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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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픔
2013년 12월 19일 21시 17분  조회:2098  추천:1  작성자: 리창현
누렇게 말라가는 한포기의 풀앞에서
나는 그만 발목을 묶이우고 말았다.
이상한 눈짓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가슴을 허비며 몸부림을 치건만
나는 그만 바보가 되여버렸다.
슴벅이는 두눈은 혈기를 잃었고
부러진 흉벽에는 거미줄이 드리웠었다.
저어기 안개가 가쁘게 몰아오면서
길을 열어가건만 내눈에는 길이 보이질 않는다.
언덕너머로 앙상한 락타 한마리가
어색하게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어딘가를 향해 길게 설음의 가락을 푼다.
점잖게 다부산즈를 차려입은 선비가
깨여진 안경알을 닦으면서
열심히 뭔가를 찾고있었다.
여우가 털빠진 엉덩이를 탈싹거리며
주인집 아저씨의 수염을 핥는다.
부뚜막에 쪼크리고 앉은 할머니의 등으로부터
검은 연기가 타래치며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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