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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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며느리 그리고 된장과 고추장(리창현)
2008년 04월 28일 19시 23분  조회:1406  추천:76  작성자: 리창현
          딸 며느리 그리고 된장과 고추장

   누구네 며느리는 어떻게 잘하오, 누구네 며느리는 어떻게 무정하오 하는 식의 말들을 들을적마다 천사만감이 교차된다.  아들로서 부모님앞에 며느리의 위치와 인격을 상기시킨다는 자체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어찌보면  똑같은 마음의 위치지만 그래도 자신을 속이면서 부모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많다. 그러느라면 마누라도 제쪽에서는 물까지 찔찔 짜면서 서럽다 한다. 결국은 불쌍한 놈이 아들이다.  부모에게는 효자가 되고싶고 마누라에겐 모범남편이 되고싶은 심정은 굴뚝같지만 가끔 터지는 《화산》앞에서는정말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럴즈음에는 딸로 태여났으면 하는 허망한 생각도 엉뚱하게 가져본다. 
어찌보면 딸과 며느리는 모두 장독과 같다는 생각이 불쑥 떠오른다. 부모들이 가장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그런 장독 말이다.아끼면서 멀리하고 멀리하면서 아끼는것이 바로 장독이 아닐가싶다. 부모들이 온갖 정성을 다하는 그런 장독이 아닐가?  아무리 가난해도 반드시 갖추어야만 마음이 편한 그런 장독이 아닐가? 먹어도 먹어도 싫지 않은 그런 장독이 아닐가? 
집집마다에 거의 두개의 장독을 마련하게 된다. 하나는 된장을 담은 장독이고 다른 하나는 고추장을 담은 장독이다. 가지런히놓여진 장독은 그 가문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하루에도 열번쯤은 열어보는 장독이다. 어찌보면 딸은 된장과도 같다는 생각이다. 구수한 향기가 그대로 풍기는 된장과 같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술을 많이 마신 이튿날에는 무작정 된장국부터 찾는것도 일리가 있는것이다.  아무튼 속에 걸린 모든것들을 그대로 남김없이 깨끗이 씻어주는 된장의 존재에  부모들은 항상 만족이다. 그리고 부모앞에서 딸의 실수란 근본 존재가 없는것이다. 무작정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에 앞서 리해가 도우니 참으로 별스런 힘이기도 하다. 
    며느리는 어찌보면 고추장과 같다는 생각이 엉뚱하게 마음에 걸린다. 고추장이라면 우선은 색갈부터 고와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부모들은 고추장을 담글적에는 정말 조심스레 담그는것이다. 고추가루도 가장 좋은걸 골라서 담그군 한다. 문제는 색갈이 미우면 사람들의 구미부터 떨구기때문이다. 고추장이 된장처럼 미지근하면 그건 우선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도 고추장이라면 얼얼한 맛이 있어야 마음을 상쾌하게 하기때문이다. 매운탕을 끓여도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매운맛이 있어야 일미로 간주하게 된다. 우선은 색갈이 고와야 하고 다음은 매운맛이 있어야 하지만 그보다도 탈이 없어야 한다. 그대로 저절로 숙성되는 그런 고추장이야말로 진정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수 있는 고추장인것이다. 숙성될수록 맛도 좋아지고 색갈도 고와지는것이 고추장이 아닐가? 
   고추장은 고추장대로, 된장은 된장대로 나름대로 맛이 있다. 무작정 된장에만 미련을 둔다면 마음을 다치기가 쉽고 무작정 고추장에만 미련을 둔다면 감정을 상하게 된다. 그리고  된장과 고추장을 함께 먹으려 해도 문제가 생기기 쉽다. 된장을 먹을 때엔 된장만 먹고 고추장생각이 나면 고추장만 먹는것이 그래도 편한것이다. 한 밥상우에 두가지 장을 다 올려놓으면 어느 장의 맛이 더 나은지 알기도 어려운것이다. 부질없는 욕심으로 마음만 다치지 말고 항상 존재의 리유만 명석하게 알고 정성을 다함이 너무도 바람직하다. 
  실상 고추장이든 된장이든 모두 부모님들의 정성에서 생겨나는것만큼 항상 똑같은 존재다.고추장생각이 나면 고추장을 만나고 장생각이 나면 된장을 만나면 그뿐인데 하필이면 한쪽에다 미련을 두고보면 상하고 다치는건 마음뿐이다. 그리고 절대로 고추장을 푸던 주걱으로 된장을 푸려 하거나 된장을 푸던 주걱으로 고추장을 푸려는 경솔한 짓은 삼가해야 한다.
  문제는 고추장을 푸던 주걱으로 된장을 푸다보면 기분부터 잡치게 되고 된장을 푸던 주걱으로 고추장을 푸다보면 마음부터 다치게 되니 절대로 두가지 장을 한가지 장으로 착각하지 말고 항상 마음으로 가늠함이 무엇보다 바람직한것이다. 
    그렇다! 된장같은 딸이든 고추장같은 며느리든 상관없이 자기 나름대로의 존재가치가 따로 있는것이다. 절대로 된장이 고추장으로 변할것을 바라거나 고추장이 된장으로 탈바꿈할것을 바라는 그런 허망한 생각을 버리고 된장은 된장대로 아끼고 고추장은 고추장대로 아낀다면 서로가 화목이라는 징검다리를 보다 든든하게이어갈것이다. 모든 정성을 다한다면 된장이면 어쩌고 고추장이면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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