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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힘을 뺀다는것은
2018년 02월 21일 01시 49분  조회:705  추천:0  작성자: 니콜
오래간만에 헬스장에서 웃몸 일으키기 운동을 해봤다. 거뿐하게 동작이 이어진다. 이런 추세이면 수십개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밥 나와라 뚝딱해도 배가 부르지 않았던 힘 넘치는 소녀시절에도 해내지 못했던 웃몸 일으키기를 나잇살을 없애려고 온갖 정성을 퍼붓는 40대중반에 와서 이렇게 가볍게 할 수 있다니. 소녀시절 체능시험에 필수인 이 항목은 나의 굴욕의 력사다. 한번도 당연하게 합격해본 적이 없다. 늘 두번이상 시험을 보고 체육선생님의 인심을 사야 겨우겨우 합격의 관을 넘는다. 거듭되는 좌절로 나는 스스로가 웃몸 일으키기 운동은 아예 못하는 사람으로 단정해버렸다. 10여년전에 요가를 배운 적이 있다. 처음에는 온몸에 힘이 들어가서 얼굴만 시뻘겋게 달아올랐지 동작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요가선생님은 지나가는 말로 힘을 빼라고 말한다. 도대체 어떤 상태가 힘을 빼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사실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느낌도 잘 몰랐으니 말이다. 나의 반복되는 질문에 선생님은 이렇게 답해줬다. <기진맥진했을 때 두 팔이 힘없이 척 늘어져 흐느적거리는 느낌이라고 … > 약간 의심쩍게 느껴졌지만 맥 풀린 상태를 상상하면서 흉내를 내봤다. 몇번을 반복해보니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기적처럼 안되던 요가동작이 좀 크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서히 몸에 힘을 빼는 것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운동신경이 그다지 발달되지 못한 나도 예전보다 훨씬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였다. 문뜩 굴욕의 역사가 떠오른다. 혹시 내가 엉뚱한 곳에 힘을 넣지 않았을가? 궁금증에 온몸의 힘을 빼고 웃몸을 일으켜본다. 이것이 웬일인가 싶게 가볍게 웃몸이 올라간다. 깨달음의 기쁨은 사람을 흥분케 한다. 굴욕의 력사를 합리화시킬 근거가 생겼으니.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은 모든 운동에서 적용되는 기본리론이다. 몸에 힘을 뺌으로써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시켜 표출할 수 있고 최고의 운동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론은 이러하나 실제로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은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훈련을 거쳐 경험해봐야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오죽하면 골프에서 힘 빼는데 3년이란 말이 있겠는가?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은 운동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속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이사할 때 찾는 이사짐센터, 그곳의 이사짐 달인들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거대 가전들을 혼자서 용케도 잘 나른다. 그 사람들은 짐을 메기전에 먼저 심호흡을 하면서 옮길 짐을 잘 쌓아서 튼튼하게 한다. 그리고 무게중심을 잘 잡는 동시에 몸에 힘을 빼고 자세를 바로 잡는다. 꼭 필요한 곳에 자신의 신체체중분산을 정확히 한다. 그리고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발휘한다. 그러지 않으면 큰 충격을 얻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자연의 물리적 법칙과 세상리치라는 것이 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연기가 하늘로 오르는 것처럼 생활의 달인들은 힘으로 이런 세상리치를 억지로 거스르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은 위력을 발산하는 기본 바탕이기도 하다 인간관계도 살짝 짚어본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관록이 붙어간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위치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갈수록 귀는 좁아져 가기 마련이다. 그 자리에 있으면 외로워지는 것도 이런 리유일 것이다. 능력자나 소유자들도 그 타이틀 자체로 몸에 힘이 들어간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시각도 달라진다. 도도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지 않을가? 어찌 이뿐이겠는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사는 방식대로, 생각하는대로, 보이는대로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몸에 힘이 들어간 것만큼 삶도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가끔은 살짝 몸에 힘을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주위를 바라보면 감지할 수 없었던 부드러운 인간미가 우러나오지 않을가? 내가 커피를 시작한지도 벌써 7년차이다. 커피 교육을 하면서 교육생들에게 어지간히 몸에 힘을 빼라고 한다. 커피 추출도 운동원리와 같다고 생각했다. 머리에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면 동작은 한박자 늦어지기 일쑤다. 반복되는 기본동작은 가능하면 몸에 힘을 빼야 익숙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운전하는 것과 별다름 없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나 엑셀레이터를 밟아야 하는 것은 눈앞에 있는 상황이 직접 행동으로 이끌어가는 것이지 생각으로 고민하면 아찔하다. 날씬하고 자그마한 체구의 녀인이 1.5리터짜리 주전자를 들고 리듬을 타면서 가볍고 자연스럽게 핸드드립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이 녀인은 몸에 힘을 빼고 커피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커피에서 힘을 뺀다는 것은 어찌 이뿐인가? 커피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커피에 대한 열정은 변함없었다. 커피에 대한 공부가 그 증거이자 나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간 커피 관련 서적이란 서적은 거의 다 구매해서 보고 커피선생님을 찾아다녔다. 이것이 내가 걸어온 커피의 길이기도 하다. 이렇게 커피 관련지식을 쌓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목소리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나는 사람이 아닌 오로지 커피만 론하고 있었다. 커피에 관련된 것이라면 전문가 같고 다른 사람과 커피를 론할 때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내가 볶은 커피, 내가 만든 커피는 꼭 내가 말하는대로 먹어야 제 맛이 날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업계에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 커피 공부를 하러 찾아다니다보면 업계의 숨어있는 고수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그 고수들은 그냥 고수가 아니다. 내가 커피만 바라보고 몸에 힘을 넣고 있을 때 고수들은 커피를 내려 놓고 사람을 론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시각의 차이가 아니다. 내가 평면을 본다면 고수들은 립체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주구장창 커피를 론해도 마셔주는 사람,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한마디로 커피는 어디까지나 음식이고 사람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커피만 바라보고 있었다. 깊게 생각해보면 커피는 인간관계의 매개체역할을 했을뿐인데. 4년전 일이다.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늦가을의 어느 일요일 아침이다. 일요일은 늘 나 혼자서 당직으로 서야 했다. 청소를 겨우 마쳤는데 녀자손님 세분이 꼬마 손님 한명을 데리고 머리 에 진눈깨비를 털면서 가게로 들어왔다. 모두가 초겨울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응준비가 잘 안된 듯 갑자기 추워졌다고 하소연한다. 나는 따뜻한 커피를 정성껏 내려서 손님한테 가져갔다. 꼬마친구는 서비스로 따뜻한 음료를 만들어 입천장에 화상 입지 않도록 얼음 두조각을 넣어 어린이가 마시기 적합한 온도로 맞춰서 내놓았다. 어른 세명은 알고보니 자매였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다보니 금세 친해졌다. 본인들은 시내에 살고 있고 부모님 댁이 커피숍 근처에 있어 자주 들린다고 했다. 그리고 나름 만족하고 가게를 나섰다. 이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그 큰언니는 근처로 올 때마다 꼭 나를 찾아왔고 나에게 늘 포옹으로 인사를 해주었다. 4년간 우리는 서로 전화로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아니지만, 그녀는 올때마다 한결같이 나에게 진심이 묻어나는 따뜻한 포옹을 넘겨주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 큰언니가 나의 배려와 섬세함에 너무 감동했다고 한다.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말이다. 그동안 나는 내가 내린 맛있는 커피가 인연을 이어준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나의 커피에 자부심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 커피를 놓고 되돌이켜보면 그때 그 커피는 인연을 연결시키는 매개체였을 뿐이다. 우리의 인연이 이어진 것은 다름아닌 진심였다. 그동안 넓혀온 커피지식이 베일을 덮어쓴 듯 내 시야를 차단시켜 놓았다. 그리고 몸에는 잡다하게 힘이 잔뜩 들어있었다. 커피지식을 넓혀간다는 것은 결국은 사람을 더 깊게 리해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은 지식이란 힘에 휘둘려 사람이란 중요한 연결고리를 잊고 있었다. 6년동안 열심히 힘주어 커피 공부를 해왔는데 자연의 리치는 돌고돌아 다시 몸에 힘을 빼도록, 그리고 다른 사람과 자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눈과 귀를 만들어 주었다. 다시 한번 몸에 힘을 빼고 주위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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