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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라고 하면 대부분 큰 걱정 없이 마냥 하루하루가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던 시절, 어떻게 놀면 재미있을까 궁리하던 시절. 자연과 어우러지고 만화영화 속의 세계가 현실이 되고,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장차 그것이 되고 싶었던 시절을 말이다.
우리는 동심을 통해 긍정적인 기운을 얻는다. 상상력은 호기심과 함께 문명을 발달시켜 온 주요한 특성이다.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성인을 보면 우리는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실제로 ‘피터팬’ 극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네버랜드를 찾아서>를 보면 주인공은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마술을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스꽝스러운 변장을 하고, 함께 해적 놀이를 하며 동심의 나날을 보낸다. 실비아 가족과 자주 어울리며 그들에게서 얻은 영감으로 작품을 쓴 그는 네 아이들 중 유난히도 예민하고 섬세한 영혼을 가진 피터에게서 이름을 딴 동화 속에 숨겨진 그들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피터팬 증후군’은 어떤 병적인 현상 같지만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고, 인생을 즐길 줄 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신화를 접하게 하면 어떨까. 즉 신의 이야기, 보통의 인간이라면 볼 수도 들을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것과 자신이 모르는 것에 막연한 불안을 느낀다. 게다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작용해 ‘신이 만물을 존재하게 하고 모든 것들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린지도 모르겠다. 이런 인간의 공통된 심리는 세계 각국에 공통된 신화를 남기기도 했다. 하나의 신화 속에 여러 상징이 들어 있고, 상상력을 동원시키면 더 많은 것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풀이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신화를 읽으면 상상력을 발전시키기에 좋다.
동양의 경우를 보면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고 우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상징적 동물을 그린 그림, 사신도가 있다. 사신(四神)은 동쪽의 청룡(靑龍), 서쪽의 백호(白虎), 남쪽의 주작(朱雀), 북쪽의 현무(玄武)를 일컫는다. 사신에 대한 도상(圖像)과 관념이 언제부터 유래했는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중국의 전국시대부터 진한시대에 걸쳐 정착된 것으로 생각된다.
사신도의 형상은 시대마다 약간씩 다른 양식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현실과 상상의 동물이 복합된 내용으로 그 모습이 서로 유사하다. 청룡과 백호는 두 날개와 사지(四肢)를 가진 상상적인 동물로 허공을 나는 자세나 외형이 비슷하게 표현된다. 청룡은 몸에 뱀의 비늘로 무늬를 넣고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머리에 뿔이 하나 혹은 두 개 돋아 있다. 화염을 뿜고 있는 것이 통례다. 백호는 호랑이의 특징을 살린 안면과 호피문으로 표현됐으며, 혀를 내밀어 위용을 나타냈다. 주작은 봉황과 유사한 형상이며, 일반적으로 한 쌍으로 등장한다. 거북과 뱀으로 표현되는 현무는 청룡·백호·주작 등과 다르게 실존하는 동물로 구성돼 있다. 뱀과 거북이 서로 몸을 휘감고 엉킨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런 사신에 얽힌 옛이야기들은 참으로 많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순수한 어린 시절이 지나치게 짧다. 유치원 시절부터 경쟁이 시작되고, 감수성이 풍부해야 할 시기에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방법부터 배워야 할 정도로 세상은 각박하다. 그러하니 자연히 순수한 동심을 점점 잃어간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의 아이들은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매체로 인해 이미 기대 이상으로 영리하다. 어쩌면 아이들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지도 모른다.그러한 아이들에게 메마른 감정을 체계적으로 자극하고 고취시킬 수 있는 신화의 생명력과 상상력은 무한한 에너지가 된다.
■전수민은?
전수민은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그 어디에도 없는 풍경을 그린다. 전통한지와 우리 재료 특히 옻칠을 이용해 우리 정서와 미지의 세계를 표현하는 한국 화가다. 한국은 물론 미국 워싱턴 D.C. 한국 문화원, 프랑스 아리랑 갤러리, 이탈리아 베네치아 레지던스, 중국 생활미학 전시관 등의 초대전을 비롯한 16회의 개인전 그리고 일본 나가사키 현 미술관, 프랑스 숄레 등의 단체전 90여 회, 각종 해외 아트 페어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아직 듣지 못한 풍경>(2012), <일월산수도>(2013),<일월산수도-피어나다>(2014),<일월연화도>(2015) (2016), <일월부신도>(2017), <일월초충도>(2018), <일월모란도>(2018)등이 있다.
현재 화천소도마을 대안학교 ‘신농학당’의 교장으로도 근무하고 있다. 또한 그림 수필집 <이토록 환해서 그리운>(2016)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2017)>을 출간했다.
■ 오늘의 그림은?
<명감(일월초충도)-물의 힘)>에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신비의 동물인 고래와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스며들어 있다. 현생의 모든 고래는 약 200만 년 전에 모두 출현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 두 지점에 떨어져 있더라도 두 마리의 고래가 상대방의 소리를 알아듣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광대무변의 심해에서 1만 5000㎞나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고래들은 사랑의 노래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신비로운 존재다. 설화에서도 고래는 큰 동물 또는 은혜를 베푸는 동물로 나타난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정신과 생명을 존중하는 가치관이 배어 있고 사임당이 추구하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소박하고 단순한 자연미에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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