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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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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 기약없는 황혼육아여
2021년 07월 09일 14시 24분  조회:527  추천:0  작성자: 리광학
  
 
, 기약 없는 황혼육아여!
                                 
   리광학
딸애가 뒤늦게 결혼하고 결혼식 이듬해인 지난해 10월 덜렁 남자애를 낳았다. 결혼하고 자연 순리대로 적정시기에 무탈하게 외손자를 안아 보게 되였다.
우리 집에는 복덩이가 굴러 온 셈이고 계속하여 마이너스 인구증장을 하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는 자그마한 보탬이라도 된 게 다행이다. 주변에서 애들이 늦게 결혼한데다 제때에 애가 들어서지 못하면서 속절없이 애만 태우고 있는 부모들을 심심찮게 보아오던 차 혹시 우리 애들이 그러면 어쩌랴 싶어 은근 슬쩍 근심을 한 우리 량주였다.
좋은 일에 기쁜 심정은 딸애의 시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딸애의 시어머니가 한국에서 하던 일을 접고 한달음에 청도로 달려와 며느리의 산후조리와 손자의 시중을 도맡아 나섰다.
그로부터 5개월 만에 시집의 사유로 시어머니가 하던 일을 더 할 수 없게 되였다. 딸과 사위가 회사에 출근해야 되는 상황에 보모를 고용하여 애를 돌보려면 한달에 적어도 5,6천 원의 금액을 지급해야만 하고 그나마 마땅한 보모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자식들이 애를 낳고 남들처럼 잘 살아 보겠다고 하는데 그걸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부모로서의 도리가 아니므로 아무래도 우리가 청도로 가야만 했다. 우리가 몸과 정성으로 때우면 자식들이 한 달에 5,6천원의 비용을 절감 할 수 있지 않는가, 토론 끝에 안해가 먼저 선발대로 떠나고 집에 있는 내가 뒤처리를 하고난 다음 뒤따라가기로 일단 매듭을 지었다.
4월초 코로나로 인한 복잡한 시국에 번잡한 수속을 마치고 안해가 연길공항에서 청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딸집에 도착하여 이튿날, 출근한다던 사위가 아침을 먹고 쇼파에 앉아 시름없이 텔레비를 보고 있었다. 웬 일인가고 물었더니 타지방의 인원이 청도에 오면 회사 규정대로 15일간 자가 격리의 상태로 집에 있어야 한단다. 안해는 참, 이런 일도 있구나 싶어 허구픈 웃음이 절로 나왔단다.
안해는 낮이면 외손자를 돌보는 한편 삼시세끼 때시걱을 도맡아하다보니 온종일 채바퀴 돌듯 분망하게 보냈다. 시간이 지나며 지친 나머지 저녁이면 스마트본을 통해 나더러 어서 들어오라 독촉이 성화같았다.
나는 뒤일를 시급히 처리하고 선발대의 뒤를 이어 보충병으로 4월말이 되여서야 청도에 도착하게 되였다. 다행히도 이때는 코로나병 사태가 조금 완화되는 시기여서 사위의 자가 격리 같은 불편한 일은 더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튿날 안해의 제의로 안해가 장보기와 때시걱을 도맡고 내가 외손자 돌보기와 집안청소를 맡기로 하였다. 혹시 남자가 웬 육아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고 사는 게 요즘 세월이다.
속으로는 좀 불편하고 짜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자세를 낮추고 근 반시간 넘게 안해의 육아에 관한 현장 수업을 받고 본격적으로 일에 착수하였다. 우선 하얀 종이에 물과 분유의 비례와 우유 먹일 시간을 작성하여 눈에 잘 띠우는 곳에 반듯하게 붙여 놓았다. 육아에 사용되는 우유병소독기, 더운물기계, 가열기, 보온기 등 기계들은 모두가 현대식 전자 제품들이라 생소한 데다 사용 안내판 글자마저 너무 작아 다루기가 여간 불편스러운 게 아니였다. 더운물에 우유 가루를 타는데 손에 익지 않아 늘 알갱이가 지여 안해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그런대로10여일이 지나서야 겨우 일이 순서가 잡히고 손에 익어갔다.
외손자는 6개월부터 모유를 중단하고 우유에 의존하였다. 본능적으로 식욕이 특별히 강해서인지 우유병만 보이면 가지고 놀던 놀이 감을 던져 버리고 무작정 기여 온다. 우유를 먹일 시간이 될 쯤 이면 우유병을 챙기느라 조금만 어물거리며 늦어지면 마구 소리지르며 울어 댄다. 먹을 걸 앞에 놓고는 갖은 재주를 다 부려달래도 전혀 먹혀들지 았는다. 그걸 알고 다급히 우유병꼭지를 입에 물리면 걸탐스레 빨아대며 순식간에 굽을 내고서야 시름을 놓고 해시시 웃는다.
참, 우유가 없으면 어쩌랴, 지금은 수요와 공급이 윤활하여 우유는 돈만 주면 살 수 있다. 지금 애들은 복이 넘치고 있으니 마땅히 좋은 세월에 감사해야 한다. 헌데 우유는 젖소가 생산하고 있으니 가급적이면 젖소에게도 톡톡히 감사를 드려야 하지 않을가, 그렇다고 젖소를 낳은 엄마외의 또 다른 엄마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다.
외손자는 배부르게 우유를 먹고 나면 여기저기 기여 다니거나 놀이 감을 입에 물고 자유롭게 논다. 그러다가도 불시에 괜히 짜증을 부리며 놀이 감을 팽개치고 눈을 비벼댄다. 잠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이럴 때면 빠르게 눈치 채고 조용한 육아방으로 모시고 가야 한다. 처음에 그걸 모르고 애를 달래려고만 들다보니 타이밍을 놓치고 잠투정만 길어지게 되였다. 투정부리는 애를 안고 쪽쪽이를 물려주고 살살 다독여 주면 스르르 잠이 들어 버린다. 쪽쪽이를 엄마로 착각한 모양이다. 쪽쪽이는 어느 때 누구의 발상으로 만들어 졌는지 잠투정을 부리는 애들에게 물려주면 세상 편하다. 쪽쪽이가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나로서는 뭘 가지고 애를 달랜단 말인가.
7달을 잡으며 외손자는 앉아있는 차수와 시간이 길어지고 자꾸만 서려고 하니 애 엄마가 온라인으로 보행보조기 (学步车)를 사들였다. 보행보조기가 있으니 외손자의 세상을 보는 시야는 한결 넓어졌고 어른들의 손끝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시간이 길어졌다. 처음은 보행보조기를 타는데 좀 서툴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앞뒤와 좌우를 자유자재로 운전했다. 집안의 이것저것 거치장스러운 물건들을 치워 교통정리를 해주면 대번에 물 만난 고기가 돼 버린다. 무엇이 그리 신나고 신기한지 매일 집안의 방마다 다 돌아보고야 시름을 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끝내 교통사고를 내고야 말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외손자를 먼저 먹이고 보행보조기에 모셔 놓았다. 그리고는 시름 놓고 밥상을 차려 식구들이 수저를 들려는 참에 손자 녀석이 불시에 보행보조기를 타고 밥상으로 돌진하였다. 그 충격에 뜨거운 국사발의 국물이 쏟아지며 애의 팔다리에 확 튀였다. 대번에 손자애의 야들야들한 피부가 벌어건 색을 띠는 건 물론 째지는 듯한 손자의 울음소리가 온 집안을 뒤 흔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두가 놀라 빠져있는 판에 그래도 안해가 먼저 정신 차리고 다급히 애의 옷을 벗기자 이어 애 엄마가 약을 바르며 애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애가 진정 되고난 후 애의 상처를 살펴보니 병원으로 가야 될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
놀란 가슴을 겨우 진정하며 뒤 수습을 다 하고나니 나와 안해는 사맥이 뚝 떨어지며 십년 더 감수한 느낌이 확 몰려왔다. 천만다행이였다. 만약 손자애가 위중하여 병원에라도 실려 가면 어찌되겠는가? 이래서 애를 보기가 까다롭고 속을 말리는 힘든 일이구나 하고 심심히 느꼈다. 조금이라도 책임과 안전의식을 늦추어서는 안 되였다. 그날 식구들의 정심식사는 손자 애의 보행보조기 교통사고로 하여 더는 이어갈 수 없었다.
딸 내외가 살고 있는 청도시청양구 사회구역 아파트단지들의 기초시설과 환경은 너무 좋아 작은 공원을 방불케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소풍하기에는 최상의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이에 바다를 끼고 있는데다 어디라 없이 나무숲이 우거지고 파란 잔디로 포장되여 무더운 여름날이지만 덥다는 느낌이 별로 없는 곳이다. 그래서 일가, 지금 청도에 살고 있는 조선족이 15만 명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손자애가 7달을 잡자 면역력과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하루 한두 번씩 유모차에 모시고 밖에 나간다. 코로나로 인해 계속 집안에만 갇혀있던 애가 갑자기 또 다른 낯선 세계의 사람들을 보자 겁부터 내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차차 적응되여 곁을 지나던 사람들이 손을 내밀면 과감히 잡는 희한한 행동을 보였다. 요상한 놈이 유모차를 멈추면 몸을 탈며 괴상한 소리를 지르다 다시 움직이면 조그마한 얼굴이 삽시에 웃음기가 어린다. 나무그늘 밑에 차를 세우고 마주보며 듣건 말건 두서없는 이야기를 해야 점잖게 가만있고 그러지 않으면 또 투정을 부리며 차에서 내리려고 덤빈다.
손자 애의 육아를 책임지고부터 손자 애는 자연히 우리 량주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온 하루 우리들의 손끝에서 맴돈다. 요놈이 시름없이 잘 놀다 저녁때가 되여 집안이 어둑시룩해지기 시작하면 매삼 거리며 안절부절못하는 양이 포착 된다. 은근히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그러다 갑자기 출입문 열리는 소리가 감지되면 보행보조기를 밀고 문 쪽으로 불이 나게 달려간다. 그리고 아빠를 맞이하고는 너무 기쁘고 흥분한 나머지 괴상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아빠가 가방을 벗어 놓고 손을 씻는 과정이 길어지면 막 울어 대다 일단 아빠의 품에 안기면 얼굴을 어깨에 딱 붙이고 비비며 야단친다. 그럴 땐 내가 손을 내밀어도 빽 돌아진다. 요놈이 온 하루 고생은 늙은이들을 시켜놓고 앵돌아진다. 순간 조금은 서운했지만 그게 천륜이고 순리 인 걸 어찌하랴!
8개월을 잡으며 손자 애가 말이라고 할 가 아니면 그저 소리라고 할 가 시시 벌 중얼대는 차수가 많아진다. 그런데 명심하고 들어보면 엄마라는 소리보다 아빠라는 소리가 먼저 튀여 나온다. 엄마라는 엄자에 밭침이 붙어서 그럴 거라 짐작되지만 곰곰이 따지고 보면 애가 그럴 법도하다. 지금까지 인간이 대를 잇고 번성하는데 이어가는 유전자를 남자가 먼저 전해 주고 있지 않는가, 그러니 당연히 아빠라고 먼저 부르게 되는 것 같다. 남자인 내 리해이긴 하지만.
사람이 모르고 지나쳐 그렇지 빠르게 거침없이 흘러가고 있는 게 시간인 것 같다. 청도에 온지 어제 같은데 애가 벌써 9개월을 잡고 있다. 뒤돌아보니 기간 아침6시에 애가 깨는 시간이자 우리 량주가 “출근”하는 시간이였고 저녁8시에 애들 엄마, 아빠 손으로 넘겨주는 시각이 “퇴근” 시간이였던 것 같다. 황혼 육아를 하며 힘들었던 일은 애의 투정을 달래는 것도 똥오줌 컬레를 갈아 치우는 일도 아니였다. 가장 힘겨웠던 일은 이젠 70을 바라보는 나이라 무더운 긴긴 여름날 점심을 치르고 나면 자연히 식곤증으로 하여 잠이 몰려온다. 그런 와중에 그걸 겨우겨우 참아가며 말똥말똥 해서 놀고 있는 손자 애의 시중을 드는 일이였다. 그리고 손자 애의 안전 때문에 한시각도 시름을 놓을 수 없이 긴장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이어 간다는 게 너무 힘겹다.
시간이 길어지며 피곤이 쌓여서 인지 몇 년 전의 이알이가 다시 도지며 야금야금 몸을 괴롭핀다. 평시에 고르기만 하던 혈압도 오르내리며 머리가 불편스럽다. 늙은이들이 손군들을 돌보며 생생한 기를 되받는다고 하더니 웬지 힘들기만 하다.
나는 오늘도 외손자애를 안고 베란다에서서 청도의 아침을 맞는다. 창밖의 나무숲은 한결 더 푸르고 무성해 보인다. 한낮이면 찌르르릉, 찌르르릉 소란스레 울어대던 매미들은 늦잠을 자는지 소리라곤 들리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건만 숲이 우거져 새들은 꽁지도 보이질 않는다.
갑자기 까치 한마리가 베란다 창밖 너머에 있는 버금 나무가지 (法桐树)우로 날아와 길 다란 꽁지를 흔들거 리며 깍, 깍, 깍, 울어 댄다. 와, 지금껏 이렇게 가까이서 까치를 보기는 처음이다. 그것도 버금나무와 창문 높이가 거이 수평을 이루는 시각에서 말이다. 희소한 특정된 자리에서 그렇게 계속해 까치를 보고 있노라니 이상하게 고향에 비워두고 온 집 생각이 절로 난다. 그리고 집 문만 나서면 만나게 되는 하나하나의 익숙한 얼굴들이 그리워 난다.
이렇게 잠깐 무심결 고향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움직거림을 하지 않은 탓에 손자 놈이 또 몸을 비탈며 품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린다. 편안히 서 있지 말라는가 부다. 나는 다시 베란다의 좌우를 움직이며 외손자를 살살 다독여 준다.
이 시각, 이제 방금 시작에 불과한 우리들의 황혼 육아의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힘들고 보람같은걸 기대하긴 모연한 황혼육아일지라도 이는 우리 세대가 묵묵히 감수하고 극복해야 될 현실 과제가 아닌가 싶다. 가족이란 이렇게 보이지 않는 릴레이 속에서 이어지고 있지 았는가,
아, 기약 없는 황혼 육아여!
 
2021년 1월 로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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