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한국에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한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1444년 집현전에 유생을 모아 만들도록 지시했고 2년 후인 1446년에 완성되었으며 훈민정음이라 칭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종대왕이 만들었다고 하는 훈민정음이 현재 조선글, 한글 두 가지로 불리고 있는데 이북에서는 한글이란 표현을 수용하지 않고 이남에서는 조선글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며, 아울러 이남과 이북이 서로의 표현에 대해 거부감 내지 적대감마저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상은 정치적인 요소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서 이남에서는 문자도 한국, 한민족, 한인, 한국어 등의 표현에 따라 한글이라 하고 이북에서는 조선, 조선민족, 조선사람, 조선어 등의 표현에 따라 문자를 조선글이라 한다.

 만약 세종대왕이 살아 계신다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먼저 타민족의 상황을 살펴보자.  

 중국 인구 93%를 차지하는 주체민족을 한족이라 부르며, 외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중국어를 중국 내에서는 한어, 중국인이 쓰는 문자는 한자라 하는데 한족, 한어, 한자 등 개념은 유방이 세운 한조(漢朝)에 의해 유래되었다.

 

  한족의 전신은 화하족(華夏族)인데, 화하족은 화의 제족과 하의 제족이 합쳐진 총칭으로서 통일된 민족 개념이 아니었다. 서한시기 경학통치의 확립에 따라 사회가 대통합을 이루면서 본래 2만 여개의 성씨가 점차 470여 개의 성씨로 줄어들었다. 성씨가 줄어든 것은 많은 민족과 부족이 유실되고 문화가 통합되고 풍속습관이 통합되고 언어와 문자도 통합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으며 따라서 언어, 문자, 문화, 의학 등 여러 면에서 전례 없는 발전을 이룩하게 되었고 국토도 전례 없이 넓어졌다. 한조는 이러한 대통합을 바탕으로 왕망이 정권을 탈취했던 시간을 빼면 서한과 동한이 400여 년의 통치를 지속했다.

 

 한족, 한어, 한자 등의 개념은 바로 한조의 이러한 대통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번영과 발전에 의해 생겨난 것이며 비록 기원 220년에 한조가 멸망을 고했으나 현재까지도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중국 내의 주체민족을 한족이라 하고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계 사람을 화인(거주국의 국적을 소유한 자), 화교(거주국의 국적이 없는 자)라 부르며 한족들이 대외에 자민족을 자랑스럽게 말할 때 화하민족이라 한다. 화(華)는 한족과 화인, 화교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며 ‘국제 화상대회’라는 회칭이 바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일본은 자민족을 야마토(大和)민족이라 한다.

 

중국인과 일본인에 비해 우리민족은 민족호칭이 유태인만큼이나 복잡하다. 이는 아마 유태인과 우리민족이 모두 대재 다난했던 수난의 역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반도 남쪽에서는 한민족, 한인, 한국어, 한글이라 하고 북쪽에서는 조선민족, 조선사람, 조선어, 조선글이라 부른다. 그리고 해외에 흩어진 사람들은 거주국에 따라 민족호칭도 다르고 복잡하다.

 만약 민족, 언어, 문자에 대한 남쪽에서 쓰는 호칭과 북쪽에서 사용하는 호칭을 서로 수용하고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으나 실제로는 서로 상대가 사용하는 호칭에 대해 적대감마저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조선족은 비록 중국 내에서는 조선사람, 조선어, 조선글이라 말하지만 한국인을 만나면 조선민족, 조선어, 조선글 등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하고 북조선인을 만나면 한민족, 한국어, 한글이라는 표현을 조심해야 하는 이중성격으로 살아가는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

 

 여기서 남북의 이 면에 대한 갈등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선(朝鮮)과 한(韓)의 유래를 살펴보기로 하자.

 

 전설에 의하면 4천 년 전, 즉 중국의 요(堯)와 동시대에 단군이 나라를 세웠는데 국호를 조선이라 했다고 한다. 그후 지금으로부터 3천 년 전 기자(箕子)가 조선을 다스렸다고 해서 기자조선(현재 한국의 일부학자들은 기자조선을 인정하지 않는다.)이라 불렀고 기원 전 3세기에 조선이 중국의 연나라에 의해 멸망했다. 그후 부여, 예맥, 삼한, 고구려, 백제, 신라, 통일신라, 고려로 흘러오다가 1392년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게 되었는데 명나라의 지시에 의해 국호를 조선이라 했으며 1910년 한일합방 전까지 5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1948년 10월 이북에서 김일성이 세운 정권이 조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서 국호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라 했다.

 

 韓은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 아리수(阿利水:한강의 고칭) 이남에 마한, 진한, 변한이란 이른바 삼한이 있었다. 그후 삼한이 각각 마한은 백제, 진한은 신라, 변한은 가야로 바뀌어 韓이란 호칭이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2천년 동안 우리 일상 삶 속에 韓文化는 간간히 명맥을 이어왔는데, 한복(韓服)이란 호칭이 바로 그것이다.

 

 1887년 일본이 조선을 청나라의 손아귀에서 빼앗아 내려는 수단으로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도록 종용했다. 제국이란 본래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대외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의미가 있으나 당시 대한제국은 말이 제국이지 그러한 힘이 근본 없었다. 이로서 알 수 있듯이 대한제국은 말 그대로 일본의 꼭두각시 역할을 했을 뿐이다. 그 후 1948년 9월 이남에서 이승만이 먼저 단독 정부를 세우면서 국호를 대한민국이라 정했다.

 

 자아! 문제는 남북이 분단 이후 서로 자신들이 역사를 계승한 전통국가라 주장하고 상대에 대해 적대감을 갖는 동시에 민족, 언어, 문자 등 호칭마저 상대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또 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북에서는 조선이란 호칭이 단군조선과 조선조 500년을 합치면 2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유래가 깊을 뿐만 아니라 정통이라 주장하고 따라서 민족은 조선민족, 언어는 조선어, 문자는 조선글이라 부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더욱이 세종대왕이 문자를 발명해 냈다면 세종대왕은 분명히 조선시대의 임금이었고,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면 마땅히 조선글이라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문자가 어떻게 한글이라 말할 수 있는가는 것이다.

 

 이에 비해 현재 한국의 주장은 이렇다. 한국은 대한제국의 연속인 대한민국임시정부를 계승한 국가이다. 한편으로 이남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한, 진한, 변한의 후예라고 여기고 있는데서 韓의 표현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韓의 표현을 선호하고 朝鮮의 표현을 기피하고 있는데서 다음과 같은 아이러니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朝鮮의 표현이 이북과의 정치적인 대립의 측면, 이를테면 이북국호 ‘조선’을 인정할 경우 이북이 고조선과 조선을 계승한 정통국가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꺼리는 외에, 힘없고 못살던 “죠센짹을 상징하기에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간지로 가장 유명한 신문의 명칭이 ‘조선일보’이고 조선간장, 조선된장, 조선옥돌 등 표현은 이중성을 보여주는 현상이 아닌가?

 

 한국인이 만약 남북 간의 정치적인 대립에 의해 朝鮮이란 표현을 꺼려한다면 다소나마 이해가 가지만, 그렇지 않고 朝鮮이란 표현이 힘없고 못살던 “죠센짹을 상징하기 때문에 거부한다면 이는 불효자식이다. 왜냐하면 조상이 잘살았던 못살았던 힘이 있었던 없었던 우리 조상이다. 한국인이 우리도 5천년 역사를 지닌 민족이라 말하는데 이는 절대 韓에서 온 것이 아니라 朝鮮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가? 한국인이 좋은 것은 韓이고 궂은 것은 朝鮮이란 인식은 참으로 이중성의 문제가 아닌가?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한국인이 우리민족을 총칭하여 한민족, 한인, 한국어, 한글 등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북의 2천만과 중국조선족, 중앙아시아고려인, 일본조총련과 조선적 등 많은 사람들이 한민족, 한인, 한국어, 한글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원인도 정치적인 요소도 있을 것이고 습관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중국조선족은 엄연히 민족 명칭이 조선족이고 언어와 문자도 두음법칙을 보나 문법을 보나 분명히 조선민족, 조선인, 조선어, 조선글이지 결코 한민족, 한인, 한국어, 한글이 아니다.

 1995년에 연변대학 역사학부 전춘원 교수가 ‘早期東北亞文化圈的朝鮮’이란 책을 발표했는데, 1999년 한국 집문당 출판사에서 번역 출판할 때 제목을 ‘조기동북아문화권에서의 한민족의 역할’로 고쳤다. 즉 조선을 한민족으로 바꿔놓았다. 이 외에도 조선족이거나 이북에서 신문, 잡지, 책에서의 조선민족, 조선사람, 조선어, 조선글 등 표현이 한국에 옮겨질 경우 한국인은 임의로 韓으로 고친다.

 이는 분명히 한국인의 옳지 못한 처사이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첫째 한국인은 마땅히 조선족과 이북의 표현을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둘째 한국인이 조선민족, 조선인, 조선어, 조선글 등의 표현을 거부하는 것은 조상을 부인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5일 서울에서 제1회 세계한인의 날을 기념하는 대회가 열렸다. 한국인은 남북 및 해외 겨레를 모두 한인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비현실적이다. 만약 제2회, 제3회 우리 겨레에 관한 행사를 이북에서 개최한다면 한인이란 표현을 쓸 수 있을까? 중국연변에서 개최해도 똑 같은 문제가 대두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예전의 분단국들은 국호가 우리처럼 혼란스럽지 않았다. 이를테면 동서독일, 남북베트남 등이 그것이고 독일은 분단 중에 게르만민족이란 호칭을 서로 사용했고 서로 국호, 민족, 문자에 대한 호칭에 거부감이나 적대감이 없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서 우리민족만이 국호, 민족, 언어, 문자에 대한 호칭에 서로 거부감 내지 적대감을 갖고 있는 민족은 없다. 참으로 비극이다.

남북이 통일하려면 정치적인 통일에 앞서 민족호칭, 언어호칭, 문자호칭 등이 먼저 통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선글이냐, 한글이냐? 세종대왕이 죽은지가 500년이 넘었으니 그를 중재자로 모실 수도 없고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