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위 사람이 되자
계속 밀어내면
원은 점점 작아진다.
더 많이 초대하고 끌어들일수록
원은 넓어진다.
/류시화, <시로 납치하다>에서
류시화 시인의 책 <시로 납치하다>에 소개된 에드윈 마크햄의 시 ‘원’을 읽습니다.
"그는 원을 그려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나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
나는 더 큰 원을 그려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
이 시의 원제목은 ‘한 수 위’라고 합니다.
작은 원을 그려 미운 사람을 원 바깥으로 밀어내는 사람보다 더 큰 원을 그려 미운 사람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람이 ‘한 수 위’라는 겁니다.
노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기에 밝아집니다.(不自見故明)
스스로를 옳다고 하지 않기에 돋보입니다.(不自是故彰)
스스로를 뽐내지 않기에 공로를 인정받습니다.(不自伐故有功)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기에 오래 갑니다.(不自矜故長)
싸우려 하지 않기에 천하도 싸우려 하지 않습니다.(不惟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삶의 하수는
스스로를 드러냅니다.
스스로를 옳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뽐내려고 합니다.
스스로를 훌륭하다고 합니다.
남과 경쟁해서 이기려 합니다.
자신의 원을 작게 그려 놓고 다른 사람들을 원 밖으로 밀어내는 사람입니다.
삶이 빈약해집니다.
삶의 고수는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옳다고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뽐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훌륭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남과 경쟁하지 않고 포용하려 합니다.
자신의 원을 크게 그려 놓고 다른 사람들을 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람입니다.
삶이 풍족해집니다.
다시 원을 그립니다.
내게서 남을 밀어내려고 작게 그렸던 원을 지우고 내게 남이 들어올 수 있도록
보다 크게 원을 그립니다.
한 수 위 사람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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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마크햄은 말합니다.
“그는 원을 그려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나에게 온갖 비난을 퍼부으면서.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
나는 더 큰 원을 그려 그를 안으로 초대했다.”
더 큰 원을 그리는 것이 지혜로운 관계의 비결입니다.
캐나다 로키의 그 산을 만났을 때, 아마도 제 마음의 원은 지름이 쑥 늘어났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함을 만날 때
그 위대함을 닮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큰 바위 얼굴을 매일 보고 자란 소년이 결국 스스로 큰 바위 얼굴이 되는 것처럼.
자연과 마주할 때보다 더 위대한 만남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제대로 만나는 순간입니다.
삶의 정수를 제대로 마주하게 해 주는 지혜가 내 얼어붙은 삶에 도끼처럼 내리칠 때
느끼는 전율과 감동은 우리의 원을 백배, 천배로 크게 넓혀줍니다.
그래서 이구동성으로 고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을 목소리 높여 외치는가 봅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조신영
출처 : 경북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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