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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시 명언 14 / 최흔
2021년 05월 25일 22시 50분  조회:1780  추천:0  작성자: 죽림
14. 고른판(기관없는 몸체) 대하여
 
 
고른판 또는 평면에는 형식을 부여받지 않은 질료들의 무차별적 집합이 아니라 이런저런 형식을 부여받은 질료들의 카오스도 아니다. 정말이지 고른판 위에서는 더 이 상 형식도 실체도 없으며, 내용도 표현도 없고 상대적 탈령토화도 각각의 탈영토화도 없다. 하지만 지층들의 형식과 실체 아래에서 고른판(또는 추상적인 기계)은 강렬함의 연속체들을 구성한다. 고른판은 서로 다른 형식들과 실체들로부터 추출해낸 강렬함들을 위해서 연속성을 창조한다. 내용과 표현 아래에서 고른판 (또는 추상적인 기계)은 기표 작용과 아무런 관계 없는 기호들을 가장 탈영토화된 입자들 안에서 기능하게 하는 입자ㅡ기호들(미립자들)을 방출하고 조합한다. 고른판 (또는 추상적인 기계)은 상대적 운동 들 아래에서 각각의 지표들을 절대적 가치로 변 형시키는 탈영토화의 흐름들을 집합접속시킨다.  (질 들뢰즈 /필릭스 가타리 ‘천개의 고원’139)
 
고른판은 모든 은유를 페기한다. 고르게 함께 있는 모 든 것은  <실재적>(질재란 자크 라캉이 말하는 부 재)이다. 그것들은 몸소 나타난 전자들이고, 진짜 검은 구멍들과 실제 세포소 기관들이고, 진정한 기호 들의 시퀀스(하나의 에피소드단위)들이다. 그것들은 다만 자신의 지층에서 뽑혀나와 있고 탈지층화, 탈코 드화, 탈영토화 되여있는 것일 뿐이다. 고른판 위에서 자신들을 인접화시키고 상호 침투를 허용하는 것 이다. 말없는 춤, 고른판은 층위의 차이, 크기의 차 원, 거리를 모른다. 고른판은 형식과 형식을 부여받은 실체의 구분도 모르고 내용과 표현의 구분도 모 른다. 이것들은 지층들을 통해서만, 지층들과 관련해 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천개의 고원138)
 
고른판은 다양체의 차원수를 둘로(=이차원으로) 축소시키기는 커녕 판판한 다양체들- 이들이 몇차원을 지녔건 -  을 공존시키기 위해 그것들 모두를 재단하고 교차시 킨다. 고른판은 모든 구체적 행태들의 교차이다. 따라 서 모든 생성은 마법사의 그림처럼 이  고른판 위에 기록된다.이 고른판은 모든 생성이 자신의 출구를 찾게  되는 <궁극적인 문>인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모 든 생성이 난관에 봉착하고 무로 빠져드는 것을 막아주 는 유일한 기준인 것이다.(동상477)
 
고른판에서는 모든 것이 지각불가능하게 되고, 모든 것은 지각불가능하게 되기이다.(동상478)
 
사실 하나의 아포리즘(론리나 사유가 막힘)이 주어지면 그것의 배치를 진정으로 바꾸고, 하나의 배치에서 다른 배치로 도약하게 하는 빠름과 느림의 새로운 관계들을 
그것의 요소들 사이에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며, 심지어 필수적이다.(천개의고원510)
 
사람들은 하나의 판위에 다른 판을 끊임없이 재구축하거나 하나의 판에서 다른 판을 끊임없이 추출해낸다. 례컨대 떠다니는 내재성의 판을 표면에서 자유롭게  노닐게 내버려주는 대신  <자연>의 깊숙한 곳에 처박아넣고 묻어버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판은 다른 쪽으로 옮겨 가, 조직의 관점에서 보면 유비의 원리일 수밖에 없으 며 전개의 관점에서 보면 연속의 법칙일 수 밖에 없는 토대의 역할을 한다.(동상511)  
 
고른판은 기관 없는 몸체이다. … 항상 도주선들을 봉쇄
하려고, 탈영토화의 운동들을 저지하고 차단하려 하며,
 그 운동들을 무겁게, 재지층화하고, 깊이에서 형식들 과 주체들을 재건하려한다.그리고 역으로, 고른판은 끊 임 없이 조직의 판을 빠져나가고, 입자들을  지층밖 으로  풀려나가게 하고, 빠름과 느림을 이용해 형식 들을 교란시키고, 배치물들, 미시-배치물들의 힘을 이용해 기능들을 부순다.(천개의 고원512)
 
조직의 판은 그자체로는 파악될 수 없으며 항상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도출되거나 추론되고, 지각체계를 벗어 나있다. 이 판은 정확히 <무의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동상537)
 
고른판은 특정한 배치물에 개입하는 다른 인과성들의 영향을 받아 배반당하거나 왜곡 될 수 있는 위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성되면서 해체 될지도 모를 제나름 의 고유한 위험들을 스스로 낳는다.(천개의 고원539)
 
매끈한 공간은 끊임없이 홈이 패인 공간속으로 번역되고 이 공간을 가로 지르는 한편 홈이 패인 공간은 부단히 매끈한 공간으로 반전되고 되돌려보내진다. 홈이 패인 공 간에서는 사막조차 조직화되며 매끈한 공간에서는 사 막이 퍼지고 확장되여 나간다. 그리고 이 두가지가 동 시 에 진행될 수도 있다.
(들뢰즈 가타리 ‘천개의 고원’907)
 
아마 모든 진전은 홈이 패인 공간에 의해 그리고 이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모든 생성은 매끈한 공간속에서 일어난다.(들뢰즈 가타리 ‘천개의 고원’928)
 
판은 숨겨진 원리일 수 있다….판은 본성상 숨겨져있다. (천개의 고원503)
 
형식에는 숨겨진 구조가 필수적이며, 주체에는 비밀스 런 기표가 필수적인 것이다…판은 목적론적 판이자 하 나의 구상정신적 원리이다. 그것은 초월성의 판이 다.  그것은 유비의 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때로는 전개에 있어 탁월한 향을 지정하며, 때로는 구조라는 비율적 관계들을 설립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의 정 신 속에 있을 수도 있으며, 생명,영혼, 언어 등의 무의 식 속에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항상 자신의 고유한 결과들로부터만 귀결된다. 그것은 항상 추론에 의해 이끌어내진다. 설사 내재적이라고 얘기된다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부재에 의해서만, 유비적으로 (은유 적으로, 환유적으로 )만 내재적일 뿐이다.
(천개의 구원504) 
 
 
고른판 또는 조성의 판(평면대)은 조직의 판 또는 전개 의 판과 대립된다. 조직과 전개는 형식 및 실체와 연관되여 있다. 즉 그것은 형식의 전개와 동시에 실체 또는 주체의 형성과 관련되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른판은 실체나 형식을 알지 못한다. 이 판위에 새겨지는  <이것임>들은 정확히 말해 형식이나 주체에 의해 진행되지 않는 개체화의 양태들이다. 이 판은 형식화하지 않는 요소들 간의 빠름과 느림의 관 계속에,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강렬한 변용태들의 조성속에 추상적이지만 실재적으로 존재한다 (이판의 경도와 위도). 둘째로, 고름은 이질적인 것들, 이산적인 것들을 구체적으로 고르게 재결합한다. 그것은 퍼지 집합들, 다시 말해 리좀유형의 다양체들의 다짐을 확보해 준다. 결국 이러한 다짐에 따라 이루어진 고름은 필연적으로  중간에서, 중간을 통해 작용하 며, 모든 원리의 판이나 합목적성의 판과 대립된 다. 스피노자, 훨덜린, 클라이스트, 니체는 그러한 고른 판의 측량사이다. 결코 통일화, 총체화가 아니라 고 름이나 다짐을 측량하는. 고른판에 새겨지는 것에 는  <이것임>, 사건, 그자체로 파악되는 비물체적 변형 등이 있다. 또한 모호하지만 엄밀한 유목적 본 질이, 그리고 강렬함의 연속체 또는 상수와 변수들 모두 넘어선 연속적 변주도 거기에 새겨진다. 또 항도 주체도 없지만 서로를 근방역이나 비결정성의 지대로 끌고 들어가는 생성들이 거기에 새겨진다. 그리고 홈이 패인 공간을 가로 질러 구성되는 매끈한 공간이 거기에 새겨진다. 매번 우리는 기관 없는 몸체가, 기관 없는 몸체들(고원들)이 작동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임>에 이한 개체화, 영도(零度)에서 출 발하는 강렬함이 생산 변주의 질료, 생성이나 변형의 매체, 공간의 매끈하게 되기 등을 위해서 말이 다. 지층들을 벗어나는 강력한 비유기적 생명은 배치물들을 가로 지르고, 윤곽 없는 추상적인 선, 유목민 예술의 선, 이동하는 야금술의 선을 그린다.(천개의 고원 966)
 
고른판이 기관없는 몸체들을 구성하는 것일까. 아니면 기관없는 몸체들이 이 판을 조성하는 것일까? <기관 없는 몸체>와  <고른판>은 동일한 것일까? 어쨌든 조 성하는 것과 조성된  것은 같은 역량을 갖고 있 다. 선은 점보다 높은 차원을 갖고 있지 않으며, 면은 선보다 높은 차원을 갖고 있지 않으며, 입체는 표면보다 높은 차원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항상 분수차원의 수는 비정확하며, 부분들과 함께 끊임없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판은 가변적인 차원을 가진 다양체들을 선별해낸다. 따라서 문체는 판의 다양한 부분이 연결접속되는 양태 이다. 기관 없는 몸체들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함께 조성되는 것일까?
 
강렬함의 연속체들은 어떻게 연장되는 것일까? 변형들의 계열은 어떤 질서에 따라 만들어지는가? 항상 중간 에서 만들어지며,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분수차원에 따라 조각조각 판을 구성하게 하는 이 비논리적 연쇄들은 무엇인가?  이 판은 일렬로 늘어서 있는 문들과 같다.  그리고 이 판을 구성하는 구체적 규 칙들은 선별적 역할을  수행할 때만 유효하다. 실제로 바로 이 판이, 즉 연결접속 양태가 기관 없는 몸체에 필적하는 텅 비고 암적인 몸체를 제거할 수단을 제 공해준다. 또 그것은 매끈한 공간을 뒤덮고 있는 등질적인 표면을 처치할 수단을 도주선의 길을 바꾸는 죽음과 파괴의 선을 중성화할 수단을 제공한다. 나눔이나 조성의 각 층위에서, 따라서 증가 하거나 감소하는 질서 차원속에서 연결접속의 수를 증대시주는 것(나뉠 때마다 본성을 바꾸는 것,  조성될 때마다 비교기준을 바꾸는것…)만이 유지되고 보존되고 따라서 창조되고 존속되는 것이다.
(천개의 고원 967)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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