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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미니멀 라이프
2020년 08월 24일 13시 42분  조회:1683  추천:0  작성자: netizi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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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생활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게 되였고,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었다. 나 또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였다.

  코로나 이전의 생활은 출근하는 날과 출근하지 않은 날로 나뉘여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왕복 3시간의 출퇴근과 종일 바쁜 업무에 시달리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 일주일에 닷새를 다람쥐 채바퀴 돌듯 보내고 나면, 주말엔 꼼짝하기 싫어지고 집에서 퍼져 있는 것이 다반사였다. 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지도 못하고, 주변에 신경 쓸 여력은 더더욱 없다. 이런 일상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살아도 되는지 회의가 들고 점점 불확실해지는 미래에 극도로 불안감을 안게 되였다. 사람은 대략 하루 동안 6만가지의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 80%의 생각이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 상황이 더욱더 부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부채질 하는 것 같았다.

  재택근무를 하니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여 살 것만 같았다. 또한 집중이 잘되여 업무처리 효률이 높아지니 개인 시간도 많아진다. 하지만 자률적인 자가마인드컨트롤도 필요로 한다. 고도의 자가컨트롤 능력이 결여되면 바로 일상이 흐트러진다. 장기간 규칙적인 출퇴근으로 만들어놓은 아침형 루틴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해질 무렵, 일본에 있는 절친한 친구로부터 “재택근무하고 있는데 미니멀 라이프 하지 않을래?”라는 제안을 받았다.

  친구가 제안한 미니멀 라이프는 요컨대, 같은 목표를 가진 여러명이 메신저에서 그룹채팅방을 만들고 매일 3개의 물건을 버리되, 버리기 전에 사진을 찍고 공유하는 것이였다. 처음에는 30일동안 첼린지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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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이 세상에 올 때는 몸에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고 왔건만,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은 놀라울 만큼 많았다.

  중3으로 진학하던 해, 소위 나에게 지배권이 있는 물건들을 넣은 미니 트렁크 하나와 책가방 하나를 들고 집을 나섰던 것이 마치 엊그저께 같았는데 벌써 불혹의 나이가 되였다. 그후 대학 진학, 류학, 취업, 결혼 등 인생대소사를 거치면서 먹은 나이만큼이나 소유물들도 많아졌고, 그 많은 물건들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중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옮겨나르느라 진땀을 뺐다. 이사할 때마다 다시는 물건을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살다보면 살림살이 구색 맞추기에 연연했다. 한국생활 6년만에 내가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은 단출했던 미니 트렁크와 책가방의 수백배는 되는 듯 했다.

  수십가지의 화장품에 둘러쌓여 매일매일 메이크업에만 한시간씩 시간을 쏟아붓던 시절이 있었고, 늘 입는 옷과 신발은 그 몇가지 뿐임에도 불구하고 옷장에는 옷과 신발들로 꽉 차있었다. 뿐만 아니라, 취미가 많아서 집은 자그마한 공방을 방불케 각 종 원재료들로 넘쳐났다.

  통계에 의하면 현대인들은 평균 1만개의 물건을 소유하고 산다고 한다. 개인차가 심해서 이보다 수십배 내지 수백배의 물건을 소유하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어느날,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이 대체 얼마인지 알고 싶어서 섹션을 나누어서 세여봤더니, 식기만 100여점이 넘고, 책장에 꽂힌 책은 700권이 넘었다. 숫자화해보니 어마어마한 량의 물건을 갖고 살고 있다는 것을 더더욱 체감할 수 있었다.

  실은 수납공간 속에 꽉 채워진 물건들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있노라면 물건에 압도되여 사유가 굳어져버리는 경험 또한 부지기수다. 자주 물건을 찾지 못해 한참을 헤매거나, 가방속의 지저분한 물건들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지는 경험도 여러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리유모를 압박감과 답답함이 명치를 누르는 것 같았고, 누군가의 목줄에 메여 자유를 박탈당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증상들이 지속되면서 내 삶도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었다. 이러던 차에 친구의 미니 멀라이프에 대한 권유는 처방 약과도 같았다.

  하루에 3개만 버리는 규칙이였지만, 정리를 하다보니 대개 그보다 많이 버리게 된다. 시작한 첫날은 거실장의 서랍을 정리했는데, 주로 낡은 핸드폰과 충전기, 각종 케이블과 어댑터들이였다. 핸드폰을 새것으로 교체할 때면 낡은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못하고 계속 갖고 있었다. 집에 쌓인 물건들은 대개 이처럼 류통기한이 지난 방치된 물건들이였다.

  한바탕 비우고 텅 빈 서랍을 보고 있노라니, 개운하고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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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는 1개월만 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매일매일 정리를 하고 심플해지는 집안 환경을 보노라니 점점 정리정돈에 박차를 가하게 되였다. 비우기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초기에는 물건 버리기를 위한 버리기를 한적도 있었다.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우선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비우기를 실천한다. 바쁜 날은 건너뛰기도 하고 여유가 있는 날은 3개가 아니라 서른 개도 정리한 적이 있었다. 이렇듯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지 어언 6개월이 지났고, 우리 멤버 다섯은 여전히 서로 격려하면서 비움을 실천하고 있다.

  처음 한달을 해보니 지저분했던 베란다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모든 수납장들이 점점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언젠가 쓰겠거니 하고 갖고 있었던 물건들도 정작 버리고보니 후회하거나 아쉽지 않고 오히려 어떤 물건이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물건을 버릴 때는 새것도 있었고, 추억이라고 생각해서 버리지 못한 것도 있었으며, 무엇보다 비싸게 주고 산 것이였기 때문에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사용하지도 않은 물건을 오랫동안 갖고 있어봤자, 에너지만 소비되고 집중력이 분산될 뿐이다. 버리고보니 훨씬 홀가분하고, 자신감도 생기고 좋은 아이디어들이 샘솟아 그것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일들이 많아졌다.

  생각했던 것을 바로 행동에 옮겼더니 상상 이상의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되고, 쓸데없는데 랑비했던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부정적인 생각에 전신이 마비되여 멍때리고 있었던 모습들도 온데간데 사라졌다.

  이제 나의 하루 일과는 아침 청소와 정리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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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회다. TV나 스마트폰, 신문이나 잡지 어디서든지 과소비를 하게끔 유도하고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부추기고 있다. 이런 노력에 부응하듯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필요하든 필요치 않든 일단 먼저 쟁여놓기부터 한다. 그렇게 쌓인 물건에 짓눌려 물건이 주인이 되고, 그들을 모시고 사느라 나는 늘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무언가 하려고 해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만석군은 만가지 걱정이 있고, 천석군은 천가지 걱정이 있노라.” 때문에 물건이라는 것은 갖고 있으면 물질적인 투자뿐만 아니라 정신적 투자도 들어가는 법이다.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비우는 과정에서 나는 많은 것을 깨닫게 되였다.

  첫째는 중요한 것을 골라내는 능력이 생겼다. 분별력이 있게 되니, 비슷한 물건 중에서 나에게 보다 중요한 물건을 선별하는 능력이 생겼고, 내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도 깨닫게 되였다. 그 많은 취미들도 모두 정리하고 가장 좋아하는 것만 남겼다.

  둘째는 물건과 인간관계를 동일시 하는 관념을 깨부수게 되였다.

  십여년전, 어머니께서 뇌졸중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그때의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그 아픔을 극복하는데 장장 10여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당시 유품을 정리하면서 병적으로 어머니의 물건에 집착했다. 심지어 빗에 남아있는 머리카락까지 비닐주머니에 담아 간직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쓰시던 물건 혹은 주신 물건을 버리면 마치 어머니를 버리는 것만 같았고, 추억들이 살아질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하지만 그런 물건들에 집착하면서 정작 내가 망각했던 것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 살아 계신다는 사실이였다. 비움을 통해서 비로소 깨닫게 되였다. 그 깨달음 이후, 예쁜 사진 몇장만 남겨두고는 모두 버리게 되였다. 어머니에 대한 내 마음은 결코 물건을 갖고 있는다고 해서 더 깊어지거나 버린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닌, 영원히 내 마음속에 함께 살아계심을 알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선물을 받으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물을 준 사람이 서운해 할 것 같아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나중에 점점 거추장스럽게 되자 급기야 그 물건을 선물한 사람까지 원망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제는 누가 무엇을 줘도 나한테 쓸모 없는 물건이라면 거절하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받았다가 나눔을 하거나 버린다. 그리고 그 물건으로 상대방의 존재를 가늠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물건은 그저 물건일 뿐, 인간관계가 물건에 의해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나마 깨달았다.

  셋째는 과감하게 과거를 정리할 수 있게 되였다.

  내가 물건을 버리지 못했던 리유는 바로 물건에 깃든 사연과 추억 때문이였다. 어릴 때부터 가족,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 수천장의 사진들, 어릴 때부터 썼던 일기장, 성적표, 입학통지서, 추억이 된다는 리유로 각종 증명서, 출입증카드, 멤버십 카드 등을 버리지 못하고 이사할 때마다 여기저기 갖고 다니느라 이사비용만 축냈다.

  소시적 물건을 오래동안 갖고 있는다고 어릴 때 추억이 모두 령롱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불쾌했던 사건과 련관이 있는 물건이라면 그 물건을 볼 때마다 불쾌함이 되살아나서 기분이 나쁘다. 적당히 잊어주는 것 또한 삶의 지혜다.

  그동안 여기저기 이사하면서 차마 버리지 못했던 사진들과 편지들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면서 잠깐 훑어봤는데 이내 그만뒀다. 그다지 유쾌한 일들이 아니였다. 그리고 바로 정리에 들어갔다. 사진도 기념이 될만한 사진만 몇장 남기고 모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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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화득복(因祸得福)이라고 해야 할까 코로나로 인해 바뀐 생활패턴으로 갖게 된 자신에 대한 성찰이였다.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내 자신의 내면을 올바르게 들여다보면서 과거를 정리하고, 아팠던 상처도 치유하면서 한층 더 현재에 집중하게 되였다. 이제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지도 않고 현실에 집중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생각들이 그저 내 자신을 통과하게끔 심플하게 생각하는 법도 배웠다.

  아직은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나 정말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변했어요”하는 것은 없지만, 조금씩 실천을 통해서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도 뚜렷해지는 것 같아서 매일매일 즐겁고 에너지 넘친다. 아직 비워야 할 것들이 더 많지만, 내 삶의 속도에 맞게 실천해보련다.

  무엇보다 이 일을 함께 동행하는 다섯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최해선 략력 :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일본 에히메대학 사회학 석사. 일본 칸세이가꾸인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수료. 현재 한국 모 IT회사 해외마케팅 팀장. 재한조선족작가협회 리사.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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