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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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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 - 베옷은 말한다...
2019년 08월 04일 23시 15분  조회:3754  추천:0  작성자: 죽림
베옷 례찬
2018년 12월 21일  작성자: 최상운
                                      베옷 례찬
 
    지난 여름, 삼복철 무더위를 어떻게 보낼가 근심하는데 내 마음을 알기나 한듯 한국에 갔던 딸이 한국에서 멋진 베옷을 사가지고 왔다. 베옷을 입고보니 선들선들한게 기분이 좋았다.  
    베옷을 입고 거리로 나갔더니 친구들이 나한테 좋은 옷을 입었다 하면서 이옷을 어디에서 삿는가 물었다. 나는 딸이 한국에 갔다가 사왔다고 자랑하였다.
   베옷을 입고 보니 옛날 생각이 떠 올랐다.
    나는 어릴때 베옷을 입어 본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우리집으로 시집 올 때 외할머니가 자신이 손수짠 열세베를 혼수품으로 어머니한테 주었다. 어머니는 그 베를 잘 간수하였다가 여름철이면 우리들에게 베적삼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내가 입었던 베적삼은 옷깃을 흰천으로 만들었는데 누런 베와 흰천이 어울렸다. 그때는 어쩐지 그 베적삼이 맘에 들지 않았다. 말쑥하고 부드러운 무명옷이 한창 류행되는 때라 눌구무름한 베적삼 색갈이 보기 싫은데다 입으면 썩썩한 감이들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다 친구들까지 “너 아직도 베옷을 입냐?”라고 놀려줄때면 얼굴이 뜨거워 나면서 베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몇십년만에 다시 베옷을 입고보니 새로운 기분이 든다.
   옷은 날개란 말이 있다. 자기몸에, 나이에 어울리게 맞게 옷을 맞추어 입으면 품위가 높아진다. 품질이 좋은 천으로 새롭게 디자인하여 만든 옷들을 입고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급옷이라 해도 아무때나 다 인기를 끄는것은 아니다. 시기와 장소에 따라 옷이 진가가 달라진다. 때론 저급옷들이 예상외로 인기를 끌때가 있다. 저급옷이라 취급 받아온 우리의 전통옷인 베옷이 여름철에는 인기를 무척끈다.
    베옷을 입어본 사람들은 다 우리의 베옷이 무더운 여름철에 입으면 바람이 잘 통하고 살에 붙지않아 여름더위를 넘기기는 제일좋은 옷이라 말한다. 그들은 우리의  전통 옷 베옷이 세상에 둘도 없는 최고의 여름옷이 라고 생각 한다.
    옷은 나라와 민족, 풍속, 기후에 따라 입는 양식과 형태가 다르다. 옷을 만드는 원료도  다르다. 대체적으로 보면 옷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단들을 보면 거개가 면직, 비단, 모직과 화학제품인걸로 알고있다. 우리 조선민족만은 옛적부터 옷을 만드는데 쓰이는 원단을 비단과 면직을 사용하였지만 특수하게  베를 많이 사용했다.
    비단을 짜는 원료는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이였고 면직은 면화였으며 모직은 짐승이 털이였다. 베의 원료는 삼이였다. 우리민족은 어찌하여 삼을 베를 짜는 원료로 하였을가?  알고 보면 지리적 환경이 그렇게 하도록 되였다. 사계절이 분명한 조선반도와 동북지구의 기후는 뽕누에와 면화를 생산하기 적합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조선반도의 남쪽 일부 지역에만 실험용으로 뽕나무를 심고 면화를 생산하였다. 하지만 대량으로 생산 할수 없었다. 선인들은 자지방에서 흔히 구할수 있는 섬유질이 풍부한 삼을 발견하고 그 삼을 리용하여 베를짰던 것이다.
    비단과 면직물은 베에 비하여 부드럽고 색상이 고와 인기를 끌지만 우리민족은 생산할수 없었으므로 관내에서 구입하였다. 고가품인 비단은 값이 비싸고 수량이 제한되여 있었다. 옛날에는 비단옷을 입는 사람들은 대부분 왕족과 권력자들이였다. 비단은 평민들에게는 사치품에 불과하였다. 비단옷은 평시에는 입지 못하다가 결혼식 때 겨우 입어보는 정도였고 생활의 비교적 좋은 집에서는 혼수감으로 비단 이불을 장만하기도 하였다. 백성들은 비단옷 대신 베옷을 많이 입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산업혁명과 함께 영국을 비롯한 서방 나라에서는 방직기계를 발명하여 면화를 원료로한 면직과 양털을 원료로 하여 짠 모직천을 대량으로 생산하였다. 생산된 방직품은 세계 시장로 흘러갔다.
    18세기 부터 외국의 선진문화와 방직품들이 대량으로 조선반도와 중국에 들어오면서 우리민족에게 친숙했던 비단과 베가 홀대를 받게 되였다. 면직과 모직품이 범람하면서 우리의 전통 방직품인  베는 우리의 생활속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베가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더는 존재 하지 않으리라 우려했는데 다행으로 남쪽의 일부 지방에서는 여전히 소수의 장인들이 베를 짜고 있어 대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의 기억에 의하면 몇 십년전 어른들은 평시에는 무명옷을 입다가도 장례를 치르거나 제를 지낼때에는 베로 만든 옷을 입었던 것이 생각난다. 베옷을 입는 집은 대부분 전통례법을 지키는 집들이였다. 상주들은 베옷을 입고 베로 만든 모자를 썼으며 베끈으로 허리를 동이였다. 또 베는 혼수 례단으로 쓰기도 하였고 결혼식때 디딜페로(신랑이 신부 집으로 들어 갈때 밟고 가는 천 )쓰기도 하였으며 집안 어르신들의 사망시 수의옷으로 쓰던일이 생각났다.
   옛날에는 베를 짜는 일은 녀인들이 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베를 짜는 기술을 놓고 녀인들의 재간을 평가 하기도 했다. 베를 잘짜는 녀인들을 일등 색시감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베를 여러등급으로 나누었는데 제일 높은 등급의 베를 “열세베”이라고 했다.
    좋은 베를 짜려면 여러개 단계를 거치여야 하는데 첫 단계는 베를 짜는 실이 원료인 삼을 좋은것으로 골라야 하고 그 삼을 이발로 가늘고 길게 찢는 것이였다. 이발로 삼을 가늘게 잘 찢으면 “이골이텄다”고 말했다. “이골이텄다”는 말을 듣자면  섬세한 솜씨와 예리한 이발과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두번째 단계는 삼을 가늘게 찢은후 그 그삼 오리를 하나하나 풀에 뭍친후 건기가 들기전에 무릎우에 올려놓고  살살 비비여 삼을 련계하는것이고 세번째는 련결한 삼끝을 물레가락에 감아 놓고 물레에 돌리면서 꼬아 실로 만드는것이 최고의 재간이였다.
    높은 등급의 베일수록 짜기가 힘들고 기술 요구가 높았다. 베중에서 제일 고급인 “열세베”를 짜는 녀인들은 삼을 찢고 실을 만들때에는 바람이 없는 움속에서 작업했다고 한다.
   우리 할머니들은 어릴때부터 이런 간고한 일을 하면서 재간을 키워왔다. 옛날 할머니들은 소녀시절부터 베를 짜는 기술을 배웠다. 나의 외할머니는 베짜기 능수였다. 베를 어찌도 잘짰는지 동네방네에 소문이 높아 딸을 둔 집에서는 외할머니가 짠 베를 사서 혼수감으로 장만하기도 했다.
  나는 어릴때 외가집으로 자주 놀려갔다. 내가 외가집으로 놀려 갈때마다 외할머니가 뒷 고방에서 삼을 가늘게 찢으며 그 삼을 무릅우에 놓고 비비던 장면과 물레방아를 돌리던 일, 베틀에 앉아 베를 짜던 모습을 보았다.
   외가집은 팔간집이였는데 고방(제일 안쪽에 있는 방) 외할머니 작업실이 있었다. “베를 석자 짜도 틀은 틀대로 갖추어야 한다”고 외할머니 작업실에는 베를 짜는 설비들이 구전히 갖추어져 있었다. 작업실은 누구도 마음대로 드날들수 없었다. 나는 눈치를 살펴가며 살그머니 외할머니 작업실에 들어가 보았다. 외할머니는 무더운 작업실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왜서 바람이 통하지 않은 이런 곳에서 땀 흐리며 일하시는지 알고 싶어 물었더니 외할머니는 삼을 가늘게 찢고 실을 만들때에는 약간한 바람이 불어도 삼이 흐틀어 지므로 실을 만들때에는 절대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금년 여름 무더웠다. 삼복철엔 엄마 소리도 하기 힘들다는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딸이 적절한시기에 색갈과 양식이 좋은 베옷을 사와  여름무더위를 무사히 넘기고 보니 우리의 전통옷 베옷을 자랑하고 싶다.
   옛날 베옷은 색상이 눌구므름하고 성글고 썩썩한 감이 들었는데 지금의 베옷들은 문발이 가늘고 촘촘하며 색갈이 다양하고 부드러웠다. 이제는 비단옷이나 면직옷, 모직옷, 화학제품의 옷들과도 상대 할만큼 발전한고 있었다. 시대의 발전에 맞추어 갱신한 우리의 자랑스런 베옷을 보노라니 베옷이야 말로 여름철 옷 중에서 세계일류의 옷이 라는 긍지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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