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개(1)
2018년 11월 12일 23시 44분  조회:2724  추천:0  작성자: 죽림

 

 

 

  개(1) 

 /윤동주

 

 

눈 위에서

개가

꽃을 그리며

뛰오.

1936.12(추정).

 

 

나는 윤동주의 삶을 다룬 어느 창작물에서, 여주인공이 윤동주에게 한 말을 기억한다. "동주씨의 시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져요." 그럴만하다. 잘 알려진 윤동주의 대표적인 시들은 항상 그 무엇에 대한 결핍을 담고 있었다. 막막했던 시대, 나약한 민족의 시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그에게는 고뇌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끝없이 자기 자신을 돌아봤고, 끝 없이 참회했다. 

하지만 <개>의 초점은 사뭇 다르다.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을 두었다는 것은 그의 작품세계 전반에서 드러나는 모습과 일맥상통하지만서도, <개>는 그의 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역동성이 있고 낙관이 있다. 윤동주는 어쩌면 이 시의 풍경을 보면서, 잠시 고뇌를 잊고 휴식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윤동주

 

눈 위에서

개가

꽃을 그리며

뛰오.

 

============
요절夭折의 특권 

 

"시인에게는 '요절夭折의 특권'이라 하는 것이 있어 젊음이나 순결함을 그대로 동결한 것 같은

그 맑음이 후세의 독자까지도 매혹시키지 않을 수 없고, 언제나 수선화 같은 향을 풍긴다"

 

일본시인 이바라기 노리코茨木のりこ 가 한 말이다.

 

요절한 윤동주의 세번째 시비가 일본 우지宇治에 이번 10월에 세워졌다. 

우지는 교토에서 전차로 한 30분 거리인데 늘어선 산자락에 우지강이 길게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다. 일본 최초의 소설인 '겐지모노가타리'가 거기에서 쓰여져 동상이 강가에 있고 일본동전 10엔짜리에 새겨진 세계문화유산 '뵤도잉平等院'이 있으며 커피보다 차문화인 일본에 우지차로 유명한 곳이다.

 

그 긴 강의 몇개 다리 중 하나인 아마가세 구름다리엔 사연이 있다. 서울의 연희전문을 졸업한 윤동주는1942년 3월, 도쿄의 릿쿄立敎 대 문학부에 들어가 다섯달을 다닌 후 같은 해 가을, 교토의 동지사 대학으로 편입을 한다. 재학 시절 교우들과 우지로 소풍을 갔고 우지강 아마가세 다리에서 그의 마지막 사진을 남기게 된다.

 

십여 년이 걸려 우지 그 다리에서 걸어 십분 거리에 또 하나의 윤동주 시비가 그렇게 세워졌다. 거기엔 '시인 윤동주의 기억과 화해의 비碑'라는 글이 새겨져 있고 그의 시 '새로운 길'이 한일 양국어로 쓰여져 있다.

 

75년 전 25살의 청년 윤동주가 섰던 바로 그 자리에 나의 발자욱을 포개고 서서 물과 산과 그가 바라 본 하늘을 보니 진한 감회가 서린다.

어둡고 적막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생각하며 '육첩방을 나가면 남의 나라' 라고 읊었던, 잃어버린 조국에 가슴 아파하며 그 마음을 절제된 시로 묘사한 윤동주. 동결된 그의 한없이 순결하고 순수한 영혼을 떠올려 본다.

 

뵤도잉平等院, 우지의 대사찰과 뮤지엄에서 고대 백제의 냄새를 물씬 맡고는 5시면 어둑해지는 밤길을 달려 다시 교토 시내의 윤동주가 살던 하숙터에 세워진 시비 앞에 선다. 지난 해까지

동지사에서 하루에도 몇 번을 바라보던 시비에 새겨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 '하늘을 우러러'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 이 새겨져 있다.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교토의 시모가모 경찰서로 잡혀 가기 전, 동지사대에 한학기를 다니며 머물던 하숙집은 교토 조형미술대학의 설립자가 재일교포로 그 하숙집터 일대를 사서 교사로 짓고는 그 앞에 반듯하게 시비를 세웠다. 동지사에서 가까운 거리임에도 나는 귀국 후 재방문을 해서야 처음으로 그걸 보게 된다.

 

내가 사는 서울 동네 가까이의 윤동주 하숙집을 떠올렸다. 거기에 현판은 있으나 집주인 아들이 그 앞에서 군밤을 구어 팔고 있었다. 

 

올 해는 윤동주 시인 탄생 백주년으로 나도 이렇게 그의 시비 세개를 하루에 보게 되었다. 교토 윤동주 기념회의 박희균회장이 친절히 안내하고 많은 자료를 보여준 덕분이다. 그의 윤동주 사랑과 열정은 대단했다.

 

특히 한국에서 덕혜옹주의 영화가 있을 무렵 알게 된 일본 작가 '타고 키치로' 선생은 덕혜옹주가 일본에 있을 때에 지은 단가시를 발견하여 그 영화를 만드는데에도 기여했지만 NHK TV, PD로 있을 때 여러 해에 걸친 기획으로 윤동주 다큐를 만든 분이다. 동지사 대학에 그의 시비를 세우려 아무리 시도해도 어려운 것을 타고 선생이 다큐를 만들어 방영된 후 그 캠퍼스에 시비가 세워지고, 우지의 아마가세 다리에서 찍은 시인의 마지막 사진도 그가 발견하여 그 사진 한장의 인연으로 마침내 시인의 세번째 시비가 서게된 것이다. 그는 윤동주 백주년에 맞추어 짧은 생애의 전기집도 일본에서 냈다.

일본에 윤동주의 정신을 사랑하는 그런 분들로 교토지역에 시인의 시비가 세개나 선 것이다. 

 

겨우 27년 1개월의 삶 1917 12 30 - 1945 2 16

 

"요절의 특권이란 젊음과 순결을 고대로 동결하는 것"이라고 일본 시인이 말했다지만, 윤동주의 그 시대적 요절은 더욱 비참하다. 그러나 깊은 골짜기일수록 바로 곁에 더 높은 산이 우뚝 서있다는 말은 진리여서 75년 후 갈등의 양국 국민에게 그 순수한 영을 빛으로 발하고 있음을 본다. 

 

옥사한 후쿠오카 시는 여러 해 시비 세움을 거절하고 있으나 얼마 후 동경에는 다시 그의 네번째 시비가 선다고 한다.

 

요절한 그가 마땅히 누려야 할 특권이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

         내를 건너 숲으로 
         고개를 넘어 마을로 

 

 


         1938년 5월 10일 지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중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50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2) 2017-05-05 0 2851
449 수필의 허구문제를 알아보다(1) 2017-05-05 0 2648
448 시인은 자국자국마다 시향을 흩날려야... 2017-05-05 0 2810
447 시의 파문이 느리게 오래 지속되는 시를 써야... 2017-05-05 0 2512
446 시인은 위대한 상상력의 소유자이다... 2017-05-05 0 2524
445 시는 자기 자신의 삶을 발견하는것이다... 2017-05-05 0 2178
444 [고향문단소식] - 시내물 흘러 흘러 강물이 되여 바다로 간다... 2017-05-04 0 2447
443 시인은 령혼이 없는 시, 5차원이 없는 시를 쓰지 말아야... 2017-05-04 0 2318
442 시인은 함께 하는 눈과 멀리 보는 눈이 있어야... 2017-05-04 0 2333
441 시인은 화폭같은 이미지를 잘 구사할줄 알아야... 2017-05-02 0 2724
440 시는 짧은 속에서 시인의 시력과 시야가 압축되여 있어야... 2017-05-01 0 2373
439 시인은 언어란 이 괴물을 쉽게 휘여잡을줄 알아야... 2017-05-01 0 2425
438 시인은 고독한 원을 긋으며 도망친다... 2017-05-01 0 2398
437 시란 잘 고양된 수학이다... 2017-05-01 0 2981
436 [시문학소사전] - "이미지스트"란?... 2017-05-01 0 3690
435 [시문학소사전] - "무운시"란?... 2017-05-01 0 3606
434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론으로 시창작에 림하면 행복하다... 2017-04-30 0 1991
433 시의 정신활동은 가장 중요하게 통찰력과 상상력 이다... 2017-04-30 0 2264
432 시를 배울 때 이전에 배운 지식들을 다 버리시ㅠ... 2017-04-30 0 2190
431 시를 공부하는 과정에는 "이미지"가 한 필수조건 이다... 2017-04-30 0 2311
430 시지기라는 눔에게 "치매 걸린 엄마"라도 있었으면... 2017-04-30 0 2221
429 시인은 고독을 줄기차게 친구 삼고 문제의식을 늘 가져라... 2017-04-30 0 2026
428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2017-04-24 0 3254
427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크릴로프의 우화를 읽게 해야... 2017-04-24 0 3136
426 시란 무경계 세상에서 희노애락의 꽃을 꽃피우는 행위이다... 2017-04-24 0 2480
425 시인은 자기자신만의 시를 찾아야 생명력이 있다... 2017-04-23 0 1966
424 "시인"이랍시고?-, 당신의 "구두"는 젖어보았는가... 2017-04-21 0 2328
423 윤동주 묘비의 각인을 살펴보다... 2017-04-21 0 3475
422 아프리카 세네갈 대통령 시인 - 상고르 2017-04-20 0 2575
421 시인은 시를 오랫동안 삭힐줄 알아야... 2017-04-20 0 1923
420 [쉼터] - "연변말"이 "마지막 수업"으로만 되지 말기만을... 2017-04-19 0 2402
419 아리랑은 영원한 아리랑이다... 2017-04-19 0 2213
418 시속에 무르녹아 있는 시어와의 만남을 류의하라... 2017-04-19 0 2532
417 [시문학소사전] - "산문시"란?... 2017-04-19 0 3067
416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이다... 2017-04-19 0 2478
415 절대적으로 정신을 차려야 할 편집들께= "표절은 절대 금물" 2017-04-18 0 2767
414 그대들의 마음속엔 어떤 나무를 심었는가?!... 2017-04-18 0 2106
413 <화투> 잡설시 2017-04-18 0 2477
412 서사시는 敍事詩로서 장시(長詩)이다... 2017-04-18 0 2166
411 사상 최초이자 최고의 서사시를 지은 시인 - 호메로스 2017-04-18 0 2542
‹처음  이전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