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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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칫밥
2012년 02월 20일 21시 44분  조회:3674  추천:3  작성자: 리창현
     며칠전 친구들과 함께 술상을 같이하다가 우연하게 눈칫밥이 화제가 되여 서로의 주견을 내세우느라 연간 복잡하지 않았다. 어떤 친구들은 애들이 눈칫밥을 먹어야 셈이 든다고 하였고 반면에 어떤 친구들은 애들이 눈칫밥을 먹지 말고 자라야 심신이 건강하게 자랄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사실을 실례로 들어가면서 너무도 실감나게 풀어나가는 장면을 말없이 지켜보느라니 갑자기 설레이는 마음을 누를길이 없었다. 자꾸만 어수선해나는 마음을 억지로 누르면서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 무슨 인생철학에 대한 해부학도 아니다보니 얼굴을 붉힐필요가 없어서 너무 편했고 그저 듣는 그 멋도 참 좋았다.
친구들의 회제는 매우 단순했는데 애들이 눈칫밥을 먹으면 빨리 셈이 들고 눈칫밥을 먹지 않구 자라는 아이들은 철이 드는데 좀 늦다는것이였다. 하지만 서로의 주견은 굽힐줄을 몰랐다. 여하튼 그날 술상에서 그 화제는 확실한 결론을 보지 못하고 미지근하게 끝나고 말았다. 어찌보면 이 화제는 결론이 근본 필요가 없다고 본다. 나더러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결론부터 말하면 <>이다. 사전에서 그 풀이를 옮겨보면 <<눈치를 보아 가면서 얻어먹는 밥이라는 뜻으로, 마음을 편하게 가지지 못하는 상황이나 상태를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해주고 있다. 그러니 눈칫밥은 좋은 밥이 아니라는 말이다. 누가 밥먹고 할 일이 없어서 눈칫밥을 먹으면서 살자구 할가?
나는 학교시절에 몇년동안 눈칫밥을 먹으면서 살아왔다. 비록은 친척집이라 할지라도 그것만은 피면할수 없는것이다. 어쩐지 그 당시는 남의 집의 밥이나 반찬이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다. 어쩌다가 방학이 되여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님께서 꼭같은 반찬을 할때가 많다. 하지만 친척집에서 먹던 그때와 맛이 전혀 다른것이 참 이상할 정도였다. 어머님의 생각과는 달리 밥을 맛나게 먹지않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머니께서 하시던 그 한마디 말씀은 아직도 내 마음에 동여있다.
<<네가 이모네 집에서 좋은 음식들을 많이 먹는 모양이네. 이전에는 이런 반찬들을 해놓으면 기를 쓰고 먹었는데…>>하면서 어딘가 섭섭해하는 기색이였다. 금시 눈시울이 뜨거워남을 억지로 참으면서 부지런히 수저를 놀렸다. 그제야 어머니께서는 많이 기뻐하시는것이였다. 그날 실상 어머님께 큰 불효를 지른거나 다름이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눈칫밥은 정말 먹기가 어려운 일이다. 다른 애들처럼 덜렁거리면서 마음도 강했으면 그 무슨 눈친들 물리치고 먹을것을 다 찾아먹었으련만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자라다보니 마음가짐이 어지기로는 짝이 없는 나로서는 정말 고역이 아닐수 없다. 아무리 가까운 친척일지라도 그 눈치를 안본다는것은 병신 내놓고는 다 할수 없는 일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20여년동안 종래로 이런 회제를 내놓고 말해본적이 없다. 혹시 친척의 흉이라도 될는지 아니면 꼭 마치도 친척집에서 눈치만 보면서 제대로 크지 못한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당시 친척들은 최선을 다하여 나를 아끼고 관심해주셨다. 그 은공은 절대로 부정할수 없는 일이다. 절대적으로 나 자신이 마음이 넘 어진탓이라는 생각이다.
    한번은 금방 하학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마침 이모께서 저녁밥을 짓고 계셨다. 새밥을 지으면 래일에 또 묵은 밥을 먹어야 한다면서 좀은 밥이 모자라는것같은데 그냥 면같은것으로 지내자는것이였다. 면이라면 질색하는 나로서는 근심이 태산같았다. 그 당시 농촌에는 다른건 귀해도 쌀은 흔한 편이여서 밥이 모자라면 인츰 새밥을 짓는데 시내에서는 사는 방식이 많이 달랐다. 또 그렇게 살아야만 생활을 할수 있는것이다. 그날 저녁 나는 자그마한 공기밥을 먹고 저녁자습하러 나갔다. 한 여덟시쯤이 되여서부터 배가 고프기 시작하였다. 그때는 한창 크는 나이다보니 먹는것도 엄청 말이 아니였다. 지금 애들은 그렇게 먹지 않지만.
저녁자습을 마치고 돌아오니 아홉시 반정도였다. 친척들은 이미 쉬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애매한 랭수를 얼마나 들이 마셨는지 모른다. 아침부터 배탈이 나가지고 약을 먹어야 할 신세였다. 하지만 그 당시 내가 비위를 쓰고 이모보고 배가 고프니 밥을 좀 지어달라면 이모는 두말없이 해주었을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어진 나로서는 그럴수가 없는것이다. 그 어진 마음은 지금도 매 한가지이다. 고치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그런 내가 마음에 드니 편하다. 좀은 어진것이 악한것보다는 훨씬 좋은 존재이니깐.
눈칫밥은 할수 없이 먹는것이다. 일부러 그런 밥을 먹으라면 지금 애들은 아마 하루도 견디지 못할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조건이 되면 누가 부질없이 눈칫밥을 선택하겠냐 말이다. 밥상에 앉아서 그처럼 좋아하는 반찬이 있어도 자기 집처럼 젖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일수 없는것이다. 어쩌다가 고기 반찬이라도 생기면 그날은 실로 잘먹는다는것보다는 되려 많이 굶는 날이라 함이 더 바람직할것같다. 왜냐하면 먹고 싶은 그 충동에 다소 먹은 음식이 소화가 얼마나 빨리 되는지 모른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그날도 아침부터 배가 고프다보니 매일 먹는 량의 밥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밥을 더 떠먹으려고 숟가락을 놓으려는데 평소에 나하구 롱담을 하기 좋아하는 이모부가 <<너 벌써 다 먹었니?>>하는 바람에 그만 숟가락을 놓고 밥상을 물러날수밖에 없었다. 어찌보면 나더러 <<바보>>같은 녀석이라구 핀잔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직접 겪어보느라면 그 누구의 가르침이 없이도 절실히 느끼게 될것이다. 이렇게 마음이 어진 나를 두고 친구들은 장가는 어떻게 들었느냐 하면서 롱담을 걸어오기도 한다. 그래도 여직 어진 나를 바보로 취급을 해주지 않아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저그만치 5년동안 눈치밥을 먹었으니 그만하면 터득이 갈것이다. 눈칫밥은 우연하게 먹어보는것이지 그것을 먹으면서 보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려는 생각은 어딘가 많이는 허무한 생각이라는것이다. 더우기 애들은 눈칫밥을 먹일 필요가 없다고본다. 될수록이면 눈칫밥과 멀리하고 부모와 함께 성장하는 그 과정에 보다 많은것을 얻게 되는것이다. 눈칫밥은 어디까지나 힘들고 어려운 노릇이지 그것을 통해서 애들이 보다 빨리 셈이 들기는 바란다면 그건 무서운 장난이 되기가 일쑤이다. 아래 몇년간 먹어온 눈칫밥에 대하여 시어로 귀결시켜본다.


먹는것은 음식이지만 분비되는것은 설음이다.
먹는것의 맨 끝에는 늘 아쉬움이 서리고
분비되는것의 맨 끝에는 눈물이 서린다.
까마귀 울어도 슬픈 날 따로 없고
까치가 울어도 기쁜 날 따로 없다.
넓은 운동장에는 내 자리가 없고
작은 사랑방에는 초불만 밝게 비친다.
흑룡강성 녕안시조선족소학교 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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