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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눈물
2020년 11월 25일 08시 22분  조회:417  추천:0  작성자: netizin-1

엄마의 눈물
궁금이

글 궁금이 · 방송 구서림 

 

 

 

    “행복리의 이야기”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를 만났다.

    [너의 아이지만 너의 아이가 아니다. 자기 운명을 만들어가기 위해 태여났다. 엄마를 빌려 이 세상에 나오기는 했지만 엄마를 위해 이 세상에 태여난 게 아니다. 분명 옆에 있지만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다. 모든 사랑을 쏟을 수 있지만 그게 너의 뜻 대로 되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도 자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체를 보호해줄 수는 있지만 령혼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들의 령혼은 현실이 아닌 미래에 있다. 모지름을 쓸 수 있고 또 써야 하지만 아이를 본인과 같게 만들 수는 없다. 생명에는 후진이 없고 과거에 브레이크도 없다. 

너는 활이고 아이는 화살이다. 쏜 사람은 과녁이 목표지만 화살은 멀리 갈 수 있는 데까지 간다. 뿐만 아니라 신나게 너와 멀어진다. 활이 심하게 휠수록 화살은 더 멀리 간다.]

    물론 이런 기가 막힌 내용은 인터넷상의 수많은 글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지만 이날따라 적고 싶어져서 일시정지까지 해가며 구절마다 옮겨두었다. 도리는 그런데 현실은 다르기 때문에 저런 내용들이 정확한 헛소리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다만 리론이 없는 실천은 있을 수 없고 백프로 리론 대로 옮겨지는 실천도 불가능한 일이다. 

    분명 끌끌한 아들이 있고 손녀까지 본 로부부지만 할머니가 먼저 가니 순간 무너지는 할아버지의 생활을 보면서 과연 자식은 어디까지 부모가 의지할 수 있는 언덕이 될가 싶기도 하다. 반쪽이 없어졌지만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그건 50%가 아닌 99%가 떠나가버린 충격이였다. 급격히 로화되여가고 있는 모습이였고 모든 일이 의미가 없어지는 허무함이였다.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자다가도 목이 말라 깨면서 물을 찾는데 항상 옆에서 가져다주던 할머니가 이제 안 계신다. 순간 몰려오는 허탈감은 한숨으로 이어지고 그 빈자리는 갈수록 커져만 간다.

    지난 일요일은 엄마의 기일이였다. 엄마는 남편이 없는 빈자리를 30년간 사셨다. 그 30년의 빈자리를 나는 과연 얼마나 헤아렸을가.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엄마가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빨리 새아버지를 찾아드리라고 했을 때 나는 그 말의 깊이를 잘 알지 못했다. 악처가 효자보다 낫다는 동반자의 중요성을 어렴풋하게 알아갈가 할 때에는 엄마가 싫다고 했다. 그냥 아들만 믿고 가면 된다고 생각하셨나 보다. 그런데 크게 앓은 후의 상당기간 매일 옆을 지켜준 건 결국 양로원의 간호인이였다. 

    “그러게 다 쓸 데 없다.”

    간혹 가다가 엄마가 외웠던 말씀이다. 섭섭하지만 그래도 자식인데 참아야지 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는 저도 모르게 튀여나오는 감정 표출이였다. 자식에게 부담이 될가봐 수술을 두번 거치면서도 하나도 안 아프다고 했던 엄마의 강인함은 초인간적이였고 자식 한곬으로만 집중된 희생정신이였다. 더 안타까운 건 나중에 치매기가 생기며 참는 게 절제가 되지 않는 순간이 오니 엄마는 울음으로 표달했다. 그때까지도 언어로는 섭섭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러나 눈물샘은 엄마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여서 그대로 쏟아졌다. 

    일년전까지만 해도 엄마의 기일이면 친구를 찾아 술잔을 기울였다. 약속한 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친구가 오기전에 맥주 한잔 부어놓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눈물이 샘 솟듯이 흘러내린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있고 해서 억지로 참지만 손등은 계속 눈물을 훔쳐야 한다. 엄마한테 괜히 짜증을 내고 엇나가고 묻는 말에도 바로 대답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머리를 스쳐가며 그게 다시 눈물로 쏟아진다. 그런데 그런 자리를 가질 생각도 이제 와서 서서히 희박해져간다. 

    “이제 내가 죽으면 니 후회할게다.”

    엄마도 외할머니에게는 딸이였으니 자식으로서 후회되는 바가 많았던가 보다. 그런데 그 후회를 내 자식도 할거라고 생각하니 그것마저도 아깝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게 그 소리고 자식이 어디 조금이라도 아프면 자신이 대신 아파주고 싶은 게 부모의 심정이다. 2003년 사스 때에도 자주 나가서 술자리를 가졌던 나를 보고 엄마는 이런 말을 하셨다.

    “내야 이제 다 늙은 게 걸리면 죽으면 되지만 니가 걱정이다.”

    “내가 왜 걸립니까.”

    엄마의 걱정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답을 하며 그냥 제멋대로 살았다. 주말의 아침에 보면 네가 오랜만이라고 할 정도로 아침 일찍 나가면 저녁 늦게 들어왔다. 물론 아버지가 술을 안 드셔서 다른 안해들보다는 술주정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겠지만 대신 자식한테서 그 걱정을 돌려받고 있었다. 

    “어이구 아 싹 머저리 됐소.”

    휴일이면 종일 침대에 누워 끙끙 앓고 있었던 나를 보면서 엄마가 했던  말이다. 

    지금 내가 버젓이 이런 위챗을 쓰고 있지만 엄마를 위해 나에게 두번 다시 기회를 준다면 잘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활을 쏜 사람은 과녁이 목표지만 화살은 활을 쥔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멀리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버린다. 뿐만 아니라 신나게 당신과 멀어져간다.

    화살 같은 자식이였고 속으로 눈물을 삼킨 엄마였다.

중국조선어방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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