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 다 좋은가?
리광학
지난 불볕이 내리 쬐여 지글지글 땅이 달아오른 무더운 삼복염천의 어느 날, 조카애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칠새도 없이 물동이만큼 큰 수박 하나를 안고 집에 들어섰다.
마침 무더위에 속이 컬컬하던 참에 인사격식을 차릴새도없이 묵직한 수박을 그대로 받아 안고 주방으로 달려갔다. 칼을 찾아들고 이등분을 가려잡고 막 수박을 자르려는데 안해가 너무 크게 자르면 다 먹을 수 없다고 다급한 소리를 지른다. 하긴 둘밖에 없는 단촐한 식솔이 수박 절반을 먹어치운다는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다시 사등분을 가려잡고 칼로 그 중 한몫을 저며 냈다. 나머지는 비닐주머니에 잘 포장하여 랭장고에 넣으려고 하였으나 너무 큰 수박이여서 그대로 북쪽에 있는 서늘한 베란다에 놓아 두었다.
며칠 후 어느 날 수박 생각이나 포장했던 수박을 다시 헤치고 칼을 대니 물렁물렁 변해있을줄이야. 더운때 변질한 음식은 금물이라 아까운 수박을 버릴 수 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환한 대낮에 남들의 눈에 걸리면 어쩔가 두려워 어두운 밤을 빌어 검은 비닐주머니에 수박을 넣고 슬며시 쓰레기상자에 버리고 재빠르게 자리를 떳다. 그날 밤 버려버린 사분의 삼의 수박을 두고 우리 부부는 서로 대방의 잘못인양 실없이 언성을 높혔다.
그후 간혹 거리를 지나다 수박난전에 맞띠우면 살욕심은 있었지만 주머니 사정보다 수박들이 너무 큰 것들이라 (다 먹을수 있을가?) 하고 고민부터 앞서며 용단들 못내릴때가 많았다. 지금 거리의 난전이나 시장매대에서 류통되고 있는 수박들을 두루 살펴보면 다수가 엄청 큰 것들 뿐이다. 수박장사들은 리익을 창출하려는 단순한 목적이나 의도에서 무게를 누룰수있는 큰 종자들만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헌데 그걸 소비해야 할 소비자들의 심리와 가정구조를 념두에 깊이 두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
박경리는 개혁개방의 드높은 열기에 들떠 90년대중반, 국문을 넘어 로씨야의 원동지구인 인구가 6만여명이 살고 있는 아르쫌이란 작은 진으로 채소농사를 지을 목적으로 찾아갔다. 이틑날 행장을 풀고 임대할 밭들을 돌아보며 박경리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채소밭은 두께가 50센치메터이상으로 검은색의 부식토로 쫙 깔려있고 비닐온실시설은 굵직한 콩크리트틀로 만들어져 비닐방막을 치면 웬간한 눈이나 바람에 끄덕없을것 같았다. 중국에서는 볼래야 볼 수 없는 정경이였다고 한다. 로시야인들의 말에 의하면 채소밭이나 온실 시설들은 그들이 50년대 국영농장때부터 사용 하던것이라 했다. 땅이 비옥하겠다 거기다 체구가 크고 호방한 로씨야인들이 큰 건만 좋아할줄로 믿고 박경리는 중국에서 제일 크고 산량이 높은 오이종자를 선택하여 심었다. 중국에서 오이전문가를 초빙하여 기술지도를 하고 지극히 정성을 몰부어 농사를 지었더니 땅은 거짓이 없는지라 오이대풍을 맞았다. 박경리는 신바람이 절로 났고 웃음주머니가 흔들흔들했다. 오이가 출하를 시작하여 인구가 많은 빈해성시장에 올랐는데 시장에 박경리네집 오이만큼 큰 오이는 없었다. 헌데 로시야인들이 오이가게에 진렬된 큰 오이들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이며 지나치더란다. 오이가 팔리지 않아 애간장을 태우던 박경리는 끓어번지는 속을 삭일 수 없어 산더미처럼 오이무지를 만들고 불도제로 짓깔아버렸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서야 로시야인들이 감자, 오이, 도마토와 같은 남새류들은 우선 맛을 전제로 작은것들을 더 선호한다는것을 알게 되였단다.
전문농가에서 농산물을 심는 목적은 시장에 팔려는것이다. 하다면 우선 소비자가 어떤것을 선호하고 어떤것을 꺼려하는 지를 잘 파악하는것이 중요한 것이다. 아마 그걸 알려고 하는것이 시장 조사이고 그에 맞게 품종을 선택하는것이 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맛과 질을 고려하지않는 시대는 이미 지난것 같다. 무턱대고 산량을 추구하여 큰 것만 고집하면 농사를 망쳐 먹게 될수도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이런 시행 착오를 범하는것을 심심찮게 보아왔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우리는 살림집이나 자가용은 남들보다 큰 것을 선호했다. 직장의 지도자들은 큰 사무실, 큰 사무용 책걸상, 큰 컴퓨터, 큰 자동차... 하여튼 남보다 크면 직성이 풀리고 만족해 온것같다. 새 사무청사에 입주하게 되면 직장의 1인자부터 시작하여 직위순서에 따라 큰 사무실, 큰 사무용품들을 챙겼던것도 사실이다.
헌데 요즘 들어 개발상이 리익창출에만 목적을 두고 큰 집만 설계하고지은 큰집들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몇해전에 지은 중고형 집들도 면적이 100평방메터를 넘으면 팔기 힘들다고 한다. 원인은 명백하다. 사실 적은 식솔에 집이 크고 보면 집값은 물론 기타 장식, 전기, 물, 난방, 관리 등 비용들이 엄청 많이 든다. 또 집이 크면 생계를 위해 드바삐 출근하는 젊은이들이나 기맥이 모자라는 로인족들에게는 품을 들여 집안 거두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다.
중앙의 “ 8가지 규정 ”이 나오면서 기관 사업단의 사무청사나 사무용품들도 그에 따른 격식이나 표준에 맞아야 한다. 규정을 어기면 처벌을 면치 못한다. 어떤 단의에서는 검사조가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거액을 들여 사놓은 대통령사무용책상처럼 큰 사무용책상들을 처리하고 표준에 맞는 작은 사무용책상들을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헌데 이런 형편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구업체들은 크고 고급스러운 사무용책걸상이나 쑈파들을 잔뜩 만들고는 그 물건들을 팔기 위해 매일 텔레비를 통해 애타게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텔레비를 켜고 그걸 볼때마다 어쩐지 안스럽기만하다. 지금 누가 감히 중앙의 규정을 어기고 크고 고급스러운 사치품들을 갖춘단말인가. 단위에서 통이크게 크고 고급스러운 사무용품 들을 마음대로 선택하여 쓰던 시대는 영영 지나갔다. 그런 시대가 다시 돌아와서는 안된다.
몇해전 독일에 가본적이있다. 독일은 세계 경제대국이고 소문높은 자동차왕국이다. 벤츠자동차의 성능과 질은 세계에서 손꼽힌다. 나는 독일에 들어서면 거리마다 호화롭고 큰 벤츠자동차들이 길을 메울것이라 믿었었다. 헌데 거리에 직접나서 보니 나의 상상은 너무나 빗나갔다. 거리에서 달리는 자가용차 대부분이 소형차들일 줄이야. 작은 자가용에 깜찍한 바곤을 달고 달리는 정경을 보면 놀이감자동차를 방불케 했다. 덩치큰 독일사람들과 보잘것 없어보이는 작은 차들을 번갈아 보면 어쩐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걸 보니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오지도시 연길거리로 휩쓸고 다니는 차들이 오히려 차원이 더 높았다. 독일사람들이 작은 차들을 선호하는것은 치솟는 기름값을 절약하고 배기량을 줄여 날로 극심해지는 대기요염을 줄이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였다. 우리가 돋보이는 국민 의식이다.
개혁개방을 통하여 우리 사회는 천지개벽의 발전과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들의 삶도 전례없이 풍요로워졌다. 오늘날 사회발전과 더불어 사회의 작은 세포조직인 가정구조 형태가 변하였다. 그 제날 사람들은 많고 큰 것들에만 집착하던 데로부터 지금은 실제적이고 실용적이며 간편하고 편리하며 질이 좋고 절약 할수있는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무턱대고 많아야 되고 커야되는 시대는 이미 지난것 같다.
2017년9월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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