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가 보상금으로 천억 원을 달라며,실물도 공개하지 않고 있죠.
그런데 11년 전 이 상주본을 공개했을 때부터, 책 전체의 1/3 이상이 없었다는 분석이 새로 나왔습니다.
알려진 것보다 불완전한 상태라는 건데, KBS취재진이 만난 소장자는 상주본에 세종대왕 친필이 있다는 뜻밖의 주장을 내놨습니다.
유동엽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8년 공개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법적 소유권을 가진 문화재청이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장자 배익기 씨는 책을 숨긴 채 거액을 요구하며 협상을 질질 끌고 있습니다.
최근 KBS 취재진과 만난 배 씨.
다시 보상금을 언급합니다.
[배익기/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 "천억이면 적은 돈이 아니니까 그 정도 주면 내가 따지지 않고 내주겠다..."]
그러면서 상주본에 세종대왕의 친필이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본문 위아래에 적힌 작은 글씨가 세종의 친필이란 겁니다.
[배익기/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 "세종이 보고 (신하들이) 뭔가 잘 모른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고 지시한 내용이 있고..."]
그래서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보다 값어치가 높다고 주장합니다.
[배익기/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 "간송본은 분명히 부본이고 제 것은 특히 (임금이 보는) 어람본, 진상본이다..."]
그렇다면 상주본의 상태는 어떨까?
2008년 공개 당시 촬영 화면을 분석한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배익기/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 : "이게 남아 있는 첫 페이지입니다."]
책을 넘기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첫 장부터 여덟째 장까지가 없습니다.
촬영 당시 배 씨는 중간과 끝의 1장씩이 없다고 했습니다.
합하면, 총 33장 가운데 10장 이상은 원래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천명희/안동대 국문과 교수 : "3분의 1에 해당하는 책의 분량이 없다는 것은 이 책의 가치를 다시 재고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문화재청은 배 씨와 45차례나 면담을 했지만 정작 해례본의 정확한 상태조차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상헌/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문체위원 : "(상주본의) 상태는 어떠한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정재숙/문화재청장 : "아직 저희가 실물을 찾지 못해서 어느 정도 상태인지 정확하게 설명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화재청은 강제집행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주본의 운명은 여전히 소장자 배 씨에게 맡겨진 막막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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