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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내가 만난 소크라테스(김성일)
2018년 11월 29일 14시 39분  조회:1649  추천:0  작성자: netizin-1

소크라테스의 이름은 철학을 배웠든지 배우지 않았든지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철학의 시조", "너 자신을 알라", "반성해 보지 않은 인생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추남이었고 부인은 악처였다. 이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철학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도 정작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분명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사실 소크라테스는 '무엇'을 가르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분명히 비교적 정교하고 완벽한 사상의 체계가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사상을 누군가에게 가르친 적도 문자로 기록한 적도 없다. 소크라테스는 문자로 기록된 사상은 지혜를 속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 보면 아테네의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다. 그를 고소한 죄명중의 하나가 아테네의 청년들을 잘못된 가르침으로 오도했다는 것인데 소크라테스는 법정에서 묻는다. "내가 청년들에게 어떤 주장을 가르쳤는지 지적하세요. 나는 아무것도 가르친 것이 없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했지 누군가에게 답을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방법론을 제시했지 철학의 내용을 가르치지 않았다. 추론적으로 보편적인 진리를 찾는 방법을 제시했다. "무엇은 무엇이다"라고 가르치지 않고 "무엇은 무엇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질문만 했을 뿐이다. 그것이 이른바 "산파술"이다. 생각의 주체인 각자 자신이 사색하고 반성하고 추론하게 도와준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서양 철학의 시조이다. 서양의 사상은 소크라테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러나 시스템화 된 가르침은 없다. 무가 유로 된 것이다. 가르침이 없지만 모든 사상의 출현이 가능케 했다. 인간의 지혜의 출현과 발전이 가능케 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것이다.

  우리가 쓰는 철학이라는 단어는 일본인들이 서양문화를 접하면서 만들어낸 단어이다. 어원적으로 찾아보면, 철학은 philosophy, 헬라어로 Φιλοσοφία다. Φιλο와 σοφία의 합성어이다. Φιλο(필로)는 사랑이고 σοφία(소피아)는 지혜이다.

  철학이란 곧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다.

  철학자는 지혜가 있는 자가 아니고 자신의 무지를 알고 지혜를 갈망하는 자이다. 그것 때문에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자신의 무지함을 주장하면서 자기가 아는 것은 딱 하나인데 그것은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사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너 자신을 알라"는 출처가 다른 곳에 있다.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현관 기둥에 새겨진 문구이다. 델포이의 신전은 당시 신탁으로 가장 유명했던 곳이다. 소크라테스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을 내렸던 신전이기도 하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그리스 7현인의 한 사람인 탈레스가 쓴 것이라고 하였지만, 같은 7현인의 한 사람인 스파르타의 킬론이 한 말이라고도 하고, 다른 현자의 말이라고도 하여 정론이 나있지 않다.

  그런데 이 말이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으로 둔갑한 이유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의 출발점은 자신의 무지함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반성하지 않은 인생은 가치가 없다"는 말은 자신의 무지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가치관 세계관 인생관에 대한 반성과 사색 고민을 하지 않은 이는 자아를 상실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교 선종(禅宗)의 인지의 가르침에 따르면 첫 번째 단계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见山是山,见水是水)"이고, 둘째 단계가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见山不是山,见水不是水)"이며, 셋째 단계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见山还是山,见水还是水)"이다.

  첫 단계에서 둘째단계로의 발전은 기존의 표면적, 직관적인 인지에서 내면적 본질에 대한 인지로의 발전이고 둘째 단계에서 셋째 단계로의 발전은 내면적 본질에 대한 종합적인 사색을 통한 보편성에 대한 인지로의 발전이다.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인지도 물질적인 표면에 머물러 있지 않다. 더 발전시키면 소크라테스의 영혼과 육체, 영혼불멸의 사상으로 이어진다. 소크라테스가 철학의 시조로 추대 받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자신의 알고 있던 기존 개념과 지식과 가치관과 세계관에 대한 끊임 없는 회의와 질문. 기존의 것을 꼭 반대하는 것 이 목적은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사색과 반성과 질문을 거치면 사상에는 변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르침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시조가 되었고 또 이런 가르침 때문에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어느 시대에 어떤 문화속에서 살았든지 기성세대로부터는 미움을 받았을 만한 존재이다. 왜? 기존의 관념에 질의하고 선입견과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일을 했다. 그것도 잘못됨을 직접 지적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에 대해 부정하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 자신의 기존 관념을 부정한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무지를 승인하는 것이니까.

  청년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기존 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지식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기성세대에게는 진리보다 자신의 체면, 이익 이런 것들이 옳고 그름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면 그것이 잘못인 줄을 알면서도 분노하고 감사 대신 악의를 품게 된다. 그것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의 추앙을 받았고 기성세대 특히 기득권자들로부터는 기시와 질투, 그리고 미움을 받게 되었다.

  아테네가 소크라테스를 죽인 것은 결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미움 때문이다. 그릇됨을 드러나게 해서 죽일만큼 미움을 받았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의 핵심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회의(怀疑)와 질문이다.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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