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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뽑기
오령감이 한국에서 중병으로 몹시 앓고 있다는 소문은 난지가 오래지만 그 누구도 병세에 대하여 굳이 캐여묻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피는 못속인다고 그래도 부실한 막내아들놈인 철구가 속을 끙끙 앓으면서 저으기 걱정하는 기색이였다. 밥도 한때에 둬 서너사발씩은 히쭉 웃으면서 굽을 내던것이 아버지가 몸이 안좋다는 소식을 얻어 들은 후부터는 식량도 퍼그나 줄었다. 그래도 마누라 노릇을 하느라고 옥녀는 철구에게 고기붙이들을 사들이느라 야단스러웠다. 비록 열이 안되는 옥녀지만 철구와 맞서기에는 조금은 아까운 편이였다. 옥녀도 가정이 몹시 가난하다보니 결국은 철구네 돈을 넘보고 시집을 온것이였다. 비록 애를 낳지 못하는 불치의 병이 있어도 마음만은 그래도 비단이여서 철구하나만은 아들못지않게 잘 건사해주었다. 그래서 철구의 엄마와 아버지도 다소 시름을 놓고 한국행을 선택했던 것이였다. 이제 같이 생활한지도 어언 10여년은 잘 되였다. 그사이 철구도 이전보다 많이 생각도 컸고 일에 대한 처사도 어느정도는 할줄을 알게 되였다. 모두가 옥녀의 공으로 세워진 비석이나 다름이 없었다. 철구는 우로 누나가 하나 있고 형님이 셋이나 있었다. 모두가 한동네서 살고 있지만 평소에 크게 철구에 대하여 관심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도 별다른 음식이라도 생기면 묘하게도 냄새를 맡고 빠지지 않았다. 그럴때마다 옥녀는 가타부타 말없이 사람좋게 대해주었다. 올케들도 그저 음식만 홀랑 먹고는 자리를 피하군 하였다. 그많은 음식그릇은 늘 옥녀에게 차려지군 하였다. 그래도 옥녀는 아무 말도 없이 철구하나만은 잘 돌봐주었다. 그래서인지 철구도 형님이나 형수들이 옥녀에 대하여 뭐라고 핀잔이라도 주면 두눈을 부릅뜨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군 하였다. 그런멋에 옥녀는 늘 만족하군 하였다. 아무리 남편이 부실하게 행동하고 일처리를 해도 다른 친척들 앞에서 비웃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 늘 조용히 철구를 불러놓고 아들애를 교육하듯이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군 하였다. 그때면 철구는 고분고분 말을 잘도 들었으며 자기절로도 고치려고 노력하는 모습까지 제법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한국으로부터 오령감의 병세가 악화되여 후처사를 해야 한다는 긴급 전화가 날아왔다. 철구와 옥녀는 아침밥도 먹지 않고 근심에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반드시 자식들이 한국으로 나가서 아버지의 뒤처사를 해라는 병원측의 부탁이 날아왔다. 당연히 철구와 옥녀가 가야할 자리였다. 그래도 여직 아버지와 엄마을 모시기에는 옥녀와 철구의 공이 컸으며 아버지도 제일 걱정스러운것이 막내아들인 철구였던 것이다. 어디서 소문을 넘겨 들었는지 형들이 여우같은 마누라들을 앞세우고 철구네 집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면서 모두가 철구와 옥녀가 한국으로 가는것에 대하여 부동의였다. 형수들은 입이 다슬도록 철구와 옥녀를 교육하고 있었다. 너희들같이 얼뜰한 사람들이 가서 어찌 뒤처사를 할수있는가면서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초청장은 두장으로 제한되여 있다보니 모두가 신경을 도사리고 있었다. 둘째 형수는 그래도 저희들이 가서 아버지의 뒤처사를 알뜰하게 하기에 손색이 없다면서 한발 나섰다. 그러자 맞이가 그래도 아버지의 일은 가문에서 맞이가 해야 한다면서 저희들이 가겠다고 사정을 주지 않았다. 셋째 아들은 기회를 보고 있었다. 그냥 옆에서 마누라가 남편의 다리를 짖누르는 모습이였다. 그러다보니 셋째는 그저 엉덩이만 들었다 났다 할뿐 아무런 태도표시를 하지 않았다. 철구와 옥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보니 해가 넘어가도록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튿날로 토론을 미루고 모두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저녁으로 아버지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돌아갔다는 전화가 날아왔다. 철구는 구들을 두드리며 통곡하였다. 사람이란 아무리 부실해도 보모잃는 설음은 꼭 같이아프다는 도리를 다시금 들려주는 순간이였다. 그날 저녁 철구와 옥녀는 울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새벽녁이 되여서 자지러지게 울려오는 전화소리에 철구와 옥녀가 놀라서 깨여났다. 전화는 철구엄가가 걸어온 전화였다. 뒤일을 처리하러 철구와 옥녀가 오도록 수속을 신청하였다는 얘기였다. 이제 수속이 며칠안으로 밟아지면 철구와 옥녀가 한국으로 가게 되였다. 하지만 철구와 옥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눈물만 흘리고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을 만나볼 설음을 생각하느라니 국직한 눈물이 철구의 두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철구는 실성한 사람처럼 이불을 확 뒤집어 쓰더니 엉—엉--- 하고 소리내여 슬프게 울었다.
날이 희붐이 밝아오고 있었다. 둘째네 내외가 쪼르로 달려왔다. 그 뒤로 맞이네와 셋째네도 뒤질세라 뒤를 밟고 들어섰다. 평소에는 전혀 볼수없는 그런 풍경이 였다.
형들 내외는 서로가 철구에게 잘 보이느라고 야단법석이 였다. 철구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형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성격이 급한 큰 형수가 철구에게 돈을 3만원 정도를 주겠으니 어떻게 하나 저희들 내외가 한국으로 가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저자 옆에있던 둘째 형수가 자기네는 3만 5천원을 주겠으니 저희들을 나가게 해달라고 철구의 두손을 꼭 잡고 애처롭게 사정을 하였다. 눈치를 가만히 보고있던 셋째 형수가 자기는 5만원을 주겠으니 너희들은 앉아서 돈이나 벌고 저희들이 가겠다고 나섰다. 옥녀는 철구의 눈치만 보고 있을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형제들은 서로가 철구의 켵으로 바싹 다가들면서 사정을 하느라고 야단이였다. 얼마후 철구는 종에 네장을 꺼내더니 제비뽑기를 하자고 하였다. 즉 제비뽑기를 하는데 누가 맞기 기호를 친 종이를 쥐면 한국으로 간다고 결정을 하는것이였다. 옥녀는 눈이 휘둥그래서 남편의 행동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철구는 이미 준비한 종이장을 구들에 조심스레 놓았다. 형수들은 그래도 제비는 남자가 뽑아야 한다면서 남편들을 밀어놓았다. 서로가 조심스레 제비를 뽑는 그 장면은 실로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철구는 제비를 뽑은후에는 반드시 아무말도 없이 그저 제비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부탁을 하였다. 형들은 조심스레 제비를 뽑은후에는 신을 신고 볼사이도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마누라들은 뒤에서 달달거리며 남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 이튿날부터 형들의 집안에서는 노래소리가 흥겹게 울려나왔다. 그 누구를 살필 겨를도 없이 모두가 그저 기쁨에 빠져 흥얼거리고 있었다. 오직 철구네 집만이 조용할뿐이였다. 철구와 옥녀는 려권을 가지고 심양행 기차에 몸을 싫었다. 실상 철구는 모든 제비에 다 맞기기호를 쳐놓았던것이였다. 옥녀는 철구의 말을 듣더니 저으기 자랑스러운 눈길로 남편을 쳐다보며 이상한 웃음을 짓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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