된 바람이었을것입니다.
가혹한 시대에 바라보는 창과 밝고
자유로운 시대에 바라보는 창은 그만큼
투명성에서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예가)

 

 
====================



 

 

 

 

이 시에서 비로소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는 윤동주 씨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해. 그리고 이후로 평생 그 주변을 맴돌게 되지.

 

 우리에게 익숙한 윤동주 씨의 모습은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이다.('창'도 거울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 여기서 거울은 두 세계의 경계야. 이쪽은 현실, 저쪽은 이상. 이전 시들에서 보이던 '현실에 대한 혐오'가 거울 속의 이상 세계를 만든 게 아닐까 싶어.(이 두 세계를 더 이해하고 싶다면 영화 [매트릭스]를 추천한다.)

 이제 그에겐 거울 안의 세계가 의미 있는 세계이고 거울 밖의 세계가 허구가 돼. 마찬가지로 거울 안의 자신은 '이상적 자아'이고, 거울 밖의 자신은 '현실적 자아'이자 이상적 자아의 '그림자'가 되지.

 

 '창'은 '문'이나 '벽'과는 달라. '벽'은 '외면'이야. 반대편의 세계가 아예 안 보여. '문'은 '통로'야. 반대편의 세계로 나갈 수 있지. 어느 쪽이든 부끄러움은 안 생길 거야.

 거기에 비해 '창'은 외면할 수도 없지만 나갈 수도 없는 공간이지. 외면하기엔 양심이 허락하지 않고, 뛰쳐나가기엔 용기가 부족했던 윤동주 씨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쉬는 시간만 되면 창가로 달려간다.

 

 창밖에는 식민지 조선의 참혹한 현실이 보이는데, 창안에서는 식민지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윤동주 씨는 공부를 통해 민족적 이상에 보탬이 되려 했던 것 같애. 그런데 일본은 그에게 어떤 내용을 가르쳤을까? 조선인은 열등하다는 거?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거?

 당연히 윤동주 씨는 이런 교육에 크게 실망했던 것 같애. 그래서 그는 창 건너편이 살아있는 가르침이고, 창 안쪽은 죽은 가르침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항상 그의 육체는 거울 이쪽에 있지만 정신은 저쪽에 괴리되어 있다. 그래서 괴롭다.

 

 윤동주 씨는 누군가가 나서서 자기 대신 이 현실을 타파해 주기를 바라는 데, 그 누군가는 아마도 절대자겠지. 그래서 3연의 내용은 기도로 볼 수 있어.(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그야말로 윤동주 씨 다운 모습이지.)

 

 하여튼 윤동주 씨는 절대적인 힘에 의해 자신의 상황을 깨트리고 싶어 하지만, 그의 바램은 '자그마한 선풍'으로 끝나고 말아. 아직은 때가 아닌가 봐.

 

 기대가 깨어지면서 그는 쉬는 시간도 곧 끝날 거라고 예감해. 금방 상학종이 칠 테고, 그럼 자신은 다시 교실로 돌아가 '죽은 가르침'을 듣게 되겠지. 그래서 자괴감에 빠져.

 여기서 '울어만'은 상학종이면서 동시에 화자의 심정이기도 해. 그래도 '싸늘한 유리창에 햇살이 쨍쨍'하다는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으려 하고 있어.

 

 좀전에 말했듯이 만약 창밖으로 뛰쳐나간다면 윤동주 씨의 부끄러움은 해소될 거야. 그런데 만약 그에게서 부끄러움이 사라진다면? 혹시 그의 시도 함께 사라지지 않을까? 시인마다 고유의 스펙트럼이 있는데, 윤동주 씨는 '부끄러움'에 특화된 시인이야. 어쩌면 그래서 부끄러움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평생 그걸 놓지 못한 걸지도 몰라.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30 남미주 아르헨티나 시인 - 보르헤스 2018-01-10 0 4534
929 하이퍼시의 뿌리는 중국시전통에 있으며 대간을 이루고있다... 2018-01-10 0 3215
928 {쟁명} - 하이퍼시는 은유와 환유의 잔치, 설명과 해석은 금물. 2018-01-10 0 2338
927 <서시> 시모음 2018-01-10 0 2499
926 [시단소사전] - "글쓰기 충전구멍가게"... 2018-01-10 0 2975
925 "모든 죽어가는것" 中 하나가 "조선어"였던것 같다... 2018-01-09 0 2315
924 <해빛> 시모음 2018-01-09 0 2324
923 <별> 시모음 2018-01-09 0 2053
922 <콩나물> 시모음 2018-01-09 0 2157
921 보이지 않는것들을 볼수있는 4차원적 발견의 눈을 길러라... 2018-01-07 0 2158
920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늘 기록하라... 2018-01-07 0 2010
919 [작문써클선생님께] - 동시를 어떻게 쓸가ㅠ... 2018-01-07 0 2159
918 "과연 당신만의 '십자가'를 짊어질수 있는 용기가 있는기여?"... 2018-01-07 0 2271
917 {쟁명} - 하이퍼시는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체와의 춤사위이다 2018-01-05 0 2470
916 {쟁명} - 하이퍼시는 자아가 아니라 타자와 노는것이다... 2018-01-05 0 2323
915 詩人 김파님께서는 갔으나 詩伯 김파님께서는 가지 않았다... 2018-01-05 0 2568
914 이상(李箱)의 시는 이상(李箱) 이상(以上)이었다... 2018-01-04 0 2389
913 "솔숲은 늘 푸른데, 숲에 난 발자국은 모두 다르더라"... 2017-12-28 0 3227
912 교육선구자 김약연과 명동학교를 아십니까?!... 2017-12-28 0 2814
911 <시간> 시모음 2017-12-28 0 2868
910 해골의 노래에 맞춰 무도회는 잘도 돌아간다... 2017-12-27 0 3156
909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2017-12-26 0 3039
908 <말(言)> 시모음 2017-12-24 0 2256
907 시와 시작론 2017-12-22 0 1896
906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7 2017-12-22 0 2132
905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6 2017-12-22 0 2041
904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5 2017-12-22 0 2285
903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4 2017-12-21 0 2410
902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3 2017-12-21 0 2299
90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시조, 동시, 시 차이점?... 2017-12-21 0 3381
900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2 2017-12-21 0 2391
899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 2017-12-21 0 2114
898 세상에서 제일 보배로운 동요동시를 내 눈언저리에 붙혀주렴... 2017-12-21 0 2255
897 웃음은 모든 인간들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이다... 2017-12-20 0 2270
896 <돌> 시모음 2017-12-19 0 2461
895 산골물 / 윤동주 2017-12-17 0 2772
894 애독자 비행기 조종사가 유명한 작가 비행기 조종사를 죽이다... 2017-12-17 0 3673
893 윤동주, 백석, 릴케 - "삼종(三鐘)의 종소리 웁니다"... 2017-12-16 0 3898
892 "암울한 시대에 시를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2017-12-16 0 3373
891 치욕의 력사에서 참회의 역사로 바꾸어 놓은 시인 - 윤동주 2017-12-16 0 3517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