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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호주머니
2018년 08월 06일 23시 20분  조회:4382  추천:0  작성자: 죽림

주머니

           /윤동주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 되면 

주먹 두개 

갑북 갑북 

1936.12-1937.1(추정)



 윤동주(1917~1945) 
북간도 동명촌에서 출생. 
연희전문학교 문과 졸업, 일본 동지사대학 영문과 수학. 
1943년 일경에서 잡혀 옥중생활을 하던 중 1945년에 
29세로 옥사. 유고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음. 



 



국의 시인일 뿐 아니라, 일본 중국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윤동주 시인이 스무 살때 쓴 시입니다. 

동주시인을 일컬어 흔히 '별의 시인'이라고 하지요. 
맑고 순수한 이상의 세계를 지향하는 그 시심의 바탕에 
바로 동시의 세계가 자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머니에 무엇 하나 넣어 둘 것 없는 '가난'한 일상을 
오히려 운치 있게 '풍족하다'고 말한 역설이 빛납니다. 

"주먹 두 개 갑북갑북" 할 때의 앙증스러운 질량감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듯하지요. 

동주시인은 서울 생활을 시작하던 무렵(1938년)부터 
더는 동시를 쓰지 않습니다. 

로 꿈꾸고 노래할 수 없는 현실을 견디기 어려웠다는 얘기지요. 
자신에게서 동시를 빼앗은 세상 앞에서 그는 점점 고뇌에 
가득한 얼굴이 되어 갔지요. 

=====================

 

윤동주·윤일주 지음/조안빈 그림/창비/

민들레 피리/윤동주·윤일주 지음/조안빈 그림/창비/

“누나의 얼굴은/ 해바라기 얼굴./ 해가 금방 뜨자/ 일터에 간다.// 해바라기 얼굴은/ 누나의 얼굴./ 얼굴이 숙어 들어/ 입으로 온다.” (윤동주 ‘해바라기 얼굴’)

시인 윤동주(1917∼1945)의 탄생 100주년(2017년 12월)을 기리며 윤동주와 그의 동생 윤일주(1927∼1985)가 쓴 동시를 묶은 ‘민들레 피리’가 출간됐다. 시집에는 윤동주가 1935년부터 3년여간 쓴 동시 34편과 동생 윤일주가 쓴 동시 31편이 실렸다. 

윤동주가 동시를 썼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동문학계에서는 동심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들로 높이 평가한다. 가족의 가난하고 고된 삶까지도 끌어안는 윤동주의 낙천적인 동심과 아기자기한 운율이 두드러진다.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윤동주 ‘호주머니’)

동생 윤일주는 건축학자가 된 뒤에도 틈틈이 동시를 썼다. 작고한 뒤인 1987년 유고 동시집이 출간됐지만, 지금은 모두 절판됐다. 그는 가난한 이웃도 귀하게 여긴 윤동주의 정신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펼쳤다. 

“햇빛 따스한 언니 무덤 옆에/ 민들레 한 그루 서 있습니다./ 한 줄기엔 노란 꽃/ 한 줄기엔 하얀 씨.// 꽃은 따 가슴에 꽂고/ 꽃씨는 입김으로 불어 봅니다./ 가벼이 가벼이/ 하늘로 사라지는 꽃씨.// 언니도 말없이 갔었지요.// 눈 감고 불어 보는 민들레 피리/ 언니 얼굴 환하게 떠오릅니다.// 날아간 꽃씨는/ 봄이면 넓은 들에/ 다시 피겠지.// 언니여, 그때엔 우리도 만나겠지요.” (윤일주 ‘민들레 피리’) 

우리의 옛말에서 ‘언니’는 동성의 손위 형제를 부르는 말로 쓰였다. 윤일주는 이 시에 형 윤동주를 향한 짙은 그리움을 담은 것이다. 시집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조안빈의 그림이 함께 실려 시의 정취를 더한다.

/권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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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1936년 12월 또는 1937년 1월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윤동주 시인의 ‘호주머니’입니다.

읽고 나면 절로 웃음이 번지는 동시이지요.

‘자기 성찰의 시인’으로 알려진 윤동주가 이런 동시를 썼다니 놀랍기도 하지만, 사실 윤동주는 서정시인일뿐만 아니라 동시작가로서도 많은 동시를 썼습니다. 그의 동시에서는 ‘호주머니’처럼 천진난만한 시선을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 꽤 있습니다. 학교교육에서 부각시킨 면과는 또 다른, 윤동주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쨌든 ‘호주머니’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세상만사 근심이 다 씻겨나가는 느낌입니다. 겨울이 되면 걱정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높은 곳에 사는 분들이야 걱정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어디 서민들은 그런가요. 겨울이 다가올수록 한숨도 깊어지지요. 하지만 이 시에서는 그런 걱정도 한숨도 ‘주먹 두 개 갑북갑북’의 긍정과 해학으로 녹여버리고 맙니다. 
 

‘넣을 것 없으면 뭐? 주먹 두 개 넣으면 되는걸. 그럼 호주머니도 갑북갑북 찬다구!’

이 시에는 이렇게 웃음과 눈물이 함께 배어있습니다. 짧지만 읽는 이에게 ‘긍정의 힘’을 안겨주는 큰 동시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시를 읽으면 ‘갑북갑북’이라는 말이 주는 앙증맞은 재미와 함께 긍정적인 생각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참, 윤동주의 동시 중에는 ‘산울림’처럼 동요로 불리는 작품도 있어요. 아무쪼록 쉽고 짧으면서도 의미가 담긴 윤동주의 동시와 노래를 우리 아이들이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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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만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호주머니 / 윤동주>

 

어릴 적 호주머니가 있는 옷은 좋은 옷이었다. 호주머니가 없는 옷도 많았다. 호주머니는 지금의 손 난로역할도 하고 가죽 장갑 역할도 하고 보자기 역할도 했다. 무엇이든 호주머니에 담는 습관이 있었다. 추운 날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깨를 움추렸던 추억도 있다. 불룩한 호주머니. 금새 호주머니 옆이 터지기도 했다. 바느질 실도 귀했던 그 시절의 호주머니는 대한히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그 많던 호주머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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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는 1936년 12월에서 1937년 1월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동시예요.
시에서 주인공이 호주머니예요. 호주머니는 걱정하고 있어요. 채울 것이 없으니까요. 돈 없는 사람들이 주머니에 뭘 넣을 수 있겠어요. 어린 아이가 호주머니에 뭘 넣을 수 있겠어요. 다만 가장 추운 겨울에 오히려 뭔가 채워지는 거예요. 그게 글쎄 주먹 두 개랍니다.

.
‘갑북’은 ‘가뜩’이라는 의미의 평안도 방언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이 모자랐던 시대였습니다. 게다가 추운 겨울입니다. 그런데 소년은 주먹 두 개만 넣어도 자신감이 있나봅니다. 갑북갑북이라 했으니 주먹 두 개로도 자긍심이 가득가득한 상태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일상을 주먹 두 개로 견뎌내는 자신감으로 시인은 독자를 위로합니다. 염려도 절망도 “주먹 두 개 갑북갑북”이라는 해학으로 녹여버립니다. 겨울철이면 주머니 두 개로 갑북갑북거린다는 그의 명랑성 덕분에 남루한 빈곤이 오히려 수군대는 듯이 보입니다. 소유가 아니라 존재로 살아보겠다는 당찬 다짐도 느껴집니다. 넣을 게 없으면 두 주먹이라도 넣는다는 자세, 작금의 현실에도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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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1917~1945)이 1936년 12월에서 1937년 1월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동시다. 윤동주는 생전에 많은 동시를 창작했는데, 이 짧은 동시의 행간을 통해 일제강점기 우리 어린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잘 압축하고 있다. 돈 없는 사람들이 주머니에 뭘 넣을 수 있을까. 가장 추운 겨울에 채울만 한 게 주먹 두 개란다. ‘가득가득’이란 뜻의 평안도 방언인 부사 ‘갑북갑북’의 사용도 탁월하다.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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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3월 다시 용정으로 돌아온 윤동주는 4월 6일 5년제 일본학교인 광명학원 중학부 4학년에 편입한다. 대학에 진학하려면 기독교계나 민족계가 아니지만 광명중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착잡한 심경을 시 ‘이런 날’(1936년 6월 10일)에 ‘사이좋은 정문의 두 돌기둥 끝에서/오색기와 태양기가 춤을 추는 날’로 표현하고 있다. 오색기는 만주국 국기이고, 태양기는 일본 국기다. 윤동주에게는 서슴없는 능멸이었다. 모순을 모르고 ‘머리가 단순’하게 된 아이들을 깨우듯이, 1936년 8월 13일엔 동아일보가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말소했다. 

이 시기에 윤동주는 여러 시인의 작품을 스크랩해 두곤 했다. 1935년 10월 27일에 간행된 ‘정지용 시집’을 동주는 평양에서 1936년 3월 19일 구입해 내지에 서명해 둔다. 이미 읽어 왔겠지만 시집을 구입하고 더욱 깊이 읽었던 윤동주는 정지용 시 10여 편을 모방하며 습작해 본다.  
 

윤동주 시 ‘오줌싸개 지도’의 육필원고. 유족대표 윤인석 교수 제공

가톨릭 신자였던 정지용은 ‘가톨릭청년’을 편집했는데, 광명 시절 윤동주는 가톨릭 만주 옌지(延吉) 교구에서 낸 월간 어린이잡지 ‘가톨릭청년’에 다섯 편의 동시를 발표했다. 동주는 ‘오줌싸개 지도’를 1936년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에 써 놓았고, 이후 1937년 1월호에 발표했다. 시 한 편 완성하는 데 1년 이상 걸린 것이다.

빨래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쏴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윤동주, ‘오줌싸개 지도’ 

제목과 1연만 보면 재미있고 귀엽다. 엄마 아빠 모두 떠나고, 남은 두 아이의 이야기다. 2연을 보면 엄마는 별나라 갔고, 아빠는 돈 벌러 만주에 갔다. 아이들은 누가 돌보고 있을까. 윤동주가 보관하고 있던 발표본에는 수정한 흔적이 있다. 오줌 ‘싸서’니 ‘싸’가 아니라, 오줌 ‘쏴’라고 고친 흔적이 분명히 있다. 원고지에도 ‘쏴’라고 썼는데, 투고했을 때 잡지사 편집부에서 ‘싸서’로 고쳤다. 그것을 다시 동주는 왜 ‘쏴’라고 고쳤을까. ‘싸서’보다 ‘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부모 없는 아이가 밤이 무서워 참다 참다가 쏴버리는 오줌을 강조하고 싶었을까.  /김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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