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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빠
2013년 12월 02일 22시 42분  조회:1936  추천:1  작성자: 구름바다
                         
일대 폭풍이 강하게 불어쳤다 나무는 부러지고
수풀은 누렇게 황이 들었다
바람이 갈앉자 세월은 기운이 없어졌다
그저 여기저기서 신음하는 그림자만
울고 앉았다
그 무렵 시골을 환하게 밝히던
집체호의 그 언니도 종내는 도회지로 떠나버렸다
오빠와 그렇게도 좋아하던 언니
온 마을에 생기를 더해주던 미인 언니였다
오빠와 마지막 눈물로 작별을 고하고
퉁퉁부은 눈으로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막차의 여음으로 길게 울음을 흘리며 떠나갔다
 
그때로부터 오빤 실신한 사람처럼
방에 들어박혀 좀처럼 나오질 않았다
엄마말씀이 오빠가 크게 앓고있단다
의사분도 다녀갔지만 오빠는 그냥 그본새다
 
마가을 잎이 다 떨어진뒤에야
오빠의 시체를 발견하였다
록음이 우거지던 오월, 사랑하는 오빠가 잃어진뒤
온 마을을 샅샅이 뒤졌고
린근 마을에까지 내려가
발칵 뒤집어도 찾지 못했는데
초록이 다 빠져나가고
잎이 다 진 뒤에야
마을앞 내가의 백양나무밭에서
목을 매고 자결한 오빠의 시신이 드러났다
살가죽은 다 그을어서 윤기나고 검은 빛을 띄였다
하늘향해 쏘아올린 눈길만이 여전히 날카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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