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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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13년 03월 19일 18시 28분  조회:2508  추천:1  작성자: 리창현
    어찌된 영문인지 나는 어릴 때 사진을 찍는다 하면 신부터 찾아쥐고 도망가는 <<못난이>>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 사진은 온전한것 한장 없다. 지금 내 생각에도 스물 25살전까지 내가 맘이 내키어 사진을 찍은것은 열장이나 되나마나 하다. 그렇다고 내가 <<추남>>은 아니다. 오관은 그래도 반반한 셈이다.
지금 생각하여 보면 내가 어릴 때 사진을 찍지 않은것은 내 마음이 너무 어지기때문인것같다. 아니면 그 무슨 <<사진귀신>>에게 겁을 먹기도 엄청나게 겁을 먹은 모양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막급이다. 그처럼 아름다웠던 동년의 그림자들을 붙잡아두지 못한 자신이 어처구니없게 생각된다. 짜개바지에 고무신을 신은 자신의 유치했던 그 모습을 지금쯤 안해앞에 슬그머니 내보이는것도 하나의 큰 멋이 되겠는데 말이다.
달아난 세월은 되돌리지 못하니 이제 내 아들놈(혹은 딸애)의 모습은 하나도 빼여놓지 않고 붙잡아 둘 예산이다. 그 놈도 이 <<못난 애비>>처럼 인생의 한토막 빈 공간을 남겨두게 해서는 안되겠다.
 나이가 들고 사업에 종사하기 시작해서는 사진 찍을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역시 큰 기념사진같은것을 제외하고는 거개는 외면했다. 그럼 아직도 어릴 때의 그 <<못난 버릇>> 때문인가? 지금은 그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도 두툼하던 머리칼이 <<하해>>하여 나이에 걸맞지 않아 사진과 영별하려고 마음을 먹은것이다. 처음에는 모르고 사진을 한 여나문장 찍었는데 사진을 보니 나이보다 근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정 사정이 딱할 때면 모자부터 찾아 쓰고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늘 개의치않았다.
 이제는 나이 30을 넘었으니 모든것이 조금도 두렵지가 않다. 어쩐지 자꾸만 사진을 찍고 싶다.
며칠전 결혼사진을 찍으러 사진관을 찾아갔다. 사진사는 몇대밖에 남지 않은 나의 머리칼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것 같았다. 그대로 두자니 구차하고 좀 다듬자니 <<재료>>가 말이 아니여서 어쩔지 몰라하는것같았다. 그래서 신경을 쓰지말고 원모습 그대로 찍으라고 부탁했더니 그 때야 그의 얼굴에 웃음이 걸리였다. 나의 가슴도 곁따라 거뿐했다.
 그날 나는 내 일생에 최고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여하튼 큰 원을 푼 그런 감각이였다. 내 모습 그대로 찍었다는것이 내 기분을 한결 상쾌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사진을 찍는 관문을 넘고 보니 한가지 여쭐것이 있다. 사진은 될수록 많이 찍는것이 좋다는것이다. 정색해서 찍지 말고 더우기는 자신을 포장하여 찍지말고 어딘가 좀 비여있는 모습이 알리게 많이 찍으라는 것이다.
 사진은 흘러간 세월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주는 고착된 시공간 그림자이다.
지금 당장 안해에게 이글을 쓰고 있는 장면을 찍으라고 해야 겠다.
  <<여보…>>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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