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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때가 좋다
2018년 02월 21일 01시 50분  조회:1074  추천:0  작성자: 니콜
이런 때가 좋다 구인숙 잡생각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이럴 때 나한테는 걷는 것이 최고 처방이다. 초겨울의 쌀쌀함이 얼굴이 아리다. 그래도 좋다. 내 머리 속 잡생각이 줄어든다면 그냥 정처없이 걷고 싶다. 어두움이 내린 초저녁 길이지만 인적은 한적하다. 그래도 두려움없이 무작정 앞을 향해 걷는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걷고 또 걷는다. 걷다 보면 내 마음의 짐, 머리 속 고민이 썰물처럼 체력소모와 함께 사라져 버릴 것 같다.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서 라는 질문이 있다면 그냥 누구나 한두 번쯤 하는 고민중 하나라고 답할 것 이다. 그 고민이 그때는 시련으로 다가올지 언정 세월이 흐르고 보면 별치 않게 여겨지고 아팠던 기억도 추억으로 남겨진다는 것을 겪어 본 사람은 웃으면서 말을 한다. 하지만 현재 이 시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미래라는 시간이 가져다 주는 평온함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재 고민거리에서 가슴을 조이면서 허덕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빨리 해탈하려고 무작정 걷는다. 그리고 정처도 없다. 집에 가는 반대방향이 되더라도 상관없다. 걷다 보면 쌩쌩 지나가는 자동차소리도, 가끔 밟혀서 사각사각하는 낙엽소리도 멀리서 잔잔히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입가를 살짝 올리며 실룩거린다. 고민덩어리 속에서 허덕이다 그제야 깊은 날숨을 쉬면서 안도감을 서서히 찾는다. 그때면 주변도 슬슬 안중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걷는 길이 짧으면 한시간 길면 몇시간이 될 수 있다. 기억 속 기록으로는 거의 3시간을 묵묵히 걸은 적이 있다. 한여름의 황혼 녘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청도시내바다 해안선을 동에서 서쪽 끝까지 횡단했다. 하이힐의 괴로움을 벗기고 길가에서 슬리퍼를 사 신고 말이다. 신기한 것은 머리속에는 어떤 고민으로 걸었던 것 보다 걸었다는 사실만 기억에 남는다. 뭔가 괴로워서 걸었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때 그 괴로움이 아마도 어제 먹었던 점심이 기억에 가물가물한 것처럼 중요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고민의 사유가 있으면 이렇게 걷는 습관이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순대국밥집 간판에 눈길이 멈춘다. 그 순간 허기증이 밀려온다. 걸으면서 이 순간을 고대했을지도 모른다. 군살이 빠진 몸처럼 몸과 마음이 홀가분하다. 혼자 먹는 밥이지만 적적하지 않다. 사실 나는 순대국밥은 비린내가 싫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냥 허기증이 밀려왔다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보다 맛있다. 국밥과 반찬을 오가며 허기진 내 마음을 채운다. 초겨울 밤 쌀쌀한 공기를 두 눈을 지긋이 감고 마음껏 느껴본다. 청신한 공기를 가슴 깊은 곳까지 들이쉬고 내쉬면서 눈을 떠본다. 버스정류장이다. 디디택시를 부르려고 휴대전화를 찾던 순간 마침 버스가 한대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무작정 버스에 올랐다. 어디로 가던 상관없다. 이 동네 돌고 돌아도 내 사는 동네이니. 그냥 타고 싶었을 뿐이다. 문제는 갑자기 탄 버스라 잔돈준비를 하지 못했다. 온 가방을 다 뒤져도 일원한장 나오지 않는다. 하긴 요즘 세상 휴대전화 하나면 어디로도 갈수 있으니 잔돈 걱정 따위 생각하지 못했다. 위쳇이 다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버스에서 위쳇페이가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퀵패스라고 쓰여진 은행카드는 지불이 가능하다고 한다. 처음 알게 된 지식이다. 있는 은행카드를 다 뒤져보니 다행이도 그런 은행카드가 하나 있었다. 신기하게도 은행카드를 찍으니 정말로 1원이 빠져나갔다. 그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성취감이 스쳐 지나갔다. 한참 버스 타고 돌다 보니 집방향은 아닌 듯 하다. 시간도 늦은 터라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눈에 익숙한 곳에서 내렸다. 마침 그 버스정류장에 집방향으로 가는 버스도 있었다. 퀵패스 은행카드가 있으니 잔돈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나름 신났다. 나는 은행카드를 손에 쥐고 버스를 타자 마자 찍었다. 그런데 웬걸 찍히지 않는다. 기사한테 물어보니 이 버스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고 한다. 이걸 어쩌나. 잔돈은 역시 없는데. 늦은 시간이라 몇몇 승객밖에 없다. 그래도 염치불문하고 잔돈을 바꿀 수 있나 요청했다. 나름 머리를 써서 위쳇으로 현금을 바꾸려고 애써봤다. 내 모습이 웃겼는지 앞에 있던 남자 승객이 1원짜리 한 장을 건넸다. 내가 연신 고맙다고 하면서 위쳇으로 주려고 하자 그 사람은 1원으로 그럴 필요 없다고 조용히 제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좀 난감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이렇게 도움을 받으니 어쩔 바를 모르겠다 .한편 마음한구석은 훈훈하다. 이렇게 받은 인정 다른 사람한테 돌려야지 하면서 차가운 버스의자에 엉덩이를 붙인다. 흔들거리는 버스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오늘하루를 되새기며 그 순간을 음악으로 이완시킨다. 이렇게 타는 버스도 오래간만이다. 그러고보니 나란 사람은 이런 때가 주기적으로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방향없이 탄 버스로 인해 택시비를 몇 십원이나 지불하고 집으로 간 적도 있다. 그러나 그 택시비가 아깝지 않다. 나 나름대로의 선택이니 말이다. 그리고 돌고 도는 버스안에 내 마음의 짐도 다 내려놓고 내 몸만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탈 만하다. 그리고 걷고 또 걸으면서 내 발자취 속에 내 머리 속 고민을 고스란히 남겨놓을 것 같아서 목적없이 정처없이 자주 걷는다. 사실 나도 안다. 무작정 걷는다고 해서, 내키는 대로 버스를 탄다고 해서 모든 고민이 해결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나에게 고민을 바라보는 마음 가짐을 바꿔줄 수 있기에 나는 이런 때가 좋다. 그리고 필요하다. 살다 보면 누구나 이미 아는 고민, 갑자기 찾아오는 고민, 그리고 그렇게 하면 찾아 올 것 같은 고민 등등 헤아릴 수 없는 고민들이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심지어 나의 삶과 공존도 한다. 이런 고민에 하나하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응대한다면 얼마나 피곤 한 삶이 되겠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은 공기청정기처럼 수시로 내 머리속을 정화시킬 시스템이 필요하다. 간단한 고민은 더 간단하게, 복잡한 고민은 간소화 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삶의 양념이다. 누구나 이런 때를 잘 만들어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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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성자 : 최고관리자
날자:2018-03-28 00: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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