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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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에 부치는 생각 (리창현)
2009년 02월 15일 17시 00분  조회:2036  추천:18  작성자: 리창현

   얄팍한 허영 하나로 늘 자신을 감추면서 살아가는것만큼 어색하고 슴슴한 순간은 더 이상 없다는 생각이 기축년의 종소리와 함께 내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몰아왔다. 여느때와 달리 조용히 구겨진 마음을 다림질하면서 고마움도 함께 몰고 왔다. 여직 그렇게 자신을 감추면서 살아온 뒤마당을 빗질하여 보느라면 자신에게도 미안하고 타인에게도 얼마나 미안한지 모르겠다. 솔직하지 못한 자신의 일면도 부끄러움을 머금은채 처녀의 얼굴처럼 발그스레 상기되여 있었다. 실상 사람의 인식이란 시간의 차이에 있을뿐이다. 그래서 아마 사람들은 예로부터 세월을 가장 공정한 재판관으로 인정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세월앞에 자신을 세우고 보면 래면을 속이지 못하게 되는것이다. 사람들이 가장 쉬이 하고 있는 말도 역시 세월에 대한 두터운 믿음이라는 생각이다. 어떤 불리 앞에서 사람들은 흔히들 하는 말  '하늘이 다 알고 있으니 걱정 말아라.' 도 역시 세월에 대한 공정한 평판을 갈망하는 순간이 아닐수 없다. 이로보아 부득불 자신의 허영을 뒤집고 그속에 갖힌 크고 작은 감춤들을 아마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살아가는 자체가 바로 가장 정확한 인생이 아닐가 하는 생각과 함께 닫혀진 마음의 지퍼를 열어본다.

 

유난히 밝게 다가서는 감춤 하나가 어색하게 어두운 구석에서 신음을 하고 있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년은 잘 되였으니 자신의 감추는 수준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무섭게 다가선다. 그만큼 미안함도 커가는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 무슨 악의적인 감춤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얄팍한 편견이자 타인에 대한 얄팍한 기편이다. 이 감춤은 제가 문학이라는 신성한 울타리에 발을 들여놓은 얼마후였다는 생각만은 새삼스럽다. 이럭저럭 졸작들을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를 하기 시작하면서 어느날엔가 자신에 대한 감춤이 아프게 갈마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였다. 비록 그 순간에 자신을 달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그냥 그렇게 고집을 붙잡고 무자년을 지나 기축년까지 몰고 온것이다. 

문학을 하면서 이런저런 회의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하였다. 만남의 장은 그야말로 너무도 아름다운 순간들이였다. 나는 정말 자신이 문학에 발을 들여놓은것에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적지않은 글들을 쓴것도 기쁘지만 그보다도 많은 문학선배들을 알게 된것이 저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큰 재부로 되여 얼마나 행운스러운지 모른다. 저는 이런 인연들을 늘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열심히 자신의 문학에 대한 열정을 한시도 늦추지 않고 날마다 부지런히 뛰고 뛰면서 자신을 갈고 갈았다. 문학인들은 비록 처음의 만남일지라도 그처럼 편하고 가까운것이다. 아마도 사람을 보기전에 언녕 그 사람의 글을 통하여 마음이 한자리에 모였는지도 모른다. 

 한번은 할빈에 교원수필상을 타러 갔던 일이다. 그날도 너무 일찍 도착하다보니 주최측의 안배대로 호텔에 누워서 시상식의 시간을 기다리게 되였다. 얼마쯤 지났을가 하였는데 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함께 50대의 남자가 들어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간단한 소개를 하였는데 글쎄 그 남자가 저의 손을 꼬옥 잡아주면서 너무도 반갑게 맞아주는것이였다.

 '아니 나이가 어린 분이구만  당신의 글들을 많이 보았소.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하오. " 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도 선배님의 글제목을 들어가면서 참 좋은 수필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더니 제목까지 다 기억했는가 하시면서 저으기 기뻐하시는것이였다. 후에 알고 보니 그 분은 해림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리복철 선생님이였다. 비록은 짧은 상봉이였건만 선배로서 후배에 대한 관심과 격려는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그날 자신의 소개에서 나는 녕안의 모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하였다.

그 후에도 많은 문학인들을 알게 되였는데 그냥 소개는 중학교의 교원으로 자신을 포장하였던것이다. 어쩐지 소학교 교원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소학교 교원이라고 하면 꼭 마치도 자신의 인격이 떨어져가는듯한 기분이 여서 그냥 후에도 나는 자신을 중학교 교원으로 소개하기에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그 누구도 조사를 하지도 않았거니와 캐여 묻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늘 개운치가 않았고  늘 무겁기만 하였다. 

하여 한번은 마음을 크게 먹고 솔직하게 소개를 하려고 작심하였다. 무엇보다도 후에 그것이 탈로날가봐 근심이 앞서군 하였다. 그래서 한번은 인사를 나누면서 제가 녕안의 모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고 하였더니 상대방이 되려 믿지 않는것이였다. 아무리 내가 소학교 교원이라고 하여도 결국은 그날도 역시 중학교 교원으로 대접을 받게 되였다. 그날 나는 술도 많이 마이고 말도 꽤나 많이 하였다. 무엇보다 솔직한 자신앞에서 모든것이 그토록 편하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실상 우리 문인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정말 소학교 교원이 몇이 안된다. 태반이 중학교의 교원들이며 일부는 행정부문에서 퇴작한 분들이다.  소학교 교원인 제가 그속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부터 흐뭇해진다. 그후부터 여러회의에서 저는 모든 허영을 훌훌 털어버리고 소학교 교원이라고 소리높이 소개를 하군 하였다. 생각과는 달리 보다 기분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군 하였다. 그리고 칭찬의 농도도 전보다 더 높아가는 모습이여서 너무도 즐거웠다.

실상 소학교 교원이든 중학교 교원이든 문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것이다. 그저 얄팍한 체면을 세우느라고 허영을 붙잡는 노릇에 불과한것이다. 이제 기축년에는 모든 허영을 털어버리고 보다 솔직한 자세로 신성한 문학에 자신의 힘을 다하려는 생각이다. 보다 좋은 작품들을 창작하여 소학교 교원인 자신을 보다 솔직하고 훌륭한 문인으로 가꿔가기에 몸과 마음을 다 하려는 결심을 기축년의 첫날에 날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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