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를 사다
전국시기, 맹상군(孟嘗君)이 문하 식객들에게 누구 회계 일 아는 사람 있으면 설(薛)에 가서 빚 좀 받아올 수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빙난(憑煖)이 자기가 가보겠다고 자진해 나서자 맹상군은 마차와 행장을 갖춰주고 빚문서를 주어 보냈습니다. 빙난이 길 떠날 임시에 맹상군께 물었습니다.
“빚을 받아서는 무엇을 사올까요?”
“우리 궁중에 뭐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그걸로 사오시오.”
설에 간 빙난은 빚진 백성들을 불러놓고 빚문서를 확인시킨 뒤, 맹상군으로부터 그 빚 전부를 면해주라는 명이 있었노라고 말하고 나서 그 자리에서 빚문서들을 소각해버렸습니다. 그러자 백성들은 일제히 “만세”를 외쳤습니다.
빙난이 그렇게 빨리 돌아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맹상군이 의관을 정히 하고 빙난을 맞았습니다.
“그래, 빚은 다 받아왔소?”
빙난이 다 받아왔노라고 대답하자 맹상군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어떤 물건들을 사왔는가?”
“궁중에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사오라 하시기에 생각해봤는데, 궁중엔 금은보화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궁 밖엔 마소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당하(堂下)에는 미인들이 줄지어 있으니 지금 궁중에 부족한 것은 오직 인의(仁義)뿐이라고 생각되어서 인의를 사왔습니다.”
“그럼 그 인의라는 건 어떻게 사왔다는 말인가?”
“군주께서는 지금 설이라는 그 작은 지역 밖에 갖고 있지 않으면서 백성들을 다독이고 사랑해줄 대신 금전적 이익만 따지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소인이 맹상군의 명이라 사칭하고 그곳 백성들의 모든 빚을 면감해주고 빚 문서들을 소각해버렸는데, 그에 백성들이 일제히 만세를 외쳤습니다. 그게 바로 소인이 사왔다는 인의입니다!”
맹상군이 그 말에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됐소, 선생. 그만 가보시오!”
일 년 후, 제(齊)나라 왕이 맹상군을 탐탁치 않게 여겨 그를 자기 봉지(封地)인 설로 돌아가라고 명하였습니다.
그런데, 맹상군 일행이 설 지방과 아직 백 여리길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수많은 백성들이 그곳까지 맹상군을 마중하러 나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정경에 감동된 맹상군이 빙난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선생이 나를 위해 샀다는 그 인의를 오늘 비로소 보게 되는군요.”
****************
정치에는 문외한인 저입니다만, 언제 봐도 시끌벅적한 한국 정계. 특히 요즘 이명박 대통령 가족 비리 수사 관련 뉴스들을 접하면서, 저게 민주정치구나 하고 수긍이 가는 한편,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얼마나 인심을 잃었으면... 덕 좀 쌓고 살지......
사람이 원견이 없으면 코앞에 시름거리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눈앞에 이익이나 손실에 연연하지 말고,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지혜를 터득한다면, 재직 시 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해 말고, 덕 좀 쌓아둔다면, 훨씬 평안하고, 충실한 노후가 보장될 터인데 말입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