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달빛아래
왕골껍질을 벗기고
하얀 머리수건 쓴 어머니
터밭의 빨간 고추 뜯어서는
바가지에 달빛과 함께 담고
옆집 쌍가매 옥실이는
달빛 밟으며
종종걸음으로 문화실로 가고
형님이 잡아다놓은
세수대야의 미꾸라지들
왁자그르 소리에
뜨락에 누워있던 황둥개가
달을 쳐다보며
멍멍거리고…
보름에 한번씩
둥글어지는 달인데
사람들이 추석을 만들어
휘영청 밝히고
스스로 마음을 둥글게 한다
공연히
둥그런 눈물을 흘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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