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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감춰 놓고 소유자임을 주장하고 있는 배익기씨가 “상주본을 국가에 넘기는 대가로 1000억원은 받아야겠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법원이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고 판결한 데 반발한 것이다.
배씨는 1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소송은 문화재청의 저에 대한 강제집행에 이의가 있다는 소였다”라며 “문화재청에 소유권이 없다는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한 게 아니다”라고 문화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1000억원에 상주본을 넘기겠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할 수 없이 현실적으로 양보안을 낸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내린 판단(1조원의 가치)의 한 10분의 1 정도는 달라 그래서 1000억원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씨는 국가가 규정상 최대 1억원밖에 줄 수 없다는 데 대해 ‘기업이나 독지가가 1000억원에 상주본을 사고 국가에 보상을 받고 기부’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이날 방송에 함께 나온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배씨는 (강제집행과 여러 압박에) 굉장히 화가 나는 것”이라며 “배씨의 1000억원 주장도 지나친 생각이지만 한편으로 개인의 명예와 자존심이 훼손된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서로 협의를 했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황 소장은 “상주본의 가치가 매우 크지만 상주본에 버금가는 다른 해례본이 한 사립대학 박물관에 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배씨가 소유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일종의 한글 해설서로서, 2008년까지 훈민정음 해례본은 간송미술관이 소유한 1본(간송본·국보 제70호/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만이 진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간송본은 1940년 경북 안동 고가에서 발견된 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이 당시 기와집 10채 값인 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2008년 이러한 해례본은 경북 상주에서 한 권 더 발견됐다. 상주에서 발견돼 해례본 상주본이라 하는데, 상주본은 영상에서 공개된 것보다 상태가 좋았다.
배씨는 “집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고 상주본 존재를 언론에 알렸다. 이에 같은 지역 골동품 판매업자 조모씨는 "배씨가 고서 2박스를 30만원에 구입하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갔다"고 주장하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 소유권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법원은 2011년 5월 조씨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밝혔으나 이듬해 그는 국가(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별세했다.
이에 소유권은 국가로 넘어갔으나 배씨가 상주본을 훔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갈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배씨는 “민사 판결을 근거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2014년 대법원은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배씨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만큼 상주본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형사판결에서 무죄가 확정됐다는 것만으로 상주본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다고 인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CBS 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에 출연한 조은정 기자의 취재에 의하면 배씨는 현재 상주본을 감춰 놓고 내놓고 있지 않으며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10년간 수십 번 찾아가도 이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화재청은 배씨에 대한 강제집행 청구를 했고, 배씨는 강제집행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모두 상주본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고 판결했다. 더불어 대법원은 국가가 강제로 회수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지난 11일 대법원은 “법적으로 배씨가 상고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상주본의 소유권이 배씨에게 있지 않다’는 원심이 확정됐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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