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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이나 불합격 통지를 받은 당신에게
2013년 11월 07일 15시 06분  조회:1800  추천:0  작성자: suseonjae




[아침논단] 100번이나 불합격 통지를 받은 당신에게 
이민진 재미작가


 
이처럼 아름다운 봄날 합격보다 불합격 통지를 받는 지원자가 더 많을 텐데
당사자도 힘들겠지만 그들이 거절당할 때 찢어지는 가슴이 한둘일까?

나는 신문 스포츠면은 거의 읽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분이
김연아 선수가 한국인이라고 제목을 뽑은 것을 보고 약간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이 우승자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태극기로 온몸을 감싸고 얼음을 지치며 인사를 했다는 부분에 가서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 ‘부족(部族)’의 뿌리를 발견한 순간 나는 원초적 감정에 휩싸였다.
다른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젊은 스케이트 선수가 국제적 경기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는 나라의 기상을 드높였다는 점에 감사한다.
만약 그녀가 우승하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는가?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이길 수는 없다.
때로 우리는 좌절한다.
때로 그 좌절은 오래간다.
나는 첫 소설이 출간되는 데 12년이 걸렸다.
물론 이유는 많다.
옹고집, 무지, 시간, 돈, 가족, 건강 문제 등 실로 많은 이유가 있었다.


 
어쨌든 1995년부터 2007년까지 나는 정말 많은 글을 썼고,
출판사로 보냈지만 번번이 돌아온 것은 거절의 말뿐이었다.
지금도 내 책꽂이에는 거절 편지로 가득 찬 두꺼운 파일이 있다.
거절당한 것은 소설만이 아니었다.
수필, 연구지원서, 저작권 협상제안서, 장편, 소설 초록……
모든 거절 편지는 큰 상처를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옳은 말을 한다.
실패를 무릅쓰고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고통이야말로 그 사람을 만든다고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그처럼 오래 실패를 거듭하면서
나는 엄청난 창조적 자유가 실패 속에 있다는 것을 어렵사리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처럼 거절당하고 있을 때,
정말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그런 말이 아니었다.
내 마음속에서 나를 위해 외치던 말들은 이런 것이었다.
세수도 하지 말고, 일주일 내내 게으르게 뒹굴어도 돼.
나가서 아이스크림이나 실컷 사먹어.
한 달치를 다 먹어도 돼.
풋,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국은 1,2월에 대학 입시 결과가 나오지만,
미국 대학들은 요즘 한창 입학허가서를 보낸다.
이처럼 아름다운 4월의 봄날, 합격 통지보다
불합격 통지를 받는 지원자가 더 많을 것이다.

자녀들이 거절당하는 것을 보는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부모들 역시 마음이 찢어진다.
거절당하는 아픔이 어디 입시생들만 겪는 일이겠는가.
요즘처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어려운 시절에는
누구나 여기저기서 숱하게 거절당한다.
직장을 잃기도 하고 사업이 망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일이 확산되고 있다.
아무도 나쁜 소식을 원치 않지만, 나쁜 소식은 오고야 만다.
어쩌란 말인가?


 
아마 이맘때쯤이었던 것 같다.
소설가 지망생으로 지낸 지 3~4년쯤 되던 해,
끝없이 계속되는 거절을 겪으며 나는 자신감이 무너졌다.
나는 좌절했고 분노했고 모욕감에 고통스러웠다.
명진 언니가 두 가지 말할 게 있다고 했다.
첫째, 내가 계속 거절당하는 게 안됐다는 것,
두 번째가 기막혔다.
“나가서 100번 거절당해봐.”


 
“뭐라고?!!”
경악하는 나에게 언니는 말했다.
“100번 거절당하다 보면 수락도 몇 번은 될 거야. 내 말 믿어.”
언니는 마케팅 전문가였다.
마케팅 관련 통계의 마술인가 싶었다.


 
100번 거절당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나는
우리들 인간이 얼마나 적응력이 높고 얼마나 회복이 빠른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뭔가 출판될 수 있도록 노력할 때마다 내 작업이 발전했다.

마이클 조던의 그 유명한 말이 있잖은가.
자기 일생에 실패한 슛이 9000개나 된다는!
김연아도 아마 그만큼 엉덩방아를 찧었을 것이다.

작가로서 나는 그보다 더 많이 실패를 거듭했지만,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100번의 거절을 경험하라던 언니의 제안은 훌륭했다.
언니는 잠시 나쁜 때를 겪는 것이 영원한 것도 아니고 
별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줬다.
물론 그 나쁜 때에 겪는 좌절과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함께 아파해줬다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단 한 글자도 출판하지 못하고, 단 한 푼도 못 벌 때 언니는
나의 사명과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언니가 내 책을 내줄 수는 없었지만
나에 대한 믿음을 보여줌으로써 나를 일으켜 세웠다.

 
김연아 선수가 우승한 다음날, 나는 뉴욕에서 온 얇은 봉투 하나를 받았다.
연구 지원 신청에 대한 거절 편지였다.
나는 그날, 그냥 게으름을 피우기로 하고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흔아홉 번 더 실패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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