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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길
2018년 07월 27일 23시 21분  조회:5060  추천:0  작성자: 죽림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 잃어버렸는데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그래서 정처 없이 그것을 찾으러 떠난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 돌담길을 걷는다담은 쇠문으로 굳게 닫혀 있다돌담길을 어슬렁거리다 시간만 흘러간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 돌담을 더듬어도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는 없다하늘을 쳐다보니 부끄럽기만 하고.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그렇다면 내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라는 이야기가 된다.

 

내가 사는 것은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화자가 삶을 사는 이유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서이다.

 

 

1 이 시의 화자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의 정서를 지니고 있다.

② 부재하는 대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과 의지를 보이고 있다.

③ 부정적인 현실과 대결하며 새로운 세계를 이루고자 시도하고 있다.

④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안타까워하며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⑤ 세상과 단절된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 이 시에 나타난 시간과 공간을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주머니를 더듬는 행위로 볼 때화자가 잃어버린 것은 아마도 자신이 지니고 있었거나 내면적인 성질을 띤 것일 거야.

과 이어진 돌담은 화자로 하여금 좌절과 슬픔을 느끼게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어.

하늘은 화자의 부끄러움을 자극하는 존재이지만 의지를 북돋우는 계기가 된다고 할 수 있어.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시간은 화자가 꾸준히 감당해야만 하는 숙명적인 시간이야.

담 저쪽은 화자가 처한 현실과 대비되는 공간이며화자의 회상 속에 존재하는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어.

➡ 화자의 회상 속에 존재하는 이상향이 아니라화자가 지향하는 자아가 존재하는 곳이다.

 

 

답은 2, 5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도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무언가를 잃어버렸다그런데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잃어버린 건 확실한데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를 때의 안타까움은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것이다시인은 지금 그런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다.두 손으로 주머니를 자꾸 더듬는다무언가가 주머니에 있을 리 없다어떻게 해야 할까시인을 길을 나선다집안에는 없으니 집밖으로 나가는 것일까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이어진 돌담을 끼고 그는 계속 걷는다.돌담에는 쇠문이 있고그것은 굳게 닫혀 있다돌담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으니 시인은 그 주변을 서성이기만 한다저 돌담 너머에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시인은 생각하는 것일까?

 

길 위에 돌담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무언가를 찾지 못했는데시간은 어느새 저물녘이 되었다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할까시인은 머뭇거린다집으로 돌아가도 할 일이 없다마음속으로는 잃어버린 것을 생각할 테니 잠도 쉬이 오지 않을 것이다그렇다고 돌담 주변을 걷는 것도 의미가 없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라는 시구에 나타나는 대로시인은 길에서 아침을 맞고길에서 저녁을 맞았다쉼 없이 돌아다녀도 잃은 것을 찾을 수 없어 시인은 돌담을 더듬다 눈물까지 짓는다흐르는 눈물을 멈추게 하려고 고개를 드니 하늘은 부끄럽게 푸르기만 하다무언가를 잃은 게 부끄럽고잃은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해 부끄럽고그것을 찾지 못해 또 부끄럽다.

 

그래도 시인은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변함없이 걷고 있다(걸으려고 한다). 시인을 정말로 부끄럽게 하는 건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지 않는 것이다돌려 말하면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걸 시인은 철석같이 믿고 있다지금은 다만 쇠문을 열 열쇠가 없을 뿐이다열쇠를 찾으면 쇠문을 열고 돌담 안으로 들어가 잃어버린를 찾으면 된다요컨대 시인은 이제 자신이 잃어버린 무언가가 바로 자기 자신임을 알아냈다담 저쪽에 남아 있는 를 시인은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찾으려 한다그것이 그가 돌담을 계속해서 걷는 이유이고궁극적으로 그가 사는 이유이다.

 

내가 사는 것은다만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라는 이 시의 결구에 표현된바 그대로시인에게 담 저쪽에 있는 나를 찾는 일은 삶의 목적 그 자체가 되고 있다시인은 왜 이리 담 저쪽의 를 찾는데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부끄럽기 때문이다윤동주 시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부끄러움의 미학은 사실 숭고미라는 윤리적 자의식과 연결되어 있다숭고라는 미적 범주는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는 존재의 이상을 대변한다윤동주가 꿈꾼 이상을 독립이라는 사건에 맞출 필요는 없다위 시에 나타나는 대로 그는 하늘을 쳐다보는 자가 느끼는 부끄러움을 강렬하게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는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은 를 찾기 위해이 길을 걷고 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은 따라서 진정한 나와 만나려는 시인에게는 피할 수 없는 고난의 길이다생명이 없는 길에서 펼쳐내는 부끄러움은 이렇게 시인으로 하여금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그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윤동주는 부끄러움을 아는 시인이다부끄러움을 아는 게 무어 그리 대단한 거냐고 반문할 수 있다부끄러움을 아는 일은그래대단한 일이다식민지 시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부끄러움은 한 존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제시하는 분명한 단서이기 때문이다참된 나를 찾기 위해 벌이는 시적 여정에서 시인은 부끄럽지 않은 삶으로 가는 길을 열어젖힌다그러므로 그가 걷는 이 길은 자기 내면을 구성하는 또 다른 무의식을 만나는 길로 표현되지 않을 수 없다그 무의식을 죽음이라고 해도 상관없고순수라고 해도 상관없다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이 길을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걷고 있다그가 이 길을 걷는 것은 시적 현재이다시라는 세계에서 시인은 부끄러움을 아는 영원한 소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그 소년이 만든 생의 거울에 우리를 비춘다면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 거울에 나타날까두고두고 곱씹어 볼 질문이다.

 

 

 

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을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핵심 정리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지식인의 고민을 노래한 작품이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고통스러운 탐색의 행위가 잘 드러나 있으며, 성찰의 시인 윤동주의 면모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상징적, 성찰적, 의지적
*제재 : 길
*주제 :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탐색과 결의. 자아 회복을 위한 진정한 노력
*특징
① 고백적 어조를 통해 내면을 드러냄.
② 소박하고 일상적인 시어 구사
③ ‘길’, ‘담’, ‘문’ 등의 보편적 상징을 활용하여 관념을 형상화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작품의 구성

[1연] 상실을 인식하고 하는 행동
[2연] 화자가 걸어가는 길의 모습
[3~4연] 상실한 대상을 찾아가는 지난한 과정
[5연] 부끄러움을 통한 자아의 갈등과 각성
[6~7연] 참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결의와 의지

이해와 감상

1941년, 모든 것이 황폐화된 식민지 조선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젊은 지식인의 고뇌와 아픔, 상실과 모색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민족의식을 지닌 지식인으로서 작가는 자신이 찾아야 할 가치와 삶을 찾기 위해 ‘길’로 나섰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돌담’으로 표현된 황폐하고 삭막한 현실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지속되는 진지한 물음을 통해 참된 자아의 회복을 염원하고 있다. 시인의 다른 작품들처럼 현실에서 오는 고통이나 좌절을 회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진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결의나 다짐의 태도를 이 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화자가 찾으려 하는 것은 6연에 제시되어 있는 ‘담 저쪽에 남아 있는 나’인데, 시적 화자는 돌담으로 인해 돌담 너머의 세계를 볼 수가 없고, 돌담이 길과 평행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 세계에 도달할 수도 없다. 담 너머의 세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쇠문’은 굳게 닫혀 있어 절망적 상황을 느끼게 하고, ‘길 위에 긴 그림자’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자아 성찰을 통해 자아 회복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5연의 ‘하늘’은 비본질적 자아를 일깨워 주는 존재로서 시적 화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의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있는 자신, 즉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함이고, 이 어둡고 슬픈 현실 상황 속에서 ‘내가 사는 것은’ 오직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독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 (주)천재교육 | BY-NC-ND

작품 연구실

작품 속 시어 사전

* : 잃은 것을 찾는 과정,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공간
*돌담 :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를 단절시키는 장애물, 현실적 자아의 삶의 길에 놓인 암담한 현실의 상징물

‘돌담’을 통해 나타난 자아의 분열

화자는 끝없이 이어져 있는 ‘돌담’을 끼고 걸어가고 있다. 돌담은 길을 안과 밖으로 갈라놓았기 때문에 그 길을 걷고 있는 화자는 결코 돌담 안쪽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곳은 바로 화자가 상실한 참된 자아가 존재하는 공간이지만, 돌담이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화자는 그곳에 도달할 수 없다. 돌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는 쇠문으로 굳게 닫혀 있으며,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주)천재교육 | BY-NC-ND

‘하늘’의 의미와 역할

‘돌담’으로 상징되는 장애물을 앞에 두고, 참된 자아를 회복하는 것이 힘겹다고 느끼며 화자는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은 화자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 상황을 일깨워 주는 지고한 존재이며 순수한 존재로, 화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부끄러움은 화자에게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의지를 북돋우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를 통해 화자는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참된 자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고백적 어조

윤동주의 시는 대체로 현재의 자기 모습을 현실의 어려움과 대조시키면서 스스로 느끼는 부끄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관점에서 화자는 고백적 어조와 태도를 보이게 된다.

‘길’의 상징성

윤동주의 ‘길’은 식민지 현실에서 올바른 삶의 길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 하며 방황을 거듭하던 화자가 그러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공간이다. 이때의 ‘길’은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아 성찰과 탐색의 공간으로서 인생 그 자체를 의미한다. ‘길’은 인생을 의미하기에 시련과 고통 등의 굴곡을 품고 있으며, 길과 더불어 놓여 있는 ‘돌담’은 끊임없이 추구하나 이르지 못할 이상적 세계(참된 자아를 찾을 수 있는)와의 분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화자는 이러한 돌담의 존재와 더불어 ‘길’을 통해 최종의 목적지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 나가려는 것이다.

작가 소개 - 윤동주(尹東柱, 1917 ~ 1945)

시인. 북간도 출생. 일본 도시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 사상범으로 체포되어, 이듬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1941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19편의 시를 묶은 자선 시집(自選詩集)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자필로 3부를 남긴 것이 사후에 햇빛을 보게 되어, 1948년에 유고 30편이 실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간행되었다. 주로 1938~1941년에 쓰인 그의 시에는 불안과 고독과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용기로 현실을 돌파하려는 강인한 정신이 표출되어 있다. 작품으로 ‘자화상’(1939), ‘또 다른 고향’(1948) 등이 있다.

함께 읽어보기

‘거울’, 이상/본질적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

‘거울’은 현실적 자아와 본질적 자아의 분열을 상징화하고 있으며,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참된 자아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윤동주의 ‘길’과 그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길’이 ‘참된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는 반면, ‘거울’에서는 현실적 자아와 본래적 자아 사이의 단절과 분열의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외길(천양희)과 길(윤동주)의 작품 설명

[길' 속에 투영되어 있는 삶의 자세]

천양희의 ‘외길’과 윤동주의 '길' 모두에서 '길'이란 곧 삶 혹은 삶의 과정을 의미한다. '길'은 사람의 인생역정을 지칭하는 시어로 흔히 사용되어 왔다. 따라서 '길'은 다양한 방향이 존재할 수 있고, 그 길을 걸어가는 시적 화자의 자세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동주의 '길'과 천양희의 ‘외길’에 등장하는 '길'은 시적 화자가 지향하고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뿐만 아니라 두 작품의 시적 화자는 모두 이러한 길을 어떠한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외길(천양희)과 길(윤동주)의 핵심 정리

  외길
갈래 서정시, 자유시 자유시, 서정시
성격 실존적, 의지적, 관념적 상징적, 성찰적, 의지적
제재 외길
주제 자신이 선택한 삶의 길을 지켜 가고자 하는 의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탐색과 결의. 자아 회복을 위한 진정한 노력
특징 ① 경어체를 통해 화자의 의지를 드러냄.
② 자연물(새)을 통해 화자가 희망하는 삶의 자세를 효과적으로 표현함.
① 고백적 어조를 통해 내면을 드러냄.
② 소박하고 일상적인 시어 구사
③ ‘길’, ‘담’, ‘문’ 등의 보편적 상징을 활용하여 관념을 형상화

외길(천양희)과 길(윤동주)의 이해와 감상

외길(천양희)

이 시는 '새'의 존재 방식과 같이, 자신이 선택한 오롯한 삶의 길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삶의 자세가 형상화된 작품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복잡한 영향 관계를 물리치고 자신이 선택한 삶의 길을 고수하며 살아가려는 시인의 태도는 시인 자신의 실존적인 삶을 지켜내려는 의지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시인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새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열거하며 시상을 전개한다. 나열된 새들은 새의이름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듯이 저마다 독특하고 다양한 삶의 습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하고 독특한 삶의 습성은, 새를 실존케 하는 본질적 습성 앞에 모두 무력해진다. 다양한 삶의 습성에도 불구하고 '새'는 날아오름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고, 그것은 그들의 숙명적인 삶의 방식이자 실존의 방법인 것이다. 한편 앞서 제시한 '새'의 존재 방식을 토대로 시인이 지닌 삶의 자세와 의지가 구체화된다. 특히 시인이 선택한 삶의 길을 '외길'로 지칭하며 그러한 삶의 길을 지켜가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며 시상을 마무리하고 있다.

길(윤동주)

1941년, 모든 것이 황폐화된 식민지 조선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젊은 지식인의 고뇌와 아픔, 상실과 모색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민족의식을 지닌 지식인으로서 작가는 자신이 찾아야 할 가치와 삶을 찾기 위해 ‘길’로 나섰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돌담’으로 표현된 황폐하고 삭막한 현실이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지속되는 진지한 물음을 통해 참된 자아의 회복을 염원하고 있다. 시인의 다른 작품들처럼 현실에서 오는 고통이나 좌절을 회피하지 않고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며 진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결의나 다짐의 태도를 이 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화자가 찾으려 하는 것은 6연에 제시되어 있는 ‘담 저쪽에 남아 있는 나’인데, 시적 화자는 돌담으로 인해 돌담 너머의 세계를 볼 수가 없고, 돌담이 길과 평행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 세계에 도달할 수도 없다. 담 너머의 세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쇠문’은 굳게 닫혀 있어 절망적 상황을 느끼게 하고, ‘길 위에 긴 그림자’는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자아 성찰을 통해 자아 회복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5연의 ‘하늘’은 비본질적 자아를 일깨워 주는 존재로서 시적 화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풀 한 포기 없는’ 불모의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있는 자신, 즉 잃어버린 자아를 찾기 위함이고, 이 어둡고 슬픈 현실 상황 속에서 ‘내가 사는 것은’ 오직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독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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