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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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시골의 떡메소리
2008년 02월 05일 10시 57분  조회:2150  추천:45  작성자: 리창현

그리운 시골의 떡메소리

 

금방 퇴근하여 교문을 나서려는데 웬 아줌마의 힘겨운 부름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여보게, 선생님이 옳지? 나 이거 좀 거들어 줄수 없소?>>

 아무리 뜯어보아도 면목이 없는 분이지만 그저 자니버릴 처지가 아니라 쾌히 응낙하고 나섰다. 그런데 웬걸, 어찌나 무거운지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다행이도 눈치 빠른 아줌마인지라 같이 맞들고 가게 되였다. 하얀 보로 알뜰하게 덮은 이 물건이 구경 무엇인지 호기심이 동했다.

  <<아주머니, 이건 무엇입니까?>>

   <<, 이거 찰떡이요. 우리 딸의 결혼식에 쓰려고 저 한족집에 가서 사오는 길이요. 찰떡을 좋아하오?>>

  아주머니는 기분이 좋아서 흥에 겨워 말했다.

   <<한근에 얼마씩 하는지요?>>

   <<에그, 글배워주는것밖에 모르는구만. 이런것에 대해서는 너무 까막눈이구먼.>> 하면서 핀잔까지 곁들이였다. 헐떡거리는 아줌마를 곁눈으로 흘끔 쳐다보니 넙적한 얼굴은 땀과 기쁨으로 반죽되여있었다.

   <<아주머니, 이 떡이 집에서 친것보다 맛이 못하지 않습니까?>>

   내가 넌짓이 한마디 물었더니

  << 어이구, 지금 누가 노예처럼 그런 일을 하오. 이게 어느때요. 돈만 주면 이렇게 쉬운걸 가지고 . 선생도 찰떡을 사려거든 나와 말하오. 내가 눅게 사주지. 호호…>>

  여간 기쁘기는 기쁜 모양이다. 글쎄 딸자식이 시집을 간다니 부모로서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만 뭔가 마음에 자꾸만 그늘을 던지였다. 순간 떡보다 마음이 더 무거워났다. 그보다도 서천에서 지켜보시는 우리 조상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금할길 없다.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섭섭해할가 하는 우려심도 빠끔히 고개를 내민다.

 찰떡은 워낙 우리 민족의 상징물이다. 오직 우리 민족만이 해낼수 있는 그런 음식 문화의 유산이다. 조상분들은 열손가락에 물집이 생기도록 깎고 다듬고 하면서 떡구시와 떡메를 다듬어 왔다. 그리고 여기에 재간까지 더 붙여 우리에게 남겨주었지만 떡구시와 떡메는 오늘 분명하게도 어둑침침한 구석에서 설음을 당하고있다. 조용히 설음을 느끼고 있을것이다. 게다가 거치장스러우면 순식간에 도끼로 쪼개여 부엌에 넣는다. 그누구네는 떡구시로 소구시를 하니까 매우 좋다나?

실상 그것은 조상분들께서 남겨준 너무너무 값진 유산이건만 서슴없이 버리는 그 행위가 어쩐지 심상치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마음이 곱절 무거워 난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란 나는 각별히 그 떡메소리가 인정 깊게만 느껴진다. 그 어는 집에 대사가 있으면 찰떡은 절대로 빼놀리 만무하다. 그러면 힘골이나 쓴다는 젊은 축들이 힘든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엇바꿔 쳐나간다. 순식간에 아얀 찰떡이 떡구시에 척 드러누우면 성공의 희열같은것을 느껴보군 한다. 그보다도 좀 곱살스레 생긴 딸이 있는 집에서 찰떡을 친다면 온 농네 총각 모두가 어떨궁해서 바지 벗겨지는줄 모르고 누구하나 상통을 찡그릴세라 그저 기뻐한다.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은 개의치가 않다. 자꾸만 시골의 그 떡메소리가 그리워 난다. 래일 당장 시골로 내려가 떡구시와 떡메를 가져와야겠다. 어서 빨리 우리 애들의 맘속에 민족의 깨끗한 전통을 심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시골의 떡메소리와 함께 내 마음속에 쩌렁쩌렁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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