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의 우크라이나어 학습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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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투자회사의 동유럽 담당 부서에서 근무하는 스캇 리처즈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로 근무지를 옮길 예정이었으나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전근이 보류됐다.
이미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리처즈는 지금 우크라이나 가톨릭 대학의 온라인 강의에 등록해 우크라이나어를 '열공'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우크라이나어로 그들의 문화, 그들의 자유와 침공을 맞아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용기를 칭송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처럼 우크라이나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국어 학습 앱인 듀오링고에 따르면 이 앱을 이용하는 전 세계 우크라이나어 학습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577% 증가했고 특히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200만명 이상 몰린 폴란드에서는 2천677%나 급증했다.
날 때부터 러시아어를 쓰는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계기로 민족의식이 고양된 지난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어를 배우겠다는 열기가 확산해 왔다. 최근 개설된 '우크라이나어 회화클럽'의 신규 등록자는 사흘 만에 1천명에 육박했다.
우크라이나 시인
우크라이나 시인 리부바 야킴추크가 지난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시를 낭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부모가 러시아, 할머니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출신인 캐나다인 폴리나 레비나는 키이우와 도네츠크에서 2년간 유엔 관련 인도주의 업무에 종사하면서 러시아어만 사용해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원하는 언어로 말하는 것을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 애틀랜타의 IT 관련 기업에서 일하는 애비 데이비스처럼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기 위해 이 나라 말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IT 인프라 강화를 돕겠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또 다른 외국어 학습 앱인 핌슬러로 우크라이나어를 공부하고 있다.
일부 외국어 학습업체들은 자사의 자원을 활용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섰다. 링큐는 우크라이나어 무료 강좌를 개설했고 외국어를 배우려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무료 프리미엄 계정을 제공한다.
교사들의 협동조합인 마이쿨클래스는 우크라이나 교사들이 이용할 때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신청 절차도 간소화했다. 듀오링고는 우크라이나어 학습자에게서 나오는 광고 수입을 전액 우크라이나 구호 활동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을 피해 레바논으로 이주한 난민들에게 언어 교습으로 생계 수단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설립된 나타칼람은 지난달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 강사들을 처음 채용했다. 강사들은 시간당 최소 10달러의 급여를 받는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우크라이나어 학습 열풍은 우크라이나의 독자적인 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식과는 상반되는 흐름이다.
러시아제국과 옛소련 시절 탄압받고 빈농들이 사용하는 러시아어 방언으로 멸시당했던 우크라이나어는 러시아어와는 구분되는 독자적인 언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두 언어는 이탈리아어 및 포르투갈어와 비슷한 정도의 유사성을 지닌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대부분 두 언어에 모두 능통한데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는 집에서 주로 쓰는 언어가 '우크라이나어'라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어' 또는 '둘 다' 쓴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28%와 25%로 나타났다.
폴란드 난민학교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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