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서는 해마다 추석이면 소를 잡았었다.래일은 추석이라 오늘은 소를 잡는 날이다.아침부터온마을이기쁨으로들떠있었다.어제부터어느 소를 잡는다고 입소문이 돌고 있었다.아버지도좋아하시고어머니도기뻐하시고나도기분이동동떠있었다. 아버지는아침일찍부터숫돌에식칼을시퍼렇게갈고계셨다.어머니는소고기를담아올함지부터씻느라분주하시고나는구수한고기생각에잠겨있었다.그 당시 생산대에서는 추석에 소를 년말 총결과 음력설이면 돼지를 잡았으니 일년가도 고기를 몇번 먹어 못본 시절이였다. “오늘술을많이마시지맙소!” 아침식사를하면서어머니는아버지에게신신당부를 하였다. “알았어,” 아버지는그냥 심드렁하게대답하셨다.그러면서칼를들고강변으로걸어가셨다. 나도아버지의 뒤모습을보면서제발술을많이마시지말았으면하고빌어보았다. 마을 강가의풀숲은도살장인셈이다. 어른들은소를잡아놓자마자술병을돌리며술을마셨다. 콩팥이나췌장같은것은불에구워안주로했다. 간도날것으로소금에찍어서는입에넣군하였다. 경사가 난것처럼 구경하는 우리조무래기에게도고기한점씩입에넣어주고오줌개(방광)에바람을넣어줬다. 그러면그것을뽈처럼차고다녔다. 어른들은소고기를다나누어주고나서아무개네집에가서또 술추렴을하였다.아마 그 날은 동네 남정들이 모두가 술이 거나하게 마이는 날이기도 하였다.하긴 일년에 한번만 소를 잡는 날이니 경사가 따로 없었다. 우리조무래기들은마당에서실컷뛰여놀다가배가 촐촐해나고 때가되였다싶으면집으로달음박질쳐갔다. 어느집에서나연기가몰몰솟아올랐다. 나도고소한고기생각에숨가쁘게달려가다가도집에거의도착할무렵이면오리걸음을했다.소나돼지를잡는날이면아버지가취하는날이기도하였다. 난아까강변에서아버지가술마시는것보았고또술추렴하는집에가시는것도보았기때문이였다.아버지가 술에 취한 날이면 대부분는 어머니하고 싸우는 날이기도 하였다.집앞까지거의왔는데그릇이깨지는소리인지유리가깨지는소리인지와닥닥와닥닥어지럽게들려왔다. 가슴이콩콩뛰고한줌만해졌다. 다행이우리집이아니라앞집이였다.우리앞집 아버지는 소문난 술주정뱅이였는데 그 집에는 반반한 집그릇이 없다싶이하였다. 집마당에들어서니아버지의코고는소리가들려왔다. 고기를삶느라불을지폈기에출입문도창문도활짝열어놓아서고소한고기냄새가내주린창자를자극했다. 어머니는익은고기를썰어놓느라여념이없었다.불을 때여 고기를 삶느라 이마에는 땀이흘려내렸다.배가고픈것도있겠지만아버지가깨여나시기전에빨리먹어야한다는 생각부터 앞었다. 일어나시면어떤일이일어날지알수없기때문이였다. 어머니가퍼주는소고기국물에볼이미여지게먹으면서어머니의낯색부터살펴본다. 좀굳어지고프르딩딩하시면좋은일이없는것이다. 어머니의얼굴색갈과직결되여있기때문이다. 나는어머니의낯색갈을보고십중팔구는맞출수있었다. 아버지의술냄새와어머니의낯색갈을살피는것이나의본능으로되였다.그냥 아버지가 깨여나지 말고 주무셨으면 좋으련만. 아버지가술에취한날이면참싫었다.우리집에서는아버지기술에취했을때가아니라아버지가술을깨신다음다툼이일어났다. 그다툼도항상어머니가먼저걸었고잔소리를많이하기때문이였다. 간혹 밖에서 놀다가 집에 돌아오는데혹집안에서다투면나는울바자밑에서고개를숙이고앉아서나무가지로땅바닥에그림을그렸다. 병아리도그려보고강아지도그려보고나비도그려보고비둘기도그려보고구름도그려보고아담한집도그려봤다. 비가내리면마루에쫑그리고앉아비를피했다. 어미닭의날개속으로병아리들이파고들면어미닭은따스하게품어준다. 사실아버지의술주량은적었다. 아버지가 13살때할아버지가돌아가시는바람에할머니하고세동생의가장이되였다. 추석날이면아버지는할아버지, 할머니의무덤앞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께나는죄인이야, 자식으로서효도를못한못난놈이지!” 하면서아주침통해하셨다.
1945년 17살에해방군에 참군하여연변의 삼도만토비숙청전부터 장춘전역,료심전역 그리고장강을 뛰여넘어 남경해방전역도,해남도해방전역도 참가하시였다.1949년 조직의 명령으로 조선인민군에 편입되였고 1950조선전쟁에도 참가하고 그해 10월 전략후퇴시기에 전쟁포로가 되여 전쟁협정이 체결되고 포로교환으로 돌아올때까지3년동안 거제도포로수용소에서보냈다. 그후조직의엄격한 조사를받고군에서 모든 직무를 해직당하고 고향시골에돌아와농군이되였다.농짝에는 천으로 꽁꽁 싼 군공메달(해방전쟁군공 3개.인민군공훈메달 1개)이 4개를 깊숙히 넣어두고 있었지만 언제 한번 깨내보지도 않았고 더구나 달고 다니지도 않았다.(그 4개메달이 포로수용소를 거치며 어떻게 간직하여 왔는지 말씀하여 주시지 않아서 오늘까지도 모른다). 간혹 공사간부들이 찾아와서 조사를 할때면 그때 포로소용소에서 폭동사건으로 많는 포로들이 목슴을 잃었다는건만 귀동냥으로 들은적이 있다. 늘실면하시고명절이거나전쟁기념일같은날이면더우울해하시였다. 해마다 음력설이 되면 마을에서는 참군하였거나 혁명렬사유가족집앞에 붉은꽃을 달아주었지만 우리집앞에는 붉은꽃을 달아준적이 없었다. 동네남정들처럼밭갈이논갈이등힘든일은못하여서늘생산대에서 아낙네들과 함께 잡일을 하여 받는 공수도 항상 적었다.아낙네들 일하는 무리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끼울때가 많았다.입쌀이 쎈 아낙네들로부터 놀림도 당하시였다.그 속에 있는 어머니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았다. 아버지는술을크게반가워하지는않았지만동네사람들과마실때면권커니작커니하며잘도마시였다. 남들이권하는술을사양하는법이없었다. 그리고제일먼저쓰러지는것도아버지였다. 술좌석에서남들과다투는일은한번도없었고주정을부린적도없었다. 다른분들은술에취해얼굴을잘붉히며다투어도말이다. 아버지는좀취기가오르면“옹헤야!”를잘불렀고구들에서춤도잘추셨다.
술판에서언제나“옹헤야”를부르고또한잘부르셔서별명이“옹헤야”가되였다. 술이과하다하면주정을부리기전에그자리에쓰려져주무셨다. 술에취하면어디든지불문하고아무곳에나쓰려져주무셨다. 남들은술기운에광기를부리지만아버지는그냥쓰려졌다. 그러면남정들이아버지를부축해서오거나가끔은아버지가쓰려져주무시게되면동네분들이와서알리기도하였다. 어디서쓰려져잔다고. 그러면어머니와나는녹초가된아버지를겨우모셔다집에눕혔다. 그날은아버지와어머니가다투는날이기도하였다.그때 난 술을 증오하였고 나 어른이 되면 술을 안마일것이라고 맹세도 하였다. 아버지가취해서들려오게되면술을깬후어머니가싸움을건다.농사일도제대로하지못하는 주제에술에취해쓰러져자는꼴을참보기싫어하시였다.어머니의 눈에는 남정으로 보이지않았었다. 싸움은언제나어머니의승리로끝났다. 아버지는집을나가거나아무말없이앉아계셨다. 아버지는어머니보다 8년년상이신데 어머니가 20살에 시집을 왔었다. “이병신아, 그렇게꼬꾸라질때까지술을퍼먹어? 동네가창피해서어디살겠나?” 어머니의넉두리와욕설에참고계시던아버지가욱하고다투셨다. 말씀이 적고 착한 아버지가,동네 그 누구하고도 다투지않는 아버지가 어쩌다 흥분하면 성난 소처럼 크게 싸우는것인데 식장아니면 유리창이 깨질때가 있었다. 어머니에게손찌검을하려는아버지의팔을내가잡았다. 예전에도아버지가어머니를때려서어머니의얼굴이퍼렇게멍든적이있었다. 울면서팔을잡아당겼다. 허름한아버지의속옷어깨부위가그만찢어졌다. 난더서럽게울었고눈물이마구쏟아졌다. 아버지의옷을찢어놓은죄가무서워서가아니라찢어진팔에서흉물스러운크나큰흉터를보았기때문이다. 전쟁터에서파편에맞은흉터이였다. 불편해하시는아버지의손, 그아픈손을내가더아프게했는지도모른다. 그 흉터는 아버지의자존심이였다. 아버지가그토록외롭고불쌍해보였다. 아버지는돌아서서두툼하고껄껄한손으로나의눈물을닦아주었다.그때아버지의눈가에맺힌눈물을보았다. “아부지도남자임더” 하고나는속으로말하고있었다. 아버지는돌아서서아무말없이집을나가셨다. 아마집뒤느릅나무아래에앉아계시리라. 그후아버지는술을드시지않았고간혹술을드셔도조금만드셨고쓰려져자는일도없었다. 될수록술자리를많이피하셨다. 그러시다가일찍이간암으로세상을떠나셨다. 나는 력사책를 즐거본다.그 중에서도 해방전쟁과 조선전쟁에 관한 책을 많이 본다.혹 텔레비죤이나 책에서 그 당시 전쟁에 참여하였던 분들의 사적을 볼때면 저 속에도 아버지도 있었겠지하는 나름대로 생각을 하여본다.포로라는 그늘에 모든 공로가 파묻혀있었다. 농짝깊숙히있던군공메달이한번도빛을보지못했었다. 옛날 남들은 술상에서 전쟁터에서의 말들을 많이 하지만 아버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가끔 어린 나하테는 술을 드시후면 조금씩는 하였다.전쟁터에서 보다 포로수용소에서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그리고 … 허약한 몸과 불편한 손으로 농사일을 하면서,자그막한 술잔의 포로에서 , 마귀처럼 따라다니는그 그림자에서 뛰쳐나오기 싶어 몸부림쳤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도 나도 그리고 많는 사람들이 그것을 알려고도 하지않고 외면한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나는친구들과함께술을마셨다. 그리고는푹~ 잠이들었다. 달콤한꿈속에서아버지는술을드시고“옹헤야”를성수나게부르시며너울너울학춤을추신다. 그러다가그릇을깨고창문을깨신다. 그리고는아주기뻐하신다. 속이시원하고거뿐한가보다. 아버지는오늘도술주정중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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