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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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청춘
2016년 05월 03일 15시 57분  조회:1256  추천:0  작성자: 아침은 찬란해
어머님의 청춘/김택만
 
어머니는 올해80세이시다. 햐얗게 센 머리을 염색했고 허리도 꼿꼿해서  모두들 70세미만으로 짐작하신다.
지난 겨울에 어머니가 손목을 상해 우리집에 머문적이 있었다.그때 어머니의 머리를 감겨드리며 보노라니 곱던 얼굴에 주름살이 깊어졌고 날씬하던 몸매가 축 쳐져있어 많이 늙으셨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마음의 한구석이 슬펴졌다.
시골에서 온갖 고생을 다하고 자식공부 뒤바라지에 혼신을 바쳐온 어머니는 55세에 아버지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할수없이 도회지에 들어와 아파트생활을 하게 되였다.어머니는 자꾸 고향시골을 그리워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마을어르신들하고 어울리면서 며칠씩 머물다가 올라오곤 하였다.한번씩 고향에 갔다오면 동네의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들려주었고 향수에 젖어 그렇게 기뻐하였다.
그러다가 5년전에 어머니가 오매에도 그리는 고향마을에 집 한채를 지어드렸다.어머니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혼자 시골에 내려갔다. 그 큰 앞마당에 터밭을 가꾸어 고추 오이 가지 감자 옥수수 호박 열콩 등 여려가지 작물을 심고  농약을 치지않은 록색채소라며 나눠주는것을자식들에게 주는것을 큰 락으로 삼았다.동네활동실에서 로인들과 어울려 노는것을 더없이 즐거워하였다.새벽 3시면 벌써 자리에서 일어나 한시간동안 산길을 산채한다.또 봄이면 그년세에 어울리지 않게 잽싸게 야산을 타고 고사리도 뜯는다.
“내가 열살만 젊어도 얼마 좋겠니.저 깊은 골짜기에 가면 고사리를 한 마대는 뜯어 오겠는데”.
“이제 철이 지나면 옥수수랑 호박이랑 맛없어.내가 가지고 가자니 무거워 못 가겠으니까 휴식날 내려와 가져가거라”
어머니의 소박한 말씀을 뒤로 할수없어 초가을날, 친구부부들을 거느리고 시골로 내려갔다.집앞에는 무연한 들과 맑은 강이 있고 뒤에는 산이 병풍처럼 막아있어 친구들은 오붓한 동네라며 환호했다.어머님의 시원시원한 성격에 친구들은 제집처럼 편해했다.우리는 내가로 고기잡이를 갔다. 어릴적 물장구치던 큰 강이 이젠 물이  많이 줄어있었다.그래도 오래많에 하는 고기잡이라 신났다.다들 시골태생이라  개구쟁이시절 물장구치고 고기잡이하던 옛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나 하나같이 소년소녀로 되여  즐거워했다.다들 옷이 흠뼉 젖었지만  랑만에 젖고 추억을 주으며 흥이 났다
어머니는 우리한테 먹이겠다며 두부도 앗아놓고 윤끼 흐르는  옥수수도 한 가마 져놓았고 달콤한 호박이며 감자를 삶아서 내놓았다.그것도 모자란지 토닭 한마리를 삶아 밥상 중간에 올려놓았다.어머니의 손맛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저녁식사때 마을의 로인 몇분도 모셔왔다.맛 있는 음식에 술이 들어가자 다들 도도한 기분에 취했고 어느새 오락판이 벌어졌다. 모두들 저가락장단에  바가지을 두드리며 천정이 떠나갈듯 노래가락을 뽐았고 구들이 꺼질세라 춤 추며 신나게 놀았다.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락판을 벌인것은 처음인것같다.그날 어머니는 한창 젊었을 때의 춤과 노래 실력을 그대로 과시하였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어머니는 동네아낙네들과 술상을 벌이고 흥에 넘쳐 온 밤 노래하고 춤을 추며 놀군 하였다.일도 잘 하였지만 술도 잘 마시고 노래도 잘하고 춤추며 놀기도 잘하였다.혹독한 가난속에서, 힘든 일상속에서 젊으신 어머니는 그렇게 놀음판을 휘쓸고 다니면서 지금말로 스트레스를 풀었던같다.동네의 술잔치엔 꼭 어머니의 모습이 삐쳐고 아낙네들과의 술모임엔 어머니의 노래가락이 빠지지않았다.
흥이 나서 음악에 취해있는 어머니를 보니 젊어을 때의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것같았다.겉모습은 많이 늙었지만 마음만은 늙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저렸다..
언제인가 내가 :어머님 꿈은 무엇이였습니까?”고 물은적이 있었다.
”내 자식들이 이 시골을 벗어나는거였지.다 대학에 척척 붙고 시내에서 출근하니 그 보다 더좋은일 어디 있겠니.그 때는 힘든줄 몰랐어.지금 시내 활동실이랑 홍보관이랑 다 다녀봐도 내만큼 자식농사 잘된 집이 많지않더라.남들은 아들며느리, 딸사위을 외국에 보내고 손군들 돌보느라 힘들어하는데 난 아들며느리를 다 곁에 두고 있으니 나만큼 팔자좋은 로인도 없을걸 ”
어머니는 그렇게 소박한 꿈에 청춘을 바치신것이였다.
청춘을 흘러보내고 파뭍힌 시골을 택한것은 어쩌면 젊은 시절이 그리워서인지도 모르겠다.흘러간 청춘을 그토록 갈망하면서도 가슴속에 감추어두었을 어머니이다..내가 어머니의 청춘을 외면하고 알려고하지도 않고 모른척했을 따름이다.어머니는 늙었다고,인젠 랑만은 없을거라고 착각한 내가 참 어리섞었다.나만 청춘을 간직하고 있는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넓고 따뜻한 마음속에도 청춘의 불꽃이 아직 살아있고  랑만을 갈망하고 즐기고싶어하는 마음이 있다는것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난 어머니에게 청춘을 되돌려드리고 찾아드리고 가꾸어드리고 싶다.

본문은 연변여성 5월호에 발표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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