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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좀은 줄기가 뿌리와 비슷하게 땅속으로 뻗어 나가는 땅속줄기 식물을 가리키는 식물학에서 온 개념으로 철학자 들뢰즈(Deleuze)와 가타리(Guattari)에 의해 수목으로 표상되는, 이분법적인 대립에 의해 발전하는 서열적이고 초월적인 구조와 대비되는 내재적이면서도 배척적이지 않은 관계들의 모델로서 사용되었다. 리좀은 마치 크랩그라스(crab-grass)처럼 수평으로 자라면서 덩굴들을 뻗는데 그것은 새로운 식물로 자라난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새로운 줄기를 뻗는 방식으로 중심(center, 그러므로 그것은 한계 지어진 구조로부터 자유롭다.) 또는 깊이(depth: 그러므로 그것은 주관하는 주체를 지니지 않는다)가 없이 불연속적인 표면으로 형성된다. 간략히 말하자면, 수목모델에서 리좀모델로 전환한다는 것은 경직된 조직이미지에서 유연한 조직이미지로의 이동을, 다수성의 지배체제에서 복수성의 지배체제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수목모델이 근대성의 표상방식이라면, 리좀모델은 포스트모던한 세계의 표상방식으로 전화되는 것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그들이 리좀의 성질이라고 주장하는 여섯 가지 원리를 제시하였다.
1. 접속(connection): 수목 모델이 부분의 가능성들을 제약하는 위계와 질서를 세우는 것인 반면, 리좀은 어떤 다른 점과도 접속될 수 있고 접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접속의 결과는 항상 새로운 전체를 만들어낸다.
2. 이질성(heterogeneity): 리좀적인 접속은 어떠한 동질성도 전제하지 않으며, 다양한 종류의 이질성이 결합하여 새로운 것, 새로운 이질성을 창출하게 된다. 동시에 그 속에서는 어떠한 결정적인 보편적 구조도 안정적인 상태로 남아있을 수 없다.
3. 다양성(multiplicity): 리좀적 다양성은 차이가 어떤 하나의 중심, '일자'로 포섭되거나 동일화되지 않는 이질적인 것의 집합이며 따라서 하나가 추가될 경우 전체의 의미를 크게 다르게 만드는 그런 다양성을 의미한다. 배치라는 개념은 그런 리좀적 다양체를 함축한다.
4. 비의미적 단절(asignifying rupture or aparallel evolution): 비록 리좀들이 의미작용의 구조들을 내포하더라도(그것을 들뢰즈와 가타리는 영토화(territorialization)라고 부른다) 그들은 또한 그 구조들을 파열시키고 탈영토화하는 비행의 선들을 내포한다. 이러한 비기표적인 단절은 리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리좀은 어떤 근원적인 의미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은 채, 떼어내 다른 것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두 언어 사이만이 아니라 언어와 비언어, 동물과 식물 등처럼 이질적인 지층들 사이에서 벌어지기도 한다. 말벌과 오르키데(orchid, 난초의 일종)의 관계가 흔히 예로 제시된다. 오르키데는 말벌을 유혹하기 위해서 말벌(wasp)의 색깔을 흉내냄으로써 자신을 탈영토화하고 말벌은 난초의 이미지를 재영토화하는데, 그러나 거기서 말벌은 꽃의 재생산시스템의 부분으로 탈영토화하고 꽃은 그 꽃가루가 다른 곳으로 옮겨질 때 재영토화된다. 리좀들은 이원론과 구조들을 횡단하지만, 결코 그것들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5. 지도그리기(cartography): 리좀은 하나의 지도로서, 미리 수립된 한정된 중심 주변에서 구축된 발생적이거나 구조적인 모델의 흔적을 찾는 일이라기보다는, 실재와의 접촉을 통한 실험을 위해 형성되었다.
6. 데칼코마니(decalcomania): 재현과 대비되는 말로, 모상(calque)을 정확히 옮기는 과정에서 대상의 변형이 일어나게 된다는(dé-calque)점을 강조한다. 이는 현실에 따라 지도를 그리지만, 그려지는 지도에 따라 변형되는 현실을 강조하려는 의도라 할 수 있다.(손종업)
리좀은 ‘근경(根莖)’, 뿌리줄기 등으로 번역되는데, 줄기가 마치 뿌리처럼 땅 속으로 파고들어 난맥(亂脈)을 이룬 것으로, 뿌리와 줄기의 구별이 사실상 모호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수목(arbre)형(arborescence)과 대비시켜 리좀 개념을 제기한다. 수목이 계통화하고 위계화하는 방식임에 비하여, 리좀을 제기하는 것은 욕망의 흐름이 지닌 통일되거나 위계화되지 않은 복수성과 이질발생, 그리고 새로운 접속과 창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리좀 [rhizome] (철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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