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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부 101] - 21...
2020년 03월 01일 22시 06분  조회:2668  추천:0  작성자: 죽림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시조에 연과 행의 구분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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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초장—중장—종장으로 구성되었다고 배웠어요. 그렇다면 시조에는 연과 행의 구분이 없는 것인가요? 연시조라는 말이 있던데 연시조는 어떤 것인가요?

시조에 연과 행의 구분이 있나요?

시조 한 수가 하나의 연이 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평시조는 대개 초장—중장—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45자 내외로 쓰여집니다. 시조는 현대 시처럼 연과 행의 구분이 존재하지는 않지요. 그런데 시조 중에는 평시조 여러 편이 묶여서 마치 현대 시에서 여러 연을 지닌 작품처럼 지어지는 시조도 있습니다. 이런 시조를 연시조라고 합니다. 시조 한 편으로는 담지 못할 내용을 여러 편의 시조로 묶어서 작품을 쓰는 것이지요. 각각의 시조는 독립된 작품이지만 크게 보면 여러 작품이 하나의 주제를 이루는 것입니다.

최초의 연시조는 조선 세종 때 맹사성이 지은 「강호사시가」입니다. 이 작품은 총 네 수의 시조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 시조는 봄날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술을 마시며 풍류를 즐기는 내용이며, 두 번째 시조는 여름날 바람을 쐬며 더위를 잊고 지내는 한가로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 시조는 가을날 강가에 배를 띄우고 고기잡이를 하는 모습을, 네 번째 시조는 겨울에 눈 내린 경치를 바라보며 추위를 견디는 소박한 생활을 표현하고 있지요. 각각의 시조는 독립적이지만 그 내용이 ‘자연을 즐기며 한가롭게 살아가는 삶’이라는 점에서 주제가 하나로 모아집니다. 이처럼 연시조는 커다란 주제를 놓고 각각의 시조들이 하나의 연처럼 배열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유교의 이념을 실어 나르다

조선 전기에 지어진 연시조는 사대부들의 시조로서 유교의 이념을 전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대표 작품은 이황의 「도산십이곡」과 이이의 「고산구곡가」, 그리고 주세붕의 「오륜가」, 정철의 「훈민가」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사대부의 이상과 삶의 태도가 잘 나타난 작품입니다. 「도산십이곡」은 총 열두 수로 학문하는 자세와 이상적인 자연을 노래하고 있으며, 「고산구곡가」는 총 열 수로 학문하는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세붕의 「오륜가」는 삼강오륜과 같은 유교의 덕목을 계몽적인 어조로 노래한 작품이며, 정철의 「훈민가」는 노래 제목대로 백성에게 유학의 도리를 가르치는 노래입니다.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그치지 아니하는고
우리도 그치지 마라 만고상청()하리라

이황, 「도산십이곡」 중 11곡

이 작품은 이상적인 자연을 닮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이 나타난 작품입니다. 유학자들은 인간 세상보다 자연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연은 질서와 조화를 갖춘, 인간 세계의 복잡한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세계로 비추어졌습니다.

이 작품에서 청산과 유수, 즉 푸른 산과 흐르는 물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모습, 즉 어떠한 갈등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보여 줍니다. 이는 인간이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과 대조를 이루기도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청산과 유수는 인간이 본받아야 할 이상적인 삶의 태도를 지닌 존재입니다. 유학자들은 청산과 유수처럼 변하지 않는 이상적인 모습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학문을 해야 한다고 보았고 그러한 생각이 작품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사대부의 작품 속에서 자연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연시조의 슈퍼스타, 윤선도

앞에서 언급한 이황, 이이, 주세붕, 정철의 연시조는 모두 유교적 이념을 전달한다는 목적성이 분명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문학 작품에서 이념적 목적이 지나치면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앞의 작품들은 감동을 주기에 앞서 마치 훈계와 설교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이러한 목적성과 계몽성에서 벗어나 문학적인 재미와 상상력, 표현의 다양성을 갖춘 연시조 작가가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윤선도입니다. 윤선도는 「오우가」 여섯 수, 「견회요」 다섯 수, 「만흥」 여섯 수, 「어부사시사」 사십 수 등 다양한 연시조 작품을 써낸 연시조계의 슈퍼스타였습니다. 그의 시조는 편수도 많지만 문학적인 상상력과 표현도 세련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드나무숲인가
노 저어라 노 저어라
어촌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하는구나
지국총 어사와 지국총 어사와
맑고도 깊은 못에 온갖 고기 뛰노는구나

윤선도, 「어부사시사」 중 춘사 4수

이 작품은 윤선도가 당쟁으로 귀양을 가 있던 보길도에서 지은 것입니다. 잠시 여러분 머릿속에 남해안에 펼쳐져 있는 수많은 섬들을 떠올려 보세요. 배를 저어 가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섬들이 정말 아름답게 보이겠지요. 이 작품은 바로 남해의 다도해 풍경을 작가가 어부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쓴 시조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언뜻 보기에 시조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초장—중장—종장으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중간에 “노 저어라 노 저어라”와 “지국총 어사와 지국총 어사와”를 생략하면 온전한 시조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윤선도가 중간 중간에 반복되는 구절을 쓴 까닭은 어부가 배를 타고 노를 젓는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지요.

앞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이황 등의 연시조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지요? 이황의 시조에서 보았던 엄숙함 대신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펼쳐지고 있음을 여러분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용된 작품 이외에 윤선도의 작품을 찾아 읽는다면 그의 문학적 면모를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뜬금있는 질문

윤선도는 「어부사시사」를 지을 때 진짜 어부로 살았나요?

아닙니다. 윤선도는 어부로서 살아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부가 되었다고 가정한 채 작품을 지었지요. 그런 까닭에 작품 속에 등장한 어부는 고기잡이의 어려움과 고통, 애환을 느끼지 않고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즐기고 있지요. 만약 진짜 어부였다면 손이 부르트게 고단한 일상, 추위에 떨며 고기를 잡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심정도 나타나 있지 않았을까요? 윤선도의 작품은 어부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기보다는 낭만적으로 아름답게 그려 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그런 맥락에서 「어부사시사」에 등장한 어부는 진짜 어부가 아니라 가짜 어부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시조에 연과 행의 구분이 있나요?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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